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중3인데, 어제 시험 보고 한 얘기가 웃겨서 같이 웃자고 씀.
<201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라는 거창한 제목의 시험인데, 이게 학교 줄세우기 라고 말 많았던 그 시험인 것 같음.
참고로 울 딸은 시험 기간이 되어야 공부 좀 하고, 평소엔 놀기만 하는 훌륭한 학생임.
사회 시험을 보는데, 역사 문제가 같이 나왔다고.
( ) 안에 들어갈 말을 쓰는 건데,
신라의 ( )는 당나라 유학을 가다 돌아와 ( )의 전파를 위해 노력했다. 뭐, 대충 이런 문제였다고 함.
누가 생각남? 원효? 맞음.
근데 울 딸은 그 이름이 생각 안나고 무슨 대사 라는 것만 생각났다고 함.
그래서 답을 그냥 '스님' 이라고 썼다고..ㅋㅋㅋㅋ
그 말을 들은 내가 막 웃었더니, 자기 반에 '스님'이라 쓴 애가 또 한 명 더 있다고 함.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더 크게 웃고 있는데, 어떤 애는 답을 '고타마 싯다르타'라고 썼다고.. ㅍㅎㅎㅎㅎㅎ
석가모니가 불교를 공부하러 중국에...ㅋㅋㅋㅋㅋㅋ
아효,, 얼마나 웃기던지..
그리고 또 다른 문제,
태양왕이라 불리는 유럽의 왕과 그가 지은 궁전의 이름을 쓰는 문제였다고.
루이 14세와 베르사이유 궁전임.
울 딸, 아는 궁전이 베르사이유 궁전 밖에 없어서 그걸 적었는데 맞았다고 좋아함.
근데 태양왕은 누군지 도무지 모르겠고, 그리스 신화에서 본 이름이 생각나서 '아폴론'이라 적었다고..ㅋㅋㅋㅋ
자기 뒷자리에 앉은 애는 그것 마저도 헷갈려서인지 '비너스'라 적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애는 '엘리자베스 여왕'이라고... ㅍㅍㅍㅎㅎㅎㅎㅎㅎ
아이고 웃다가 죽을 뻔 함..ㅋㅋㅋㅋ
그렇게 웃다보니 추억이 생각남.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받을 땐데, 어느 날 갑자기 한자 시험을 보는 것임.
문제 중 하나가
兔死( )烹
에서 ( ) 안에 들어갈 한자를 쓰는 거였는데, 뭐겠음? 답 보기 전에 한 번 써보시기 바람. 토사구팽의 구, 개 구 狗 ...
근데 한자가, 읽을 수는 있는데 막상 쓰려고 하면 머리 속에 안개가 낀 듯이 먹먹해지는 경험, 많이들 있지 않으심?
저도 그랬음..ㅋㅋㅋ
개 구 자가 대략의 형태만 생각나고 쓸 수가 없는 것임.
그래서 할 수 없이 개 견 犬 자를 썼음. 토사구팽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어필하고 싶어서.ㅋㅋㅋ
근데 시험 끝나고 얘기를 해 보니, 개 견 자를 쓴 사람들이 꽤 많은 거였음.
서로 막, 나도 나도,,, 그러면서 개 견 자 쓴 사람들끼리 웃고 있는데, 지도선배가 시험 결과를 알려준다고 모이라고 함.
역시 토사구팽 얘기가 나왔음.
지도선배 왈, "토사견팽이 왜 일케 많아? 토사견팽이 뭐냐? 심지어 토사태팽도 있어!"
개 견 犬 자 쓰려다 클 태 太 자 쓴 사람도 있었던 것임. ㅍㅎㅎㅎㅎ
입문교육 프로그램 중에 연수원 외부에서 하는 것도 있어서 어느 날은 시내를 나가게 됐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서점을 들렀는데, 눈에 잘 띄는 곳에 조정래의 太白山脈 이 진열돼 있는 것임.
그걸 보고 빵 터진 우린, 견백산맥이다, 구백산맥이다 그러면서 소란을 피우다 서점 직원 눈치에 밖으로 쫒겨남..ㅋㅋㅋ
딸 덕분에 오래 전 웃겼던 기억을 떠올림.
생각해보니 역시 그 아빠에 그 딸인 듯..ㅎㅎㅎ
에 또,, 다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