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귀신을 결정적으로 믿게된 일이 중학생 때 일어났어요.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친, 그러니까 여름방학을 조금 앞뒀을 때 일이에요.
기말고사가 끝나고 학교에서는 대부분 수업을 안하고 영화를 틀어줬었어요.
그 날 공포영화를 봤었는데 제목은 잘 기억이 안 나요. 별로 유명한것도 아니였고...
여튼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워낙 겁도 없었고, 귀신 같은 건 믿지도 않았기 때문에 지루하게 감상하고 학교에서 나왔죠.
친구들이랑 뭐 노래방도 가고 겜방도 가고 신나게 놀다가, 집에 조금 늦은 시각에 들어왔었어요, 11시쯤으로 기억해요.
평소에 체력이 좋아서 지금도 항상 팔팔한데, 그 날은 이상하게 몸이 피곤하고 무겁고 여튼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잠자리에 누웠어요.
그렇게 깊은 잠에 빠졌다가 목이 말랐는지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지 좀 가물가물한데 여튼 갑자기 눈이 떠졌어요.
일단 일어나기 전에 습관적으로 눈을 한 바퀴를 삥 돌렸는데
옆에선 남동생이 자고 있었고, 밑에 장롱도 보이고~ 빙글빙글 굴리다가 보니, 제 왼쪽에 창문이 하나 있었거든요. 그 집에... 창문이 되게 컸어요.
여튼 그 창문에 무슨 시꺼먼게 서 있더라구요.
분명 얼굴은 안 보이고 온통 그림자를 보는 그런 느낌이였는데, 제가 자고 있던 방을 이곳저곳 살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게 도둑인가? 싶었고, 그 의문은 곧 확신으로 굳었죠 저거 도둑새끼구나 ㅅㅂ
제가 쫓을 깡은 안 되고 조용히 일어나서 가족들을 깨우려고 했어요.
근데 몸이 안 움직여요.
'아... 가위구나'
진짜 한 번도 가위를 눌려본 적이 없었는데 바로 알겠더라구요.
입으로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 목소리가 목에서 막 맴도는 느낌?
그렇게 정신없이 막 우왕좌왕 하는데 그 그림자가 갑자기 창문을 열지도 않고 기어서 방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아 진짜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확 끼치네요.
암튼 그렇게 엉금엉금 기어서 방으로 들어오는데, 그때부턴 살고싶단 생각으로 몸에 힘을 막 줬어요.
진짜 살면서 그렇게 힘써 본 적도 없을 거예요.
그렇게 막 안간힘을 쓰다보니까 몸을 오른쪽으로 돌아눕게 되더라구요.
눈앞에는 남동생이 자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고...
근데 ㅅㅂ... 아 그 그림자가 제 등을
벅벅벅벅벅벅벅벅벅벅벅벅벅
긁기 시작하는 거예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 손톱이 제 옷을 막 드르륵 드르륵 하는 그 느낌 있잖아요?
그게 등에서 막 느껴지고 여튼 그때부턴 공황상태에 빠져서 진짜 막 울면서 마음속으로 살려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싹싹 빌었어요.
진짜 제발 기절이라도 하기를 바랄 정도로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아 정말 이걸 글로 표현을 못해서 아쉽네.
체감상으로 한 2분? 그렇게 긁다가 조용해지더니
제 눈앞에 다리가 하나가 보이더라고요 발등이.. 아마 저를 타넘고 온 것 같은데
발등이 하나가 보이더니 반대쪽 발도 보여요.
그러면서 머리카락이 스르르르륵 내려왔는데 고개를 아마 숙였나 봐요 밑으로...
얼굴 보면 진짜 미칠 것 같았어요.
정말 보기 싫었는데, 다행히도 딱 이마까지만 보이게 숙인 채로 저를 한참 동안 그렇게 쳐다보더라구요.
그러다가 고개를 들더니 발밑에 장롱으로 저벅저벅 걸어가서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더니
꽝
소리가 나게 닫더라구요.
그리고 심장을 뭐가 꽉 쥐고있다가 놓는 느낌이 나면서 깼어요.
너무 놀래서 막 울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일단 거실로 나가야겠단 생각에 일어나려는데, 다시 한 번 몸이 굳더니 그 장롱문이 열리면서 그 검은놈이
타다다다다다다닷...
하면서 꼭 네 발 달린 짐승이 뛰는 것 같은? 그렇게 빠르게 기어와서는 제 이불 속으로 쑤욱 하고 들어오면서 완전히 가위에서 깼어요.
그리고 저는 그대로 앓아 누워서 방학 끝날 때까지 밥도 자꾸 토하고... 여태껏 살면서 최악의 여름을 보냈죠.
그때부터 제가 이런 쪽으로 관심이 생기고 희안하게 그 날 이후로 환각인지 모르겠지만 이상한걸 자꾸 보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