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참게 됩니다
게시물ID : animal_92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린드로스트
추천 : 4
조회수 : 5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25 17:41:11
 오유 게시판이나 주변의 동물을 기르는 지인들을 볼때마다 미친 듯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은데 제 현실과 상황을 돌아보며 항상 자제하게 됩니다.
특히 냥줍하신 분들이나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분양글 올리실 때는 전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져서 일부러 폰을 꺼버려요.

 과거 초등학생 시절 잉글리쉬 코커스파니엘 혈통도 나름 있는 수컷애를 기르게 되었는데
좀 커서 분양받았는데 아주 새끼때부터 이리저리 분양될 뻔 하다가 말다가 하던 애가 어쩌다 우리집에 온 거라서 꼬리도 안잘려 있었어요.
잉글리쉬답게 덩치도 크고 딴 데서 봤던 다른 코커들보다도 다리도 길고 아주 잘생겼었어요. 
데리고 돌아다니면 다들 와 얘 진짜 잘생겼네요 하고 칭찬을 받아서 괜히 뿌듯하고 그랬죠.

 그리고 그만큼 깨발랄하고 사고뭉치...ㅎ...였습니다. 아시잖아요, 코커가 비글과 함께 손꼽히는 지랄견인거...
긴다리와 함께 발육도 좋아서 집에 오자마자 식탁위에 뛰어올라가서 잔반들을 쓸어먹고 벽지를 찢고 화분을 뜯어먹고...
때문에 현관과 신발장 사이에 좀 넓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집을 두고 외출시나 잠잘때는 묶어뒀었어요. 집에 가족이 있을때는 풀어줬고요.
최대한 사고치지 않게 하려고 매일같이 학교 다녀오자마자 걔를 데리고 일산 호수공원을 자전거로 전속력으로 세바퀴를 돌고 왔죠.

 불쌍하니까 성대수술도 안해서 택배원 아저씨가 오면 미친듯이 짖고, 
당시 초등학생이던 동생을 서열아래로 봐서 동생이 밥주려하면 으르렁대고,
이래저래 사고뭉치였지만 가족들에게는 예쁘고 소중한 또 하나의 가족이었어요. 
아버지는 퇴근하고 밤 늦게 오면 가장 반겨주는게 그 아이니까 너무너무 예뻐하셨고 주말에는 제가 데리고 나가려는걸 아버지가 목줄 가로채시고는
자신이 데리고 호수공원을 달리고 오셨죠.
어머니도 워낙 동물을 좋아하셔서 목욕하기 싫다고 발광하는 걸 데려다가 꼼꼼하게 씻겨주시고 귀도 닦아주시고 항문낭도 직접 짜주셨어요.

 하지만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고2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입시공부를 하게 되었거든요.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고 동생은 개가 동생을 우습게 봐서 손타는 것까지 일일히 돌봐주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때문에 그 아이의 대부분을 제가 맡아서 돌보고 있었는데 그런 제가 바빠지니 평일에 그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졌거든요ㅠㅠ

 어쩔 수 없이 온 가족의 슬픔아래 그 아이를 사촌오빠의 지인께서 운영하는 목장에 보냈습니다.
보내던 날 동생이 아주 오열을 하더라고요. 맨날 개한테 무시당해서 밥그릇 잡을 때마다 덜덜 떨어놓고...ㅋ...
보내놓고 한 달 뒤에 보러갔더니 넓은 목장에서 가축들 쫓아다니면서 아주 신나게 잘 살고 있더라고요. 잘 때 쓰는 우리도 철망이긴 해도 아주 넓었고요.
그 모습을 보니 그렇게 활동력이 넘쳐나는 애를 집안에 가둬놓고 기른 것이 미안했고, 
또 알아보고 뛰어와서 꼬리를 흔들고 지랄발광을 하는 모습에 끝까지 길러주지 못해서 미안하더라고요.

 그 뒤로는 함부로 반려동물을 기를 수 없게 되었어요. 
지금 집은 이사를 해서 지난 집보다 훨씬 넓고 여유공간도 있지만 그래도 못기르겠더라고요. 
저도 아직 학생이고 동생도 군대에 가있지만 제대하면 학생이고... 아버지랑 어머니는 이전만큼 직장에 묶여있지는 않으시지만
그래도 자식놈들 컸고 돈도 벌어놨으니 하고 싶은 것도 병행해서 하시다보니 동물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줄 수가 없어요.
어머니는 그래도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고 하시다가도 아버지랑 동생이 고양이는 무섭대서 포기하셨어요ㅎㅎ
개는 가족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고양이보다도 크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해줄 수 없는 이상 기를 수가 없어요.
소동물도 예뻐하시는 분들에게 실례가 되는 발언일 수 있지만 소동물들은 고양이나 개만큼 한가족이라는 유대감이 느껴지지 않고,
또 그만큼 작고 여려서 더욱 그 생명을 책임지는 것에 부담감이 느껴져요ㅠㅠ

 제가 혼자 독립하고 여유가 생긴다면 고양이를 기르고 싶고, 
부모님은 저희가 독립하고 직장을 관두게 되면 여유롭게 살면서 자식대신ㅋㅋㅋ 개를 기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우리 가족은 그 아이가 가족에게 주는 애정만큼 그 아이에게 시간을 할애해줄 여유와 자신이 없기에, 
그 아이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싶지 않아서 기를 수 없어요.
주말마다 가족이 다 모여서 동물농장을 보면서 개앓이를 하지만 이전에 보낸 애가 생각나서 참게 되더라고요.
그냥 오유분들 반려동물 이야기 볼때마다 부럽고, 분양글 볼 때마다 안타깝고 그래서 두서없이 주절거려 봤어요ㅠㅠ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