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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1.연호아버지의 기이한 경험
게시물ID : panic_831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26
조회수 : 225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9/10 14:51:34
연호(가명)아버지는 태어나 이 시골마을에서 쭈욱 자란 토박이셨다.  
그런 연호아버지가 마을에서 사라졌다. 

저녁먹고 술 한잔이 생각났던지 건넌마을에 마실간다고 나간 뒤 거짓말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자정이 좀 넘어 연호 어머니는 걱정이 된 나머지 남편이 자주 찾는 건넌 마을집에 전화를 해보았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급기야 오밤중에 동장네 스피커가 쩌렁쩌렁 울리면서 사람을 찾으러 가자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았고 그리하여 거의 새벽녘까지 온동네와 건넌마을로 넘어가는 길목, 그리고 건넌마을까지 샅샅히 뒤졌으나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연호 아버지 연세가 쉰이 넘으셨고, 건넌마을 고개는 수백번도 더 넘으셨을 텐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그가 타고 간 구식 짐칸 자전거만이 그의 행방불명을 말해주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저마다 한숨섞인 말을 뱉으며 집으로 돌아 가고 마을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전직 경찰관이었던 아버지도 퇴직후 이 산골마을에 들어 오신지 2년째라 동네일에 무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과 부지런히 연락을 취하시던 아버지도 결국엔 날이 밝으면 경찰에 신고도 하고 다시 한 번 찾아보자는 말을 할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연호의 친구인 나는 워낙 정신없이 돌아가는 마을 분위기에 눌려 녀석에게 힘주는 말도 못한채 걱정만 하다가 새벽잠이 들었을 뿐.  

그리고... 연호네 마당에 짐칸 자전거가 사람을 매달고 다시 돌아온 것은 날이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녘이었다 한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그날 저녘에 연호에게서 들은 말을 다시 구성해서 올리는 것임을 밝힌다.) 

사람을 매달고 왔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 큰 짐칸 자전거에 겨우 겨우 몸을 걸친 채 가까스로 한뼘씩 한뼘씩 마당으로 들어오는 연호아버지의 모습이라서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다. 

연호아버지의 모습은 그야말로 기가막혔다 한다. 
겉에 걸친 잠바는 커녕..웃옷도 없이 런링하나만 걸친 채...아래는 진흙구덩이에 뒹군 것처럼 형편없었고...신발로 없이 맨발이었다 한다. 
더군다나 얼굴이고 팔이고 할 것없이 긁힌 자국 찔린 자국으로 피딱지가 더덕더덕 붙어 있고 자세히 보니 런닝도 이미 찢어지고 핏자국으로 난리가 아니었다 한다.  

연호아버지는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방으로 터덜터덜 들어가서 그대로 쓰러졌다고 하는데 옆에서 연호엄마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도 없이 그대로 잠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후 나절에서야 소식을 듣고 찾아온 마을 사람들이 둘러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연호아버지는 눈을 떴는데 일어나 앉더니 한참을 가만있다가 비로소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다.  

"저녁먹고 할일도 없고해서 술한잔 할라꼬 자전거를 타고 건넌마을로 가는 고개를 넘는데...힘이 부치가꼬 내려서 끌고가는데 글쎄.............고갯마루까지 갔는데 이게...한참을 가도 내리막이 안나오는 거여. 그길이야 눈감고도 갈 길인데.....등골이 서늘해졌지.. 이게 무슨 일이고 싶은기..  

한참을 가다가 보니..그 고갯마루에 있는  나무..거긴기라. 그 자리를 뺑뺑돌고 있었던기지. 그래서 아이고 이거 큰일났구나 싶었는데 근데....  그 나무....가지위에..바람이 부는데...그 끝에 끄트머리에 뭐가 있는거 같은기라. 눈을 치켜뜨고 자세히 보이까.... 

아 글쎄 왠 노인이.. 살이 빼짝말라서 뼈만남은 왠 노인이 그 손가락보다 가는 가지 그 끄트머리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오도카니 앉아서 날 보고 있는게 아니겠어?.. 바람이 불때마다 좌우로 까딱까딱 움직이면서 말이여.  그러면서..그 영감이 천천히 손꾸락을 들더니...한쪽을 가리키는 기여. 마치 그쪽으로 가라는 듯이 말이여. 

이게 무슨 경운가 싶다가도 나도 모르게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걸어갔지. 그길로 한참을 가서 다행히 한 숨 돌리나 싶었는데 다시 등골이 오싹해지는 거여. 눈 앞에 다시 그 나무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게 아니겠어?.....그리고 그 실가지 끄트머리에....그 망할놈의 영감이 다시 앉아서 까딱거리면서 날 내려다 보고 있고....

손으로 한쪽을 또 가리키면서 말이여.  근데 어쩌겠나 그곳을 벗어나야겠는데 길이 하필이면 그 영감이 가리키는 길밖에 없는 것을. 다시 그 산길을 걸어가다보면 또 같은 길이고...또 그 망할놈의 나무가 있고 그 영감이 있는데 미치고 팔짝뛸 노릇인데....어쩔 수가 있나...  

결국 그러다가 어찌된 모양인데 눈을 떠보니 그 나무밑에서 퍼질러 자고 있더란 말이야..자전거는 저쪽에 처박혀 있고...

온몸이 두들겨맞은 것처럼 아픈데 보니까...이 지경이더란 말이야. 옷은 어데다 버렸는지 없고 피투성이에.. 근처 풀숲은 다 헝클어져 있고...밤새도록 가시덤불을 치고 헤메고 다녔는가본데... 그 영감이 있던 가지끄트머리를 보니...

영감은 간곳이 없고 금줄만 쳐져 있지뭔가.  동네 넘사스럽기도 하고 이게 무슨 귀신 곡할 노릇인가몰라....참.....고갯마루에 있는 당집이 문젠가 싶기도 하고...자전거 짐칸에 묶어놓은 싸리빗자루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별 헤괴망칙한 생각이 다 드는 것이..."    
출처 #출처 : 중2때의 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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