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의 개가 죽었다.
마침 주인이었던 할아버지의 일주기(一周忌)의 날에.
할아버지는 개의 산책 도중, 길모퉁이에서 쓰러지시고 거기서 그대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으로...
뇌출혈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러고 1년. 그 개는 주인이 없는 마당에서 무얼 생각하며 살았을까.
할아버지의 첫 제낫날에 할아버지의 아들이 개를 산책에 데려갔다.
신경을 썼던 건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로는 다른 길로 다녔는데, 그 날은 할아버지와 개가 10년 이상 계속 다녔던 길로 산책했다.
할아버지가 쓰러지신 그 길모퉁이를 지나려 할 때,
개는 거기서 갑자기 멈춰서더니 그 자리에 앉았다.
잠시 그대로 두게 했으나 계속 그럴 수는 없었기에 아들은 개를 억지로라도 데리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개는 그대로 잠이 든 것처럼 죽어 있었다.
주인과 반려동물에겐 매우 신기한 인연이 깃든다.
아마 그 길모퉁이에서 개는 할아버지와 재회했을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