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지켜보며 얻은 교훈이 사람이 사는 일, 즉 정치에 대한 것이라 시사게에 짠짤막하게 글 남겨봅니다.
오유가 독재체제라는 비방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물론 크고 작은 사건들은 늘상 있었지만, 그럼에도 항상 오유는 오유인들의 것이고, 대화의 장이고, 하버마스가 말한 공론장의 기능을 해낼 수도 있는 곳이다, 라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그래서 오유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지인들에게 오유를 자랑한 적도 있고, 상식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여러친구들이 오유를하도록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소통이 되지 않는다니요.. 운영진들의 태도를 보며 답답했습니다. 그들이 명백한 잘못을 했다기 보다는, 시스템 전체를 이끄는 사람들이 유저들의 생각을, 분노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입장 표명하고 수습에만 급급한 것을 보며 실망스러웠습니다. 롤게유저분들의 시위도 그런 실망감에서 나타난 것이겠지요.
사실 조짐은 있었습니다. 차단 시 발언권이 막힌다는 것, 저격이 안된다는 것, 그 외에도 클린유저에 대한 불만도 조금씩 쌓이고 있었지요. 어쩌면 이번 일은 롤게만의 사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롤게분들이 항의에 나서는 것을 보며 오히려 이것이 오유답다, 라고 느꼈습니다. 저항-이라고하면 거창한가요-할 줄 알고, 의견을 모으고 펼칠 줄 아는 것. 민주주의의 기본이지요.
오유가 지난 몇년 수많은 사건을 겪으며 운영진분들이 굉장히 예민해졌고 또한 그럴만 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다만 오유를 국정원과, 일베와, 사건사고와, 온갖 분탕으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노력의 목적이 무엇이었느냐, 하는 것을 생각해봐주셨으면 합니다. 그 목적, 음란(?)하지만 건전하고 생산적인 대화와 유머가 오가는 커뮤니티를 지속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요. 기존의 시스템의 안정성만을 높이고 평화롭기만한 게시판 덩어리를 유지하는 게 오유의 할 일일까요.
새벽이라 두서가 없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오유가 이번 사건을 딛고 다시 유저에, 유저에 의한, 유저를 위한 커뮤니티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