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예요. 지방 살구요, 나이는 서른 넘었어요. 고졸취업해서 벌써 10년도 지났네요. 하 세월 빠르다.. 제가 취업할 때만해도 고졸 취업시장 괜찮았어요. 지금같은 비정규직 계약직 거의 없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제 자리가 점점 줄어들더군요. 계약직.. 비정규직.. 파리목숨 맞아요.
원래 경리회계했어요. 그러다 전직해서 지금은 다른 거 하고있어요.
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영어 못해서 일본어 공부했구요, 일본어 자격증 따고, 컴퓨터 OA하는 거 어디가서 못한다는 얘기 들어본 적 없어요. 혼자 사니까.. 자취생활 열심히 했구요, 집에 사정이 안좋아서.. 그동안 모은 돈 다 들이부었어도 빚은 없어요. 그런데 어째 점점 힘들어지네요. 경리하기 싫어서 다른 거 했는데, 제 시간이 없네요. 맨날 야근, 잔업.. 근데 고졸이라 월급은 그대로네요.
주변에 얘기해보면 대학가래요. 가면 좋죠.. 하지만 등록금 보면 선뜻 용기가 안나네요. 빚은 정말 싫거든요.
저 월급 130 받아요. 월세내고 세금내고 차비하고.. 저 결혼도 포기했어요. 언제 모아서 언제 결혼하냐고 ㅋㅋ 이런 사정에 대학은 엄두도 못 내겠어요.
공부.. 하고 싶네요. 제 시간이 없어서, 시간은 보장되는 경리로 돌아가려해요. 얼마 전에 재직자교육 있어서 찾아봤어요. 눈 돌아가게 좋더라구요. 근데 출석율 80% 채워야 된대요. 절대 못 채우는 거 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알죠.. 포기했어요. 경리 가면, 칼퇴하고, 학원 다니려구요. 당장 월급은 좀 줄어들겠지만.. 이게 더 나은 선택인 걸까요?
솔직히 겁나네요. 대한민국, 여자, 고졸, 지방거주.. 나이는 30이 넘은.. 제 사정.. 더 나아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