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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치료
게시물ID : panic_830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16
조회수 : 5121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09/07 01:32:25
*글 팠다가 반대먹고 요기 씁니다. 죄송해용..ㅠㅠ
*여기서만 재미있게 봐주세여 감사합니당..


 
 
 
 
 
 
과학자들이 새로운 기생충을 발표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나는 감염된 상태였다.
감염이 되면 기생충이 머리 쪽으로 침투해서 끔찍한 욕구와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전해왔다.
3분의 1이 넘는 인구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됐다는 소식에 왠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1년을 넘게 기생충이 내 머리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지배당한 탓에 제정신이었을 때 상태가 어땠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무작정 화가 나더니 끓어오르는 분노가 가슴 속 깊은 곳부터 치고 올라와 온 신경세포가 불에 타는 느낌이었다.
누구라도 한 대 치고 싶은 느낌이다.
꽤 많은 사람들을 해쳤을지도 모른다. 실은 심하게 해쳤다.
그래도 내 잘못이 아니다. 테레비에서도 다들 그렇다고 강조한다.
감염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해서도 안된다.
보복도 당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도 피해자니까.
 
'아 드디어 자유가 되겠구나.'
 
기쁨에 들떠 머릿속으로(혹은 기생충더러 들으라고) 생각했다.
매일같이 매순간 떠오르던 괴랄한 형상이나 무시무시한 욕구와 생각도 곧 사라지겠지.
이전에는 의사를 만나서 진단을 받는 일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정부에서 가닥을 잡고 검진을 의무화 했다.
 
진료소 앞에 줄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다.
손가락을 찔러 피를 낸 뒤 기생충이 분비한 페로몬이 남아있는지 분석에 들어간다.
검시관이 양성이라고 판정을 내리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내 병도 낫겠지.
 
"이상 없음!"
 
검시관이 크게 외치며 다음 환자에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손가락을 따고 혈액검사기계가 웅웅소리를 내며 돌아갔는데 검시관이 인상을 찌뿌렸다.
 
"감염환자입니다!"
 
검시관이 소리치가 간호사들이 환자를 이끌고 자동문 뒤로 사라졌다.
저 뒤편에 뭐가 있나 궁금해서 목을 쭉 빼내 보기도 했다.
곧 내 차례가 된다.
 
"이상 없음!"
 
내 앞으로 두 사람이 남았다.
 
"이상 없음!"
 
이제 한 사람만 더.
 
"이상 없음!"
 
기생충이 나더러 검시관의 얼굴을 책상에 갖다 쳐 박아버리라는 끔찍한 소리를 해대고 있었지만
가뿐히 무시하고 책상 쪽으로 다가가 모두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점점 마음이 조급해진다.
 
'얼마 안있음 너도 끝이야 개새끼야.'
 
나는 당당하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바늘을 찌를 때의 따끔함은 승전보와 다름없었다.
기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깊은 숨을 들이 쉬었다.
 
"이상 없음!"
 
 
 
 
 
 
 
 
출처 Cure
https://redd.it/3jf65s by acing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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