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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영국에서 온 선수, 한국에서 온 감독 1편.
게시물ID : humorstory_4197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rvina
추천 : 1
조회수 : 44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25 12:15:48

 

8FddJpk.jpg

 

이 글은 특정 인물의 이름을 빌렸을 뿐,  100% 픽션입니다. 

 

"똑똑똑....."

"똑똑똑....."

"주영아? 안에 있니? 있으면 좀 대답해봐."

 

명보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대답없는 방문을 자꾸 두드리지만 주영은 요지부동이다. 이미 그의 자존심은 무너질대로 무너졌고 더이상 누구의 얼굴도 보기가 싫었다. 

 

"그만 돌아가세요. 감독님."

"그러지 말고 우리 얼굴보면서 대화로 풀자. 응?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문 좀 열어봐...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감독님 얼굴 지금은 보고 싶지가 않아요. 훈련장에서 뵐게요."

"딱 5분이면 되니까 문 좀 열어다오. 보는 눈도 있고 내 입장이 뭐가 되니?"

"그럼 제 입장은요?"

"아 그러니까 얘기하려고 하는거잖아. 잠깐 문 좀 열어봐 주영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복도 바닥을 내려다보는 명보. 그 순간 닫힌 문이 열리고 주영의 얼굴이 보인다. 

 

"정말 잠깐만이에요."

"그래. 고맙다. 우리 얘기로 풀자. 선배가 잘못했어."

"아니에요. 다 제탓이죠. 애초에 여기 따라오는게 아니었는데."

"그런거 아니라니까 정말. 오해고 그런거 아니야 진짜."

"그런데 그럼 왜 후반 시작하자마자 저 뺀건데요? 진짜 그럼 제가 뭐가되요? 욕은 제가 다 먹고. 풀타임 뛰었으면 저 분명히 골 넣을 수 있었다구요!!"

"알지 알아. 내 실수야. 빼려고 뺀게 아니라 진짜 내 생각이 짧았어."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저는 골도 못 넣고 알제리한테 졌는데."

"내가 부족해서 그래 내가...마음 좀 풀고 우리 다음 경기 생각해보자."

"다 필요없어요 이젠."

 

쌀쌀한 말과 함께 주영은 명보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버린다. 움츠러든 어깨가 어느새 들썩 거리고 그걸 바라보는 명보는 마음은 무너질 것만 같다. 이대로 주영을 둘 수는 없다. 이 여리고 착한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나...다 내 탓이다. 내가 좋아서, 내가 필요해서 데려왔을 뿐인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명보는 뒤에서 주영을 조심스레 껴안는다. 주영은 갑작스러운 명보의 행봉에 살짝 당황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 몸을 이래저래 움직이며 벗어나려고 하지만 좀처럼 명보의 잡은 두 손을 풀리질 않는다. 항상 무뚝뚝하고 표정없는 냉정한 남자처럼 보이지만 넓은 어깨로 자신을 감싼 그의 몸은 더 없이 따뜻하다. 그러던 순간 어느덧 얼음처럼 차가워졌던 주영의 마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더니 전보다 훨신 부드러운 투로 명보에게 말한다. 

 

"감독님... 저 이제 어떡해요......"

"괜찮아 괜찮아. 아직 아예 떨어진 것도 아니고 희망도 있어. 뭣보다 니 잘못도 아니야."

"감독님은 제 마음 몰라요."

"아냐. 내가 왜 니 맘 모르겠어. 내가 제일 가슴 아팠고 미안했어."

"치...그런데 나한테 어떻게 그래요? 러시아전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두번이나 그러는건 너무 하잖아요."

"너 그렇게 힘든데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내 딴에 챙기나는게 일이 그렇게 될 줄은 몰랐어. 정말 미안하다."

"감독님..."

"우리 둘이 있을 때는 제발 그 감독님이라는 소리 좀 안 하면 안돼? 왜 평소처럼 선배라고 부르지 않는건데?"

"듣는 귀들도 많고...솔직히 우린 감독과 선수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요."

"무슨 섭섭한 소리야 그게...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그럼 뭐요? 솔직히 감독님 저 싫어하잖아요. 이제 신욱이랑 근호, 걔네들 더 이뻐하는거 아니었어요."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 절대 하지마. 나는 너 뿐이야."

"그럼 벨기에전 선발로 누굴 낼 건데요?"

"누구긴 누구야 당연히 너지."

"그러다 감독님 또 욕먹으면 어떡해요....."

 

주영의 그 한마디에 명보의 심장이 내려앉는다. 이렇게 착한 아이가 있을까? 자기보다 날 먼저 걱정해주고 울어주는 아이가 대표팀 중에 이 아이말고 또 누가 있을까...

 

"세상 사람 다 욕해도 네가 날 믿어준다면 난 그것으로 족해." 

"벨기에전에서 제가 또 골 못 넣으면요?"

"그게 니 탓이겠어. 성용이 흥민이 이런 애들이 널 못 받쳐주니까 그런 걸테지."

"그럼 저 벨기에전 선발 걱정 없는거죠?"

"그래 그래 걱정마. 벌써 출전명단에 니 이름부터 올려놨어."

"알았어요. 선배. 저 지금 씻으려던 중이니까 씻고 선배방으로 잠깐 갈게요. 이따봐요."

"그래. 늦어도 상관없으니까 꼭 이따 들려. 알았지? 너무 걱정말고 기분 풀어."

 

명보는 어느 정도 만족한 얼굴로 주영의 방을 나간다. 명보의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걸 보지 못한 채...

 

한편 이 모든 것을 신욱은 지켜보고 있었다. 복도를 지나가던 중 주영의 방이 살짝 소란스러워 귀를 대어봤더니 명보의 목소리가 들리고 주영이가 혼나고 있겠거니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되려 용서를 구하는 명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더이상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 신욱을 아주 조심스레 주영의 방문에 귀를 가져다 댄다. 

 

""우리 둘이 있을 때는 제발 그 감독님이라는 소리 좀 안 하면 안돼? 왜 평소처럼 선배라고 부르지 않는건데?"

 

명보의 목소리. 심장이 내려앉는다. 결국 그런거였단 말인가? 내가 러시아전에 나서지 못한 이유, 내가 알제리전에 뛰지 못한 이유가 고작 이런 이유였단 말인가? 진실을 알아 챈 신욱의 눈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고이더니 곧 쏟아질 기세다. 신욱은 우는 소리가 그들에게 둘릴까봐 미쳐 모든 대화를 듣지 못한채  서둘러 눈물을 닦고 조심스레  방으로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 

 

'둘다 가만 두지 않겠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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