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천장의 비밀
게시물ID : panic_829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헨리죠지
추천 : 10
조회수 : 217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31 16:22:02
옵션
  • 펌글
어렸을 적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나이 무렵의 일입니다.

물론 제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만, 아직도 그게 뭐였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친할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뒤 제게 일어난 일들 중 하나입니다.



어릴 적 7살 무렵 음식을 준비해서 근처 밭에서 일하시는 할아버지에게 가기 위해 나서는 할머니를 따라나선 어느 날,

유난히 더웠던 그 날에 기찻길 건널목에서 차단기 고장으로 인해 할머니를 사고로 잃는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아주 가까이서 할머니의 죽음을 보았고 그것은 지금도 제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알수 없는 형체의 그것들과

수습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울부짓던 가족들과 친척들..

그 사이에서 저는 그렇게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여전히 날씨는 무덥고 피비린내는 더욱 뜨겁게 피어 올라왔던 그 날..


그 일이 있고난 뒤 가족들은 많이 힘들어 했고, 제 아버지 역시 무척이나 힘들어하시며 밤이면 잘 드시지도 못하는 술을 드셔며 눈물짓곤 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버지가 저녁식사중 어머니에게 말씀하시길,

"자꾸 꿈에 어머니가 나오셔서 날 불러.. 근데 둘러봐도 안 보이시는 거야..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는데 
 또 부르시길래 문득 천장을 봤더니 천장 구석 환풍기 자리에서 얼굴만 내미시고 날 부르더라고.."

"그냥 꿈은 꿈이예요.. 왜 어머님이 천장에서 불러요. 차라리 창밖이나 문 밖이면 몰라도.. 
 그냥 개꿈이라 생각하고 맘 편히 가져요. 지금은 당신 몸주터 챙겨요 제발.."

어머니의 타박섞인 위로에도 아버지는 자꾸 이상하다며 자꾸 천장을 신경쓰시는 눈치였고, 

옆에서 잠잠히 보고 있던 저 역시 천장구석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언제부턴가 자꾸 천장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어머니가 잠시 외출을 하실 일이 있어 막내 삼촌에게 어린 저와 형을 맡기고 출타하셨고, 저희는 삼촌과 함께 과자를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줌이 마려워서 밖에 있던 푸세식 화장실에 가려고 신발장 옆에 앉아 신발을 신고 있는데, 

문득 거실 천장 구석에서 묘한 움직임을 느꼈습니다 

그 때 살던 집의 천장을 설명하자면 가로 세로로 바둑판 무늬의 알루미늄 앵글에 가로 세로 60cm정도 되는 정사각형 스치로폼 같은 재질의 마감재가 끼어져 있는 형태였습니다.

근데 제일 구석에 있는 스치로폼 하나가 살짝 살짝 움직이며 스으.. 하는 묘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얼어버린 저는 아무소리도 못내고 그저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데 순간 그 스치로폼이 천천히 열리는게 보였습니다.

캄캄한 천장안으로 스치로폼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며, 그 안으로 스으윽..스으윽...하는 알수 없는 소리에 이성을 잃은 저는 소리를 지르며 큰소리로 울어버렸습니다

열리는 천장 사이로 시커먼 천장 안의 어두움을 통해 온 몸으로 전해지던 그 깊은 공포는 어린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깊었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비명을 듣고 놀라 뛰어온 삼촌의 위로와 달램속에서도 제 눈물과 비명은 그치지 않았고 삼촌의 품에 안긴 채 팔 사이로 보이던 닫혀있는 천장은 더 더욱 어린 제겐 무서운 일이였습니다. 자초지총을 듣은 삼촌은 그저 천장 사이로 공기가 통하면서 바람이 부는 경우에 스치로폼이 가끔 바람에 날려 열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지만, 마치 누군가 천장을 열고 그 곳에서 내려올 것처럼 천장 한쪽이 완전히 열린 것이였기에 삼촌의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렸던지라 위로의 자장면을 먹으니 어느새 조금 진정이 되었고 날이 어느정도 흐른 뒤에는 그 일이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난 후 어느 날 합선으로 인해 집에 불이 났고, 

불이 집을 완전히 태운 뒤 진압이 되는 바람에 그 집은 한동안 재 공사가 들어가기 전까지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여 이 터는 저희에겐 훌륭한 놀이터였고 기지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기지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언젠가 천장이 열렸던 그 기억이 나서 친구들에게 그 일에 대해 말해줬지만 친구들은 제 말을 믿지 못했고, 저는 억울해서 친구들을 데리고 이제는 뼈대만 남은 천장을 보여주며 다시 그 때 일을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문득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야..저기 바둑판 같은 모양 앵글하고 위쪽 천장하고 한뼘도 안 되는데..?"

"그게 뭐!!"

저는 제 말을 믿지 못하는 친구에게 짜증을 냈지만, 친구가 또 다시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네가 그랬잖아. 구석 천장이 완전하게 열렸다며!!
 근데 저렇게 윗 천장이랑 바둑판 모양 앵글이랑 한뼘 차이인데 어떻게 60cm짜리 스치로폼이 바람이 열리나고 그것도 완전히~!"

깜짝놀라 천장을 보니 다 타버린 곳엔 이제는 앙상한 앵글만 남아있었고 그 앵글과 윗쪽 천장 사이는 말 그대로 한뼘도 안 되어 보였습니다.

적어도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 작은 공간 사이로 큰 스치로폼이 열릴 수 없는 구조였죠.

하지만 나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천장이 완전히 수직으로 열리며 이상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내려올 것만 같았던 그 때 그 모습이 말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꿈 역시 말이죠..
출처 루리웹 ovze80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26850376&bbsId=G005&itemId=145&pageIndex=1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