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선명해지고 뚜렷해지는 기억이 있나요?
게시물ID : gomin_11347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심히
추천 : 2
조회수 : 6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27 01:32:45
 
 
우리집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 1층에는 작은 시계하나가 걸려져있다.
겉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시계라서 유심히 보지 않았었지만.
 
언젠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초침이 제자리에서 움직인다는 것.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을 친다는 것. 그리고 그 중 가장 신기한 점은 몇시간 후 무심코
그 시계를 보면 훌쩍 시간이 가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별거 아닐 지도 모르지만. 자주 보는 시계는 아닌지라 볼때마다
분과 시의 침은 매번 바뀌어 있다.
 
주인없는 시계.
그 누구도 관심 하나 가지지 않는 시계.
단 한순간도 시간이 맞지 않는 시계.
시간을 나타내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시계.
 
그럼에도 꿋꿋하게 제자리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어떻게든 굴러가고
있는 시계를 보면서 소소한 것에 눈길이 가는 나로써는 그저 기특함과 신비함으로 비춰질 수 밖에!
 
저 모습이 바로 우리내 인생사라면 어떨까? 아니. 나부터 생각해봤을 때. 나도 저 시계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됬건 시간은 뒤로 돌릴수도 또 멈추어 세울 수도 없다.
 
하루 이틀 버티고 견뎌내는 게 힘들어, 포기도 해보고 생각을 멈춰보기도 했다.
그때만큼은 모든 걸 정지해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녁이 되고 깜깜한 밤이 되었고, 또 다음 날 밝은 아침이 찾아왔다.
나는 아무 일,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내가 아파한 기억들속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친다한들. 아무리 그 움직임과 생각들이
간절하고 격동적일지라한들, 나는 매번 같은 자리라는 것.
그 기억들에 갇혀 혼자 헤매고 방황해도, 그런데도 돌이켜보게 될 정도로 훌쩍 지나가있는 것.
 
가장 아리고 인정할 수 없는 건 내가 가장 지켜내고픈, 평생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과 추억들이
지금도 흐르는 이 시간속에 점점 멀어짐에 따라 작아지거나 흐려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때는 간절했는 데.
그때는 애절했는 데.
그때는 설레었는 데.
 
하며 '그때' 라는 과거의 단어와 함께 간절함과 애절함, 설레임을 그대로 가져오지 못하는 내 자신이 미울때도 있다.
 
물론 내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참 신기하게도 선명해지고 뚜렷해지는 기억 하나가 있다.
다만 그래서 여전히 조금 힘들고 어렵고 아프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두렵고 무서울때도 많다.
이렇게 내 손안에 잡힐 것 같은데.
 
끝없이, 한없이 멀어지는 이 마음.
그런데도 놓아버리지 못하는 그 기억들. 내 생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순간순간들.
 
그 감정과 상황이 이별이든, 후회든, 미련이든.
이제는 처음부터 없었던 일처럼 타인의 기억속에는 나의 모든 게
모두 사라져 없어졌을지라도, 원망하지 않을만큼 나 혼자 내겐 꿈 같았던.
 
-
 
중요한 건 그걸 받아들이는 마음이겠죠.
노래가사처럼 돌려놓을 수 있다해도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고 느껴버린 이상. 없던일이 될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당신에게도 나처럼 시간이 갈수록 선명해지고 지나갈수록 아름다워지고 미화되어지는
그래서 믿을 수 없이 꿈결 같았던 그런 기억이 있나요?
 
아무리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는.
이름, 그리움, 설레임, 장소, 추억, 애절함, 기쁨, 슬픔, 기억,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감사할 수도 있어야겠죠. 그건 분명 고마운 점이죠.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추억들을 (설령 그게 아픔일지라도) 나에게 선사해주었으니 까.
 
 
추억이라면 더 소중히 간직하고
아픔이라면 굳히 부정하지도 괜찮으려 하지도, 이겨낸척도 하지 말아요.
아프면 아파하고, 힘들면 힘들어해요.
 
이겨냈다면.
 
이제 그만 모든 걸 받아들여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