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겉으론 안그래 보여도 엄청 소심하고 겁쟁이예요. 할말도 제대로 못하는 멍청이구요. 그래서 깔보이고 우습게 보여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또 출근하네요. 이직 마음 먹고 사표 써서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서워서 내지를 못하겠어요. 철천지 외톨이라 빨리 이직 안되면 손가락 빨아야 해요. 그게 무서워 하루 열 두 번 계속 다니자, 맘 다잡고, 또 하루 열 두 번은 어딜 가나 똑같다면 이직하자고 마음 먹네요. 아침에는 까짓거 산 입에 거미줄 치겠냐 생각하다가도 오후에는 안되면 어떡하나해요. 되든 안되든 사표부터 쓰자고 해놓고 또 밤에는 취업이 안되면 어쩌나 겁나서 울어요. 전형적인 결정장애죠...
회사에선 백날 있어도 잡일밖에 안줘요. 왜냐면 제가 여자이고, 고졸이라서요. 이 회사에선 그런 논리예요. 잡일이라 해도 일이 정말 많아서, 잔업도 많이 해요. 새벽에 퇴근한 적도 꽤 있고 8-9시에 들어가는 게 보통이예요. 그런데 제가 하는 이 일들은... 아무리해도 인정을 못 받는 일이더라구요. 전 힘든데, 피곤하고... 그렇지만 돌아오는 건 주업무도 없는 네가 뭐가 그렇게 바쁘냐고.. 대체 너의 주요업무는 뭐냐고.. 열심히 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