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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미국에서 나라 망신 시켰습니다.
게시물ID : humorstory_1090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막의먼지
추천 : 14
조회수 : 39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5/11/18 22:15:06
몇년 전, 미국 출장중에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탈 일이 있었다.

911 사태가 나고 얼마 있지않아서라 항공 보안이 삼엄했다.
내 항공권에는 "SSSS"라 찍혔고 미국인들과 달리 공항 한 구석에서
신발을 벗고 허리띠도 풀고, 
영화에서 도주하다 잡힌 범인 수색하듯 두 손들고 다리 벌리고 검사를 받았다.
놈들은 내 가방 속의 짐을 다 꺼내서 책장까지 한장한장 넘기며 검사를 했다.

약소국 국민으로써 겪는 억울함이란...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

비행기 안에서까지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두 눈을 꼭 감고 참아 보려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속에서 끓어오른 뜨거운 분노는 항공기 좌석의 스펀치 속으로 소리없이 스며 들었다.
......
완전범죄였다. 소리도 없었고 냄새도 없었다.
진짜 그런 줄 알았다. 적어도 잠시동안은....

자세가 불편해서 잠시 몸을 뒤척였다.
순간 옆 좌석에 앉은 말끔하게 차려입은 금발머리 아주머니가 벌떡 일어나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무슨 큰 일이 난 것이 틀림 없었다.

진짜였다.

911 이후 최고의 항공기 테러였다.

약소국민의 끓어 오르는 울분과, 청국장에 대한 진한 노스텔지어와
미국 도착후 사흘동안 화장실을 못가서 참을 수 없이 불편해진 대장의 강력한 항변이
가만히 항공기 좌석 스펀지 속에 숨어 있다가 몸을 뒤척이는 통에 스펀지 속에서 뿜어져 나온 것이다.

학교 다닐 때 시험 감독이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뒷 자리에 앉은 친구의 시험을 완전히 망치게 만든 바로 그 냄새보다 수십배는 강력한
아아......
차라리 똥냄새가 이보다 향긋하리라......

미국 음식이 한국인의 몸 속에서 삼일동안 숙성되어 피어올린 한줄기 감당할 수 없는 냄새에
독가스가 터진 줄 알고 화들짝 놀라 일어난 그 금발의 아줌마에게 죄송한 마음 감당할 길 없었다.
눈물을 흘리며, 혀를 깨물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멈추고 아주머니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스미마셍, 스미마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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