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는 2일 덴마크에 체류 중이었던 정유라 체포 소식을 전했습니다. 정씨가 체포되는 순간을 찍은 화면도 단독으로 내놨습니다.
정유라가 체포될 수 있었던 건 현지에서 정유라를 취재하고 있었던 JTBC 기자의 신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JTBC 기자의 신고로 정씨가 체포되고, 보도까지 나온 상황인데 이를 두고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박상현 메디아티 이사의 글을 싣습니다. 반박의 글도 환영합니다. 유의미한 논쟁이 되길 바랍니다.
요약.
1. 기자는 사건을 보도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백하게 어긴 것이다. : JTBC 기자가 현지 경찰에 신고를 하고 체포되는 장면을 촬영해서 보도한 것은 기자는 사건을 보도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백하게 어긴 것이다. 그가 시민으로서 신고하기로 했다면 보도를 포기했어야 했다. 그리고 만약 보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관찰자로 남았어야 했다. 그게 보도윤리다.
2. 기자들이 이제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트위터로 무장한 일반시민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손발을 다 묶는 원칙을 지켜야 할까?
3. 야생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도 먹이사슬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개입할 수 없는 원칙이 있다. : 어린 새끼들 앞에서 치타에게 물려죽을 위기에 처한 어미 사슴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알려서는 안된다는 원칙 말이다. 사슴 한 마리를 살려준다고 아프리카의 생태계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선례는 다른 개입을 불러온다.
4. 정유라는 체포되었어야 한다, 그것도 진작에. 하지만 그것은 기자의 역할이 아니다. : 양심 있는, 행동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기자의 역할은 다르다. 특히, 자신의 신고로 자신이 속한 언론사의 시청률이 올라간다면 그때부터는 '이해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라는 심각한 문제 마저 낳는다.
5. 보도를 하기로 했다면 신고하지 말았어야 하고, 신고하기로 했으면 보도하지 말았어야 한다. : JTBC 기자는 "그럼 눈 앞의 범인을 신고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항변해서는 안된다. 보도를 하기로 했다면 신고하지 말았어야 하고, 신고하기로 했으면 보도하지 말았어야 한다. 시민으로서의 양심이 울어도 그게 프로페셔널리즘을 지키는 대가다.
6. 비록 JTBC는 선한 의도로 문을 열었겠지만, 문이 한 번 열리면 그리로 쓰레기가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 JTBC가 이번 박근혜-최순실 문제를 다루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보도가 앞으로 한국언론에 중요한 선례를 남긴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이제까지 아무도 넘어서지 않았던 선을 넘었고, 열지 않았던 문을 열었다. 비록 JTBC는 선한 의도로 문을 열었겠지만, 문이 한 번 열리면 그리로 쓰레기가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