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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태권도 시범단
게시물ID : humorstory_4197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군★
추천 : 1
조회수 : 80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25 15:31:16

나는 태권도 선수 출신이다.

운동은 좋아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태권도 도장에 다녔고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태권도 선수를 했다.

덕분에 12년 동안 태권도를 연마를 하고 지금은 그 경력을 바탕으로

남자 간호사를 하고 있다....

때는 십여년 전....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여느때처럼 학교에 등교를 했는데 체육선생님이 함께 운동을 하던 친구 몇놈과 선배 몇명을 부르더니

"이번에 우리 시에서 고등학교 머시기 축제를 열기로 했다. 그리고 각 학교마다 장기자랑을 하기로 했는데

우리 학교는 태권도 시범을 하기로 했다. 너그들 다들 잘할 수 있제? 너그만 믿는다~ 아직 연습할 시간 많으니까

너그 담임한테 이야기 해서 시간 빼 줄테니 축제 준비해라!"

이렇게 이야길 하셨다.

음.......태권도 시범이라....뭐 할게 있나??

역시 태권도의 꽃이라 하면 화려한 발차기로 송판을 파바박!! 

바로 벽파!!!였다~

발차기야 늘상 하던 것이고 송판이란 것이 발로 툭 치기만 해도 박살이 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발차기를 간지나가 할 것인지 서로 상의를 했다.

날쌘돌이 친구는 540도 회전 발차기를

점프력이 좋은 선배는 달려와서 덤블링을 하며 어깨에 올라탄 놈이 들고 있는 송판을 날려버리고~

자세가 좋은 선배와 친구는 품세 시범을 보이는 것이고~

당시 186에 85킬로가 나가는 나는 여러장의 송판을 대고 주먹으로 송판을 박살내고~

발차기를 잘하는 친구놈은 사방에서 송판을 들고 있으면 마치 액션배우 마냥 사방의 송판을 격파하는 것이었다~

말로만 계획을 다 짜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것이 학생의 본문이었건만.....

모범생도 아니고 운동만 하던 우리로써는 수업시간을 빼준다는 것 자체가 꿀이었다~ ㅎㅎㅎ

해서 수업시간에 빠져나온 우리는 학교 체육관 뒤에 매트를 깔아놓고 대애충 발차기 몇번 품세 몇번 하고는...

걍 잤다..........;;;

모든것을 우리 스스로 하도록 일임을 해놓으신 체육 선생님도 그닥 우리에게 신경을 써주는 눈치는 아니었고....

무튼 축제 당일까지 탱자탱자 놀고만 있던 우리는 한가지를 까먹고 있었다........

바로.......

송판!!!

질 좋은 송판을 구입해야 되는데 모두들 신경도 안쓰고 있었기에 한놈에게 알아서 송판을 구입해오라고 한뒤

축제 당일!!!

이 미친놈한테 시키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 미친놈은 격파용 송판을 구해온 것이 아니라

제재소에 가서 방금 구운 따끈따끈하고 촉촉한 소나무를 썰어서 온 것이었다........

송판이란 것이 바짝 마르고 결대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서 손으로 살짝 구부리기만 해도 팍! 소리를 내며 부러져야 하는데...

아직 마르지도 않은 송판은......정말 굵은 소나무를 잘라 온 것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옹이까지 박혀있어 박살내는 것은 꿈도 못꿀뿐더러.....

더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것은.......이 미친놈이 송판을 사서 어디에 잘 보관한게 아니라 그냥 창고 밖에다가 내놨고

축제 전날 비까지 내려 수분을 듬뿜 머금고 있었다.....

무겁고 옹이가 박히고 물까지 머금고..격파용 송판도 아니라서 단면이 그냥 톱으로 썰어온 것마냥 사포같았다....

갯수도 넉넉하지 않아서 연습조차 불가했다...

이 사태를 수습은 이미 불가....축제 당일 축제 장소에서 송판을 봤으니......

저 멀리서 체육 선생님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너희만 믿고 있다고.....잘하라고.......학교 망신 시키면 뒤진다고......

하아......누구의 잘못이라 할 수 있겠는가.......우리가 신경을 안쓴 것인데....

우리 차례가 되고.......되기도 전에 우리는 망했다는 생각과 예상보다 축제 규모가 커서 우리 시의 전 학교 말고도 다른 시의

학생들이 바글바글 했기에 이미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우리의 차례가 되고.......

먼저 540도의 주인공이 관객들을 휘어잡기 위해 나갔다!!

새하얀 태권도복을 입고 우렁찬 기합을 똭!!! 지르자~

엄청난 호응이었다. 대충 나와서 안무만 하다가 들어간 놈들....노래한곡 대충 부르고 간 학교...

지루하던 찰나에 화끈한 격파시범이 나온 것이었다!!

풋풋한 여고생들의 환호에 우리의 마음은 더욱 찌질해져가며....

일단 어쩌겠는가~ 이미 싸질러 놓은 오줌인걸....

친구놈은 멋지게 휙휙휙 돌아서 송팍에 발차기를 내리 꽂았다!!

휙휙휙~~휘리릭 팍!!!

........................

어라...........송판이 멀쩡하다....

우우우우우~~야유가 쏟아지고......

발차기를 한놈은 송판을 잡고 있는 놈에게 찡긋~ 했다 ㅎㅎㅎ

다시 할테니 안부러지면 부탁한다!!

원래 격파라는게 송판이 정확히 맞지 않아도 송판을 잡고 있는 사람이 손으로 부러뜨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다시~

휙휙휙~~휘리릭 팍!!! 

역시 새로 썰어온 따끈한 놈이라 그런지 멀쩡하다...

그래서 잡고 있는 놈이 송판을 손으로 부러뜨리려 송판을 꺽었는데!!!

이 송판으로는 활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구부렸는데 안부러지자 이놈은 힘을 다해서 송판을 꺾었고.........

물먹은 송판은 C 자 모양으로 구부러졌다가

마치 형상기억합금이라도 되는 것마냥......원래의 모양을 되찾았다.

ㅠㅠ

좀전의 그 환호는 온데간데 없고.......야유와 웃음만이 끊이지 않았다....

발차기는 이미 한참전에 끝났건만......

쏘닉붐마냥 발차기는 이미 지나갔지만 송판은 한참뒤에 구부러졌다;;;;

근처에서는 체육선생님의 이글거리는 눈동자와 어찌할줄 모르겠다는 얼굴로 우릴 보고 있었다....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라는 표정으로....

결국은 손으로 송판을 구부려 부러뜨리고 고개숙인 1번 주자가 들어왔다...

우리는 다같이 모여 이 미친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액션 배우처럼 송판을 격파하기로 한놈도 멋지게 발차기를 했지만

액션은 송판이 헐리우드액션만을 펼치고 있었다....

모두 멘붕이 와버렸다...

멋진 품세를 하기로 한 두사람도 멘붕이 와버려 중간에 머리가 백지 상태가 되어 멍하니 서 있다가 욕만 먹다가 들어오고...

어느센가 우리 근처에는 체육선생님마져 보이지 않았다.....

그 부끄러움의 현장에는 우리만 덩그러니 남아 관객들에게 웃음꽃을 피워주고...

드디어 마지막인 나의 차례가 돌아왔다....

6~7장을 겹친 송판을 주먹으로 박살을 내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지만

힘좋은 고삐리가 꺾어도 잘 부러지지 않는 송판......과연 내가 할 수 있을 것인가.....

공연팀의 격려와 응원속에 무대로 나갔다....

친구놈이 두꺼운 송판을 겹쳐서 들고 날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 쒜리야 불안한건 나야..........ㅠㅠ

으랴아아아압!!!!

자세를 잡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보통 두꺼운 격파는 바닥에 내려놓고 주먹으로 내려치지만

우린 겨우....송판이기에 주먹으로 들고 있는 것을 때려 박살을 내는 컨셉이었기에....

송판은 나의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송판을 뚫이지게 쳐다본들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저건 송판이 아니라 마치 도마 같았다....

도끼로 내리쳐도 쪼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일단 가자!!!

이야아아아압!!!!

달려가서 송판에 조먹을 내리 꽂고

팍!!!!

끝!!!!





이 아니었다.

송판은 멀쩡하다.

아프다.........내손이 너무나 아프다. 

난 아픈데...................

난 마이 아픈데................

관객들은 다시 웃음꽃이 피었다.......

대충 만져보니 부러지진 않은 것 같다......

이런 미친.........이대로 내려갈 순 없다!!!

그래도 내가 마지막인데 ㅠㅠ

송판을 들고있는 친구에게 머리 위도 송판을 잡도록 지시했다.

만화책에서 필살기를 쓰면 손이 버티지 못하듯이.......나의 손도 그지경이 됐다....

방법은 이것 뿐이다!!

당수!!!

당수치기로 저 송판을 잘라내듯 박살내겠어!!!

이제 아픈것도 잊었다.

오로지 저 송판을 박살내는 것만이 머리에 들어있다.

이야야야압!!!!

팍!!!!!

우와아아아아!!!!

송판은 박살 났다!!

다행이다.

따끈하다.

눈에서 땀이 난다.

팔에선 피가 난다.

손이 찢어졌다.

새하얀 도복이 젖어온다.

내 눈도 젖어온다.

관객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인사를 하고 후다닥 들어왔다.

내 오른손은 만신창이었다.

주먹을 바라봤다.

도라에몽이다.

팔뚝을 바라봤다.

찢어져 피가 멈추지 않는다.

피흘리는 도라에몽의 손을 가지고 집으로 도망치듯 축제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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