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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1차 커뮤대전 - 레이프그라드 전투 (1)
게시물ID : freeboard_8322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2호폭풍
추천 : 10
조회수 : 464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5/05/13 03:25:53
*약간의 각색이 있음

5월 12일 오후 5시.




"끈질긴 파쇼 녀석들. 사과는 안 하고 자꾸 공세만 펼치고 있군. 오늘은 또 무슨 주작을 날리려나."

한 오유군 병사가 씁쓸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스마트폰의 하얀 불빛 때문에 그의 혈색이 유독 파리해보였다.

몇 번 마른 기침을 밭은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새로고침을 눌렀다. 아직까지는 별 일이 없다. 하지만 혹시 모른다. 지금까지 겪어온 온갖 주작과 분탕질로 인해 한창 신경이 곤두선 병사는 다시 새로고침을 누른다.

화면이 뜨자 이런 전시 중에도, 정말 평화롭게도 베스트 게시판에는 꾸역꾸역 새글이 밀려오고 있었다. 오유군 병사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이런 걸 지키기 위해 지금의 내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잠시 꺾였던 전의가 돌아오는 것 같았다.

"ㄷㄷㄷㄷㄷㄷ"

어디선가 익숙한 진동이 느껴지는군. 정겨운 추임새가 들리는 쪽으로 병사는 시선을 돌린다.

"아재, 아직 적응 중이십니까?"

"어유, 어찌 알았대유?..ㄷㄷ 오늘이 망명 근 이틀째인디...ㄷㄷㄷㄷ..."

다름 아닌 최근 오유군에 편입된 에세랄 연방국에서 온 장교였다.

온라인계의 열강 중 하나였던 에세랄 연방국은 얼마 전 정부의 비리로 인해 내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사연인 즉, 에세랄의 영토 내부에 여시(여성시대) 제국의 괴뢰 정부가 위치해있으며 에세랄 측에서 이를 암묵적으로 묵과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분개한 에세랄인들은 주변의 근린국으로 망명을 가기에 이르렀고 그 중에는 오유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마침 오유는 여시 제국과의 전쟁 중이었으므로, 에세랄인들은 스스로 무기를 챙겨들고 군에 자원했다.

비교적 넓은 국토와 오랜 외침과의 투쟁 역사를 자랑하는 오유였지만, 타 열강에 비하자면 이 나라는 사해에 떨치는 위명이 적은 편이었다. 온 나라에 만연한 도덕주의와 문치주의가, 좋게 말하면 평화적인 절차와 문제 해결력을 이끌어냈으며, 나쁘게 말하면 변방의 농업국 취급을 대외적으로 받게 했다.

이런 오유였기 때문에 오유인들은 에세랄인이 가져온 선진 문물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침내 오유인들은 경외심과 짓궂음을 담아 에세랄인들을 '아재'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아재가 아니라며 토를 달던 에세랄인들도 단념한 것인지 적응한 것인지 요즘은 별다른 반발이 없다.

"이 사진은 어디에 올리면 좋나유?ㄷㄷㄷㄷㄷ"

그 질문에 오유군 병사가 사진을 유심히 본다.

까무러치게 귀여운 고양이 사진 한 장. 빙긋 웃으며 병사가 대답한다.

"동물게로 가시면 됩니다. 저쪽으로 쭉 가서 왼쪽 모퉁이를 돌면 금방이에요."

"아유 감사해유...ㄷㄷㄷㄷㄷㄷ..."

"아참."

"...???ㄷㄷㄷ???"
 
알려준 방향으로 가려던 에세랄인을 오유인이 불러세운다. 손가락 아홉을 펼치며 오유인이 말했다.

"고양이 (1/10)."


여전히 전장은 혼란했다.

오유공 사태로 빠르게 발발하기 시작한 이 전쟁에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던 것이 오늘로 6일 째.

이 날도 오유(오늘의유머)군은 이번 전쟁에서 군사적 요충지로 급부상한 자유게시판에서 체제를 정비하고 있었다.

여시(여성시대)의 공세는 여전히 매서웠다. 이 쯤이면 지칠 만도 하건만 정말로 끈질기기'만' 한 자들이었다. 그간 여러 잔꾀가 격파당해 참패를 당한 적도 있건만 여시즘이란 사상은 이러한 불리한 상황일 수록 오히려 내부 결속을 단단히 꾀하며 공격을 멈추지 않게 했다. 그래, 마치 모든 잘못을 유태인의 탓으로 돌리고 악행을 저지른 나치즘과 같은 광기였다.

이토록 피곤한 상황이었지만, 나무위키 공국 영토에서 벌어진 반달전투가 여시 제국의 명백한 패배로 돌아간 소식은 오유군과 에세랄군에게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오늘은 별 일 없었음 하네유..ㄷㄷ..... 갖잖은 피드백이나 안 썼음 바랄게 없지만유..ㄷㄷㄷㄷㄷㄷ"

한 에세랄 장교가 푸념을 놓는다. 그 말에 맞장구를 치는 오유군 병사가 짐짓 에세랄 방언을 흉내내었다.

"아재 그러게 말여유..ㄷㄷㄷ..."

"제 말투 따라하지 마셔유...ㄷㄷㄷㄷㄷㄷㄷ"

"ㅋㅋㅋㅋㅋ 정들었는데 어떡해요."

그렇게 킥킥대는 사이, 레이프그라드에는 어느 덧 저녁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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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의 레이프그라드 드립이 신박해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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