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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 없다"는 사장에게 돈 받아내는 법
게시물ID : economy_82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체이탈가카
추천 : 10
조회수 : 2569회
댓글수 : 41개
등록시간 : 2014/10/15 00:17:34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1014183704070&RIGHT_REPLY=R8

[오마이뉴스 백우연 기자]

시급×근로시간=주급.

이런 계산으로 알바비를 받았다고 좋아하면 오산이다. '시급×근로시간'에 유급휴일수당, 즉 '주휴수당'을 더하지 않은 당신의 주급(한 주일을 단위로 하여 지급하는 급료)은 아직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이 대체 어디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거냐? 물으신다면 근로기준법 제55조를 살포시 읊어드리겠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

주5일제 근로자의 경우, 5일을 만근했다면 하루의 유급휴일이 주어진다. 유급휴일은 돈을 받으면서 쉬는 날이니, 일주일에 한 번은 일 안 하고도 돈을 받을 수 있게 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주 5일 근무하지 않더라도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라면 비율로 계산해서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쉬지 않고 일하던 노동자가 과로사하는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필요한 법이며, 철저히 지켜져야 할 법이다.

주휴수당은 꿀맛 같은 휴일을 보장해주는 고마운 법이다. 그런데 이것이 내게도 해당 사항이 있는 건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터. 주휴수당을 받기 위한 조건이 세 가지가 있는데, 언젠가 도움이 될 테니 기억해두기 바란다.

하나, 주 15시간 이상 일하기로 약속한 근로자여야 한다.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 그 주에 결근이 없어야 한다. 다만, 근로자 의지와 관계없이 사업주가 '오늘은 나오지 말라'고 한 날은 결근이라고 볼 수 없다.

셋, 다음 주의 근로가 예정되어 있어야 한다. 근로자의 휴일은 다음 근로를 위해 보장되는 것이니 마지막 주는 주휴수당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주휴수당은 사업장의 규모(상시근로자 수)와 무관하게 적용되며, 주5일제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적용받을 수 있는 법이니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만만치 않게 버티고 있는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1단계]

주휴수당 달라고 할까, 말까?

2011년 당시, 청년유니온에서 발행한 주휴수당 관련 웹진.

ⓒ 청년유니온

SNS에 주휴수당을 주제로 노동법 상식을 올린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게시물에는 '이런 거 따지다가 잘리느니 그냥 일하는 게 낫지'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대개의 청년들은 이런 생각으로 주휴수당을 애초에 포기하게 된다.

알바비를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피곤하게 뭘 더 따지느니 조금 손해보고 말겠다는 마음을 비난할 수는 없다. 만약 직장인이라면 상황은 더욱 곤란하다. 지속적으로 근무할(하고 싶은)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는 데에는 큰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직의 경우는 꿈꾸던 정규직 전환이 물거품이 되거나, 재계약에 실패할 것이 두려워 부당함을 알고도 참게 된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도 진정 제기나 소송을 강하게 권유하지 못한다. 그래서 농담인 듯 웃으면서 "언제 그만 두실 거예요?" 하고 묻고 마는데, 사실 농담이 아니다.

주휴수당을 받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바로 목소리를 낼 것인지 말 것인지 스스로 결심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단계가 가장 통과하기 어려운 관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 인생의 피곤함이 더 해질까봐 한 발짝 물러서지 않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용기와 마음을 조금만 내어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현실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2단계]

"주휴수당은 없다"는 사장님

주요 대기업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때의 모습.

ⓒ 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 조합원 A는 한 레스토랑에서 근로계약서 한 장 쓰지 못하고 서빙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월급 통장 내역을 자세히 보다가 주휴수당을 못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돌아온 대답은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라서 그런 거 안 줘"였다. 물론 이 황당한 답변은 노동관계법령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비록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지만 근무기록과 통장내역을 다 가지고 있었던 A는 관련된 자료를 들고 노동상담을 받았다. 게다가 A는 사장님과의 전화 내용까지 녹취로 남겨놓은 치밀한 알바였다. 청년유니온에서는 자료에 근거한 체불임금 산정내역을 조합원의 손에 쥐어주었고, A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용노동부에 찾아갔다. 그리고 진정을 제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자신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일해서 돈을 받는 사람도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알아야겠지만, 돈을 주는 사람 역시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관계법령에 나와 있는 사용자의 의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장님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년들은 사업주의 창의적인 답변을 듣는 2단계 관문을 거쳐야 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시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청소년이라서 주휴수당을 줄 수 없다', '지각을 많이 해서 주휴수당을 줄 수 없다'는 등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사업주의 창의적 답변들을 전해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그러나 이런 블랙코미디쯤이야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으니, 사업주를 위한 노동법 교육이나 제대로 자리 잡히길 바란다.

[3단계]

사장의 부당해고에 맞서는 방법

또 다른 청년유니온 조합원 B는 고급 일식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에게 주휴수당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주휴수당? 너 손님들한테 팁 받은 게 주휴수당보다 훨씬 많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고급 일식집이라 비싼 양복을 입은 손님들이 알바에게 팁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장님 입장에서는 '팁도 받아놓고 주휴수당 타령을 해?'라고 괘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손님들에게 받은 팁은 임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주휴수당 미지급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사장님은 당당했다. 그리고 조합원 B는 마지막 달의 월급도 받지 못한 채 해고를 당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B는 꼼꼼히 근무기록을 챙겨놓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노동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사업주에게 임금체불에 관한 내용증명을 보내서 체불된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고, 다행히도 월급과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있다. 정 상궁이 "어찌 홍시라 생각하느냐?" 묻자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라고 장금이가 대답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니 노동상담을 통해 만난 청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찌 주휴수당을 달라하느냐?" 묻는 사장님에게 "법에 나와 있어서 주휴수당을 달라고 하는 것인데 어찌 주휴수당을 달라 하느냐 물으시면… 그건 그냥 법에 보장된 권리인데…". 그저 법에 나와 있어서 달라고 했다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는 청년들의 슬픈 일상이 바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노동의 대가는 청년에게도 정당해야 한다

▲ 청년유니온 트위터커피빈 주휴수당 지급

ⓒ 백우연

노동에 따르는 대가는 정당해야 한다. 주휴수당 역시 노동에 따르는 정당한 대가이다. 이 단순한 진리가 청년들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주휴수당은 청년유니온이 지난 2011년 9월 '주요 대기업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나서야 주휴수당이란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

이에 지난 2011년 10월, 카페베네에서는 본사 직영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미지급된 주휴수당을 모두 정산하여 지급하고 퇴직자의 경우도 기존에 미지급된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에 합의했다. 커피빈 역시 3000여 명의 아르바이트생에게 약 5억 원을 지급했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것은 1953년인데, 거의 6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해 왔을지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한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고생이 사장님에게 주휴수당을 요구하자 들었던 대답은 "내가 12년 동안 편의점 하면서 너 같은 애는 처음 본다"였다. 지난 12년 동안 그 편의점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몇 명이고, 그들은 얼마나 많은 임금체불을 당해야 했을까?

지난 2011년 '주휴수당'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점령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청년들은 이처럼 힘든 관문을 거쳐야만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노동의 대가는 정당해야 한다는 정신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이라는 합리화로 청년들의 권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일상적 박탈이 일상적 보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피곤함을 마다 않는 사람들의 더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다. 늘 그렇듯, 큰 변화는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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