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이동을 통해 유입된 아재 중 1인입니다.
자게에서도 눈팅러 생활만 했던 제가 이렇게 인사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오유분들의 따뜻한 환대에 마냥 피곤함을 씻고만 있기에는 죄송한 것이 가장 크고...
이런 저런 넋두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 다음일 겁니다.
1. 세월호
직업의 특성상 그 나이때 또래 친구들을 매일 봅니다.
살면서 많은 일에 저의 무능력을 한탄하지만, 이만큼 후회스럽고 미안한 적은 없던 듯 합니다.
미안하다...힘있는 어른이 못되서 미안하다...
뻔하디 뻔한 말만 하며, 잊지 않고 있으면 된다는 변명같은 자위로 제 자신을 추스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유에 오니 세월호 추모게시판이 메인에 걸려있더군요.
(모바일앱으로 처음 오유를 접했습니다.)
글도 매일 꾸준히 올라오고 있구요.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그만큼 죄송했습니다..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혹자들은 이제 지겹다, 귀찮다라는 우리 아이들...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이름 불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냥 그날을 잊지만 않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죄송했고 부끄러웠습니다.
2. 난민생활과 오유
사람이 살다보면 유독 아끼고 좋아하는 공간과 대상이 생깁니다.
열정이 쌓이고...추억이 쌓이고...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편안해집니다...
저에겐 인사동이 그렇고, 삼청동이 그렇고...레고가 그렇습니다.
온라인으로 오자면 제겐 스르륵과 엠팍이 그랬습니다.
웹상에서 1/2을 차지하던 제 추억을...수 년간 간직했던 제 추억을 정리하는데 몇 분 걸리지도 않더군요.
하지만 그 상실감과 허탈함은 지금까지도 큰 무게감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럴 때 손 내밀어 주고..따뜻한 말과 유머로 맞이해주신 분들이 여러분입니다.
한낱 부끄러운 수사에 불과할 지 모르지만, 정말 큰 위로와 위안을 얻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저희 자게이보다 웹상에서 더 많은 곤욕을 치루신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고 의젓하게...또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참 좋은 곳에 왔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3. 바라는 바
'상식'이 상식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는 듯 합니다.
힘든 일을 겪은 유가족들에게 위로는 커녕 지겹다고 돌을 던지곤 합니다.
우리가 만든 공간에 이상한 여자들이 들어오더니 우리를 쫒아냈습니다.
합리적인 설득과 토론이 아닌 온갖 편협한 술수와 조작이 판을 칩니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 합니다. 둥글둥글 살아가라 합니다.
소신과 예절, 상식을 말하면 꼰대라고 합니다.
제가 오유에서 짧은 시간동안 보고 느낀 것은 상식이 통하는 곳이라는 겁니다.
물론 다양한 분들이 계신 곳이다 보니 때론 안 좋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유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그러신 것처럼 또 한 번 슬기롭게 이겨내실 거라 봅니다.
이 곳에서 제가 스르륵에서 그랬던 것처럼 많은 추억을 만드시길 바라봅니다.
덧)
짤은 제가 눈팅러 수준이라는 인증입니다..
큰 누나 아들 어릴 때 찍어준 사진인데, 이 녀석이 이젠 꽤 훌쩍 컸습니다.
저희 누나가 지금 꽤 아픕답니다..꼭 일어나서 이 녀석 크는 모습 볼 수 있게 응원해주세요.
쓰다보니 스압글이 되버린 점...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