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년 군번이라 많이 변했겠지만,
기본적인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므로 아는 만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본인이 소지한 탄과 수류탄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근무 중이었을 것이고
13소초는 밀조대기실이 막사 바로 옆의 취사장입니다.
아마 밀조로 내려와서 사고 쳤을 겁니다.
몇몇 분들이 실탄과 실수류탄을 소지한 관심병사인데 왜 주시하지 않았을까? 하고 의문을 가지시는데..
GOP 부대 어디든 실탄이나 실수류탄에 큰 감흥이 없습니다.
매일 수령받아 들고 근무 나가고 웬만해선 쓸 일도 없습니다.
쓴다면 간첩 잡고 포상금 포상휴가 받는거겠지만, 그럴 일도 거의 없죠.
그리고 아군에게 총질? 정상적인 정신상태라면 절대 생각 못 할 일입니다.
병장인데도 불구하고 사고를 쳤다...라는건 고참한테나 후임들한테나 다 무시 당하며 생활했다는 거겠죠.
뭐 GOP 부대라고 해서 GOP에만 주둔하며 근무만 서는게 아니라 대대끼리 로테이션으로 올라가는데..
어차피 보병인지라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훈련 때 안퍼지고 잘 걷고 잘 뛰고, 제설작전 때나 진지공사 때 작업 잘 하면
최고로 칩니다. 뭐 잘 생기고 머리가 좋고 사회에서 잘 나갔고 이런거 개나 주고 잘 걷고 삽질 잘 하면 장땡인데죠.
근데 고참들은 물론 후임들한테도 무시 당하고 살며 관심병사였다는건...
훈련 때마다 퍼져서 앰뷸로 이동하고(전우들 다 죽을 것 같아도 이빨 꽉 깨물고 걷는데..)
작업 때마다 꾀병 부리면서 열외타고, 중요한 훈련이나 큰 작업 있을 땐 아예 병원행 할려고 기썼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시대를 떠나서 어느 때나 그런 놈들은 있기 마련이었고, 제가 군생활 할 당시에 저희 소대에도 두 세명 있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런 놈들을 어떻게 관리 or 처리하느냐 하는건데..
가장 쉬운 방법은 취사병으로 쓰는겁니다.
어차피 1소초 1취사장으로 독립취사를 해서 소대원 중에 한 명을 취사병으로 뽑아야 하니까요.
혹은 GOP에 안올리고 부대에 남겨서 내려오는 대대로 전입 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주로 PX병이라던가를 시키면 되니까요.
이도저도 안되서 데리고 가야겠다 싶으면 상황병 시켜야죠.
상황병도 2인1조로 근무서기 때문에 한명 어리바리 타도 업고 갈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한 명이 그만큼 힘들지만 감수해야죠.
사실 사고친 놈을 유령 취급하고 왕따시켰을 소초원들의 잘못도 있겠지만, 더 큰 잘못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애시당초 총을 쥐어주면 안되는 놈이었던 겁니다.
사실 GOP에 올라가면 산 속에서 1개소대가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무뎌집니다.
특히 사고가 났던 13소초는 대공근무지에서 소초로 오는 인원이나 차량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중대장님 순찰이나 상급부대 순찰에도 안전빵이라 더더욱 무딥니다;;
지루할 뿐이죠...그런 안이함? 무딤? 이런게 이런 사고를 불러일으켰다고 봅니다.
관심사병은 말 그대로 관심을 줘야하는 병산데...아마 개무시 당하며 생활했을 테니까요.
후~ 뭔가 횡설수설 말이 길어졌네요.
참 안타깝습니다.
젊은 날에 떠난 후배 사병들에게 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