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곡 쓰고 랩하는 디템포입니다.
2013년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싱글을 발매하고 있고, 5월 초
'안생겨요' 라는 싱글을 오늘의유머에 소개드렸습니다.
응원 해 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6월 18일 발매한 새 싱글 '치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 과정을 써 보려고 합니다.
이번 싱글 '치킨'은 '왜 우리는 결국 치킨집을 할 수밖에 없는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곡입니다.
예비군 훈련 중 문득 2마디 정도의 가사와 멜로디가 떠올라
급하게 녹음해 놓고, 그 조악한 음성메모를 토대로 편곡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Reason 7라는 DAW으로 이 곡을 작업했습니다.
큐베이스, 로직 등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고 많이들 알고 계신 프로그램들이 있죠
이런 프로그램을 Digital Audio Workstation, 즉 DAW라고 부르는데요.
프로그램 내에 다양한 악기와 이펙터들이 내장되어 있고
또 다른 회사의 악기들을 확장 설치하면서 그 악기들로 곡을 만들고,
이펙터들로 곡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서 완성된 하나의 곡, 여러분이 들으시는
앨범 수록곡으로 만드는 프로그램들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리즌7의 경우 국내에 사용자가 많지는 않지만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고, 손에 익다 보니 이 녀석을 놓을 수가 없네요
저는 이전 버전을 학생용 버전으로 20만원대에 구입했는데
아주 뽕을 뽑고 있네요^^
그럼 이제 곡이 어떻게 구성되어 가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치킨의 프로젝트를 켰을 때 나타나는 화면입니다.
좌측에 트랙의 이름이, 화면 전반에 그 트랙이 어떻게 연주되는지 표시된 트랙들이 나열되어 있는데요,
치킨의 트랙은 70여개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악기와 사람 목소리, 효과음 등이 70가지가 들어가야
한 곡이 완성되는 것이죠.
위의 사진을 보시면, 화면 한 페이지 대부분을 드럼 트랙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킥, 하이햇, 스네어 등 한 가지 소리의 드럼 샘플을 각기 리즌의 NN-XT 샘플러에
불러와서 작업 했기 때문에, 트랙이 약간 정리되지 않아 보이네요^^
* 샘플러는 오디오 파일을 프로그램 내로 불러 와 자유롭게 편집하고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악기입니다.
이 화면은 믹서입니다.
공연장이나 방송국 등에는 항상 이런 모양의 콘솔을 앞에 두고
음향을 봐주시는 분이 계시죠
리즌의 믹서는 SSL9000k라는 유명한 믹서를 모델링하여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소리 크기를 조정하고,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죠.
윗쪽 사진에 있던 드럼, 베이스, 브라스 트랙 외에 여러 개의 기타 트랙과
브릿지에 들어가는 어쿠스틱 드럽 룹이 보이네요.
저 옆에는 곡에 짤막짤막하게 들어가는 효과음들
(부웅~, 퍼엉~, 슈우우우우우욱 등, 이 곡의 특성에 따라 닭 울음소리 4종류 정도)
이 15개 가량 들어가 있습니다.
쓰다 보니 깨달았는데, 제가 트랙의 칼라 설정을 거의 안하고 되는대로 두는군요..
이 사진에는 보시는 것 처럼 녹음된 보컬 트랙들이 있습니다.
이 곡은 저 혼자 부른 곡임에도 14개의 트랙을 사용했네요
14개의 트랙이 각각 목소리를 내지만 번잡하지 않게 하나의 노래로 들리도록 하는 게 어렵죠^^
본격적으로 각 트랙별로 살펴보겠습니다.
멜로디 트랙입니다. 이번 노래 치킨의 경우
후렴의 '나중에 크면 나도 치킨집 해야지. 취직은 어렵고 음악은 돈이 안돼 Babe~'
부분이 우연히 흥얼거리다가(예비군훈련장에서..) 나왔고,
이후에 앞부분 멜로디와 가사를 다 완성해 놓은 다음 편곡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멜로디를 표시할 때 버릇처럼
리즌의 신디사이저 Subtractor의 요 패치를 사용하는데요.
표현하자면.. 삑삑거리는 소리입니다^^
이 소리가 어택 타임이 빨라서 멜로디 표시하기에 좋고
(첼로같은 악기들은 현을 그으며 소리가 나기 때문에 시작 지점보다 조금 소리가 늦게 나죠)
무엇보다 제가 지금까지 써 왔던 곡들에는 어떻게 넣어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쌩뚱맞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건 악기가 아니고 멜로디임' 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쓰고 있습니다.
다음은 리즌의 샘플러 NN-XT로 불러온 킥 트랙입니다.
네..
몹시 단순해 보이죠?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곡의 전체에 걸쳐 포비트(쿵 짝 쿵 짝!)로 킥이 때려주면서 직선적이고 전진하는 느낌을 나게 했고
곡을 들어보시면 간간히 달라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스네어는, 3개의 트랙을 사용했는데, 포비트 2, 4 박자에 기본적으로 나오는 스네어가 하나,
두 마디(스네어가 네번 나올 때)마다 한 번씩 들어가는 조금 더 긴 소리가 하나 들어갑니다.
(쿵 팍 쿵 팍 쿵 팍 쿵 파아아아아아악-)하는 느낌으로 변화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조금 더 소개하고 싶은 마지막 스네어는, 리즌의 룹 플레이어 Dr.Octorex의 룹 중
덥스텝류 드럼 룹에서 따왔는데요,
1절에서 후렴으로 넘어갈 때 딱 한번 나와서 '이제 넘어감' 의 역할을 하고자 했습니다.
들어보시면, 후렴이 나오기 전에 뭔가 '파아앙~' 할거에요.
보시면 수많은 슬라이스 중 스네어 슬라이스 딱 하나만 남겨두고 사용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리즌의 샘플러 NN-XT에 불러온 클랩인데요,
박수소리입니다.
클랩은 이 곡에서 벌스1 마지막 부분에 스네어 역할로 잠깐, 그리고
위에 보시는 것처럼 벌스2에서 느낌의 변화를 주기 위해 두 트랙이 함께 나옵니다.
랩으로 구성된 곡은 멜로디에 의한 A, B 송폼 구분이 약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변화를 많이 주려고 하는 편인데요, 클랩을 이렇게 사용하면 왠지
'음? 뭔가 변했다?' -> '어.. 뭐... 뭔가 나올 것 같아..'
의 느낌이 들어서 이렇게 넣었습니다.
하이햇 트랙 3개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하이햇이 엇갈리면서 박자를 쪼개고 있고,
오픈 하이햇은 정직하게 마지막에 나와줍니다.
샘플러 각 건반에 세 개의 샘플을 달리 불러와서 할 수도 있지만,
멀티파일을 만들 때 어차피 하이햇 소리별로 분류하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세 트랙으로 하이햇을 나누게 되면 실시간으로 함께 연주할 수 없는데요,
그래서 저는 먼저 콩드럼으로 하이햇을 건반으로 연주한 후, 곡에 어울리는 하이햇 샘플을
각기 찾아 트랙별로 붙여넣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심벌을 각기 다른 소리를 두 개 정도 불러와서 구간에 맞추어 연주 해 주었구요.
이렇게 해 주고 나면 기본적인 드럼이 완성되는데,
저는 후렴에서 하이햇이 정신없게 쪼개지면서 여기저기서 나오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루프를 하나 불러왔구요. 내장 룹들 중에 악기별로 구분이 되어있는 룹들이 있습니다.
그 중 스네어가 약하고 킥이 없는 룹을 불러와서 이미 만들어진 드럼에 덧씌웠습니다.
룹에 들어있는 하이햇과 스네어, 퍼커션 등이 들어가면서 하이햇이 보다 복잡해지고
엠비언스감도 약간 생기도록 했습니다.
후렴에서는 이런 퍼커션 룹도 하나 들어가는데요,
퍼커션이라 함은 한때 유행했던 '젬베'를 떠올리시면 쉬울겁니다.
하이햇 라인+하이햇 룹+퍼커션 룹이 합쳐져서
포비트 킥 스네어와 대비되는 복잡한 리듬을 만들어주도록 했습니다.
다음은 벌스2 후반부에 살짝 들어가는 룹인데요
아까 클랩 소리가 나오는 부분에서 분위기의 전환을 조금 더 분명하게 하고 싶어서
글리치 룹 중 어울리는 것을 불러와서 넣었습니다.
글리치 룹은 잡음같은 소리들인데, 이게 뒤에 깔려주면서 오묘한 느낌이 들게 하더라구요^^
다음은 베이스입니다.
'치킨'은 악기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편이고, 베이스가 전체를 리드해가는 느낌입니다.
곡의 주제를 '치킨'으로 정했을 때부터 흔히 말하는
'치킨베이스'의 느낌을 차용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요.
Jaco pastorius 행님의 치킨베이스 특유의 상승하는 느낌을
제 곡 키에 맞추어 눌러보면서 하나하나 연주한 후 박자를 살짝 에디팅했습니다.
벌스1과 벌스2 후반부에는 근음 위주로 변주가 되는데요,
곡의 진행에 살짝 쉼표를 줄 목적과
그 부분에 나오는 기타와 음이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목적이었습니다.
베이스는 리즌의 신디사이저 Thor의 기본 패치를 바탕으로 곡에 어울리게 약간 소리를 바꾸었습니다.
어떻게 바꾸었는지는 비밀(및 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다음은 후렴에 나오는 브라스입니다.
전체적으로 곡이 들뜬 분위기이다 보니 브라스를 넣고 싶었고,
포인트마다 '빰!' 해주는 소리와 슬쩍 깔려주는 소리를 각기 불러와 사용했습니다.
리즌에 기본적으로 내장 되어있는 브라스 소리는 조금 약하고
소리 톤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위 사진과 같이 리즌의
오디오메틱 레트로 트랜스포머와 퍼버라이져라는 톤메이커를 통해 소리를 조금 만졌습니다.
본래 톤에 비해 카랑카랑하고 힘있는 느낌이 나도록 했죠.
* 브라스는 섹소폰, 트럼펫, 트럼본 등 쉽게 금관악기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말씀드렸던 '빰!'하는 소리의 미디신호인데요,
보통 브라스를 각 악기별로 따로 불러와서 좌우 위치를 정해준 후
합주하도록 하는데, 이 곡에서는 후렴 보컬이 좌우로 넓게 퍼져 있어서
적당히 중앙에서 맛깔나게 '빰!' 하도록 했습니다.
베이스와 함께 곡에서 굉장히 많은 역할을 해 주는 기타인데요.
기타는 프로그램 내의 악기로 표현하기가 굉장히 힘이 듭니다.
그래서 쿨하게 기타리스트 친구를 섭외해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위 사진은 곡의 인트로와 후렴에 들어가는 기타리프와
곡의 마지막에 나오는 기타솔로 두개의 기타 이펙터입니다
기타를 연주하면서 프리셋 중에 마음에 드는 소리를 찾은 후
더 톤을 잡아서 녹음했습니다.
기타녹음을 직접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기타를 쳐준 친구와 상의 해 가며
재미있게 진행했습니다.
이번엔 갑자기 다른 곡으로 바뀌어버리는 듯한
브릿지 부분의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브릿지의 리듬을 담당해준 룹입니다.
왠지 룹을 엄청 갖다쓰는것같은데..;; 이 곡에서 내고 싶었던 메탈음악같은 드럼에 어울리는
룹이 있어서 해당 톤의 룹 여러개를 가져와서 짜깁기했습니다.
요런 식으로 말이죠^^
들으실 땐 하나의 드럼 소리지만 사실 여러 드럼 소리를 잘라붙여서 만들어졌습니다.
다음은 브릿지에 나오는 베이스입니다.
리즌7 내장 베이스 앰프를 사용했구요. 기타 녹음과 마찬가지로 진행되었습니다.
한 가지, 베이스 톤은 마음에 드는데 약간 넓게 퍼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스테레오이미저를 통해 가운데로 확 몰아버렸습니다.
브릿지에 나오는 드라이브 기타는 원래 리즌 내장 앰프로 일차 녹음이 진행되었으나,
마음에 드는 톤이 나오지 않아 POD Line6 이펙터를 통해 톤을 만들어서
재녹음을 거쳐 완성했습니다.
요 녀석이지요.
여기까지, '치킨'의 뼈와 살이 다 완성되었습니다.
이외에는 다양한 효과음 트랙들이 줄을 이어 있는데요,
샘플을 골라 사용한것, 샘플을 킥과 사이드체인 컴프레서를 걸어 울렁거리게 한 것,
신디사이저를 통해 만든 것, 피아노로 살짝 연주한 것, 그리고 닭 울음소리 및 양계장 소리까지
필요하다 싶으면 되는 대로 찾고 만들어서 썼습니다.
닭 울음소리 일부에 리즌 음정 보정 툴인 Neptune을 이용해서
흔히 티페인 이펙트라고 불리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기계음같이 노래하는 부분들 있죠?
보컬 녹음은 랩은 메인 2트랙, 더블링 좌우 한 트랙씩, 약간의 애드립을 한트랙 더 녹음했구요
후렴은 센터, 좌, 우 각 한 트랙씩 세 트랙과, 후렴 마지막 부분에 화음을 넣는 트랙 좌우 한 트랙씩 녹음했습니다.
브릿지도 두 트랙으로 끊어 녹음되어 있습니다.
보컬은 특별한 효과를 주거나 하지는 않았고, 깔끔하고 가사 전달이 잘 되게, 잘 들리게
랩하고, 녹음하고 믹스했습니다.
여기까지, 간단하게 하려고 했지만 예상보다는 조금 덜 간단해진
제 싱글 '치킨'의 작업 과정을 마칩니다^^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한 분에게 조금이나마 흥미로운 글이었기를 바라며,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댓글을 통해서 활발하게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대체 어떤 곡이냐? 한번 들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