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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 끔찍했던 그날 밤
게시물ID : panic_694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야기보따리
추천 : 28
조회수 : 304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6/29 01:07:56



 몇 년 전 입니다. 저에게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라 물어본다면

 그 날 끝 없는 새벽에 있었던 일밖에 말해 드릴 수 없네요.

..

..

..




그 날은 몇 년 만의 살인적인 폭염으로  학교방학에다가 휴가철인데도 불구하고
집에 짱박혀 있을 때 였다. 부모님께서는 제주도를 여행을 3박 4일동안 가셔서 집이 비었다.
나는 온갖 핑계는 다대면서 여행에 빠졌다, 왜냐하면 친구들 불러서 술 먹고 노는게 더 재미있을 나이니까..
첫날 밤은 그렇게 친구들을 불러 정신없이 먹고 놀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날 부터였다.


'꾸르르륵..'





집에있는 음식을 막 집어먹은데다가 어린나이에 술 까지 들어갔으니 장이 버틸 수 없었을 터.
너무 더운 날이라 음식도 상했는지 안상했는지 잘 구별해서 먹었어야했는데,
아무래도 가벼운 식중독과 술독이 올라 그날은 설사만 10회 이상 한날이었다.
그래서 그날은 집에 있었는데 자정이 다되어서 거실로 나왔다. 도저히 방에서 선풍기를 틀어 놓고는 잠이 오질 않았기 때문이다.
거실에는 에어컨이 있는데 부모님께서는 가족 다 같이 있을 때만 틀지 절대 혼자 틀지 말라고 했다. 이거 한 번 가동하는데에
선풍기 10대를 돌린다나 뭐라나.. 이게 다 무슨소용인가, 나 혼자 밖에 없는데.



 
에어컨이 가동되었다-
거실에 얇은 이불을 펴고 그 위에 누워 어제 친구들이랑 논다고 못본 드라마를 틀었다. 드라마 끝날 때 까지만
열좀 식히다가 으슬으슬 추워지면 후다닥 방에 들어가서 찬기운 없어지기전에 잘려는 요량이었다.

( 그때까지만해도 아침까지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어른들의 세뇌때문인지 전기세가 수백만원 나오는 줄 알았다 )



1년동안 묵혀놓았던 에어컨이 점점 제 기능을 선보이려고 할 찰나.



피유웅-













정전이다 !




나는 모르고 있었다.  컴퓨터, TV, 김치냉장고 등등 고전력으로 사용하는 멀티콘센트에
또 에어컨을 연결시켜서 과부하가 되어 차단기가 내려간것이다.  나는 4층짜리 빌라에서 2층에 거주하는데 1층에 두꺼비집이있다. 그냥 내려가서
스위치를 올리기만하면 되는데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온 집안이 컴컴해졌다. 나는 우리 동네 전체가 정전이 난 줄 알았다. 무서워 졌다.
괜히 무서운데 그냥 짜증나는척 ' 에이씨.. '를 연발하며 방에 들어가서 잘려고 몸을 일으켰는데

' 꾸르르르륵 '

업친 데 덮친 격이라는 속담을 이럴때 쓰는 건가 보다. 그때 생각해도 불꺼진 화장실은 악중에 최악이었다,.
집에 손전등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겠고, 금방이라도 항문에서 새어나올거 같은 압박에 '에라이 모르겠다 '
화장실안에 들어와 습관적으로 문을 잠궜다. 들어가자마자 아무생각할 겨를 없이 변기에 앉아 바지를 내리자마자

' 후두두둑 ' 하며 건덕지가 없는 수돗꼭지를 틀어 논 듯이 물만 쭈우우욱- 나왔다.

아.. 내일은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오른손으로 휴지를 더듬더듬 거리고 있던 찰나였다.



 

' 철커덕 '

현관문 손잡이 소리다.



 

 
' 끼이이이이이익 '



마치 능수능란한 고양이 마냥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우리집 현관문을 열고 있는 소리다. 분명하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꿈뻑꿈뻑 거려도 내 손만 어느정도 비쳐지는 화장실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시력을 못 쓰는 대신 청각이 특화 될 수 밖에 없다. 잠깐 동안이라도 귀가 씰룩 씰룩거리며
온 집중을 소리로 모았다. 더워서 그런지, 무서워서 그런지 차가운 땀이 턱을 타고 흘러 내렸다.


 

맨발이 거실 장판에 붙었다 떨어지면서 들리는 쩌억- 쩌억- 소리......부엌 쪽으로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생각했다. 빨리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논리적으로 나 자신을 합당화 시켜야했다
누구지 누굴까 , 아직 부모님이 오시려면 하루이틀 남았는데, 그때 불현듯 생각나는 아버지의 말씀
' 아빠가 언제 예고안하고 습격 할 지 모르니 허튼 짓 할 생각말고 때 되면 얌전히 자고 있어라. '
하는 말이였다.




그래.. 도둑이 든다고해도 왜 하필 오늘 , 왜 하필 내가 문 단속 안했을 때, 왜 하필 정전이 됬을 때
왜 하필 2층에 찾아올까? 그래 맞아, 저 소리는 아버지가 오신 소리야.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가잖아?
라는 생각이 미칠 때 즈음,



 
" 아버지 ? "
조심스럽게 불러보았다


 
...


...


...


...


...


 


정적이 1분간 흘렀다.



 

젠장, 젠장 젠장젠장 젠장 아빠가 아니야, 아니야 아빠가 아니야, 젠장
주방으로 간 도둑은 분명히 집에 아무도 없었을 거라 판단했을건데 난 최대의 실수를 한것이다.
도둑에게 ' 나 화장실에 있어요, 무서워서 못 나가고 있으니 어떻게 좀 해봐요 ' 라고 한 꼴이라니...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냥 입 닫고 가만히나 있을 걸.. 아버지일리가 없잖아 젠장,
그때였다.



 
' 큭큽, '



 
들었다. 난 들었다. 분명히 들었어. 저 소리는 20~30대 여자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손등을 보인채로
웃음을 참는 그런 소리였다. 확실하다. 저 소리는 ..........
굉장히 카랑카랑한 목소리었다. 짧은 찰나 였지만 모두들 잠든 새벽에
그리고 불꺼진 화장실안에서 듣는 소리는 너무도 명확하게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새로운 공포였다. 지금까지는 도둑이라는 굉장히 현실적인 무서움이었다면, 저 소리를 듣고 나서는
공포에 질리면 뒷골이 땡기고 기절할 거같은 느낌이 강하게든다는것이 어떤것인지 깨닫게 되는 무서움이었다.

혹시 귀신일 수도 있다.

혹시 귀신일 수도 있다.



 
벌써 화장실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로 눈이 어둠에 적응이 되었다. 간간히 주방쪽에서는 여자 원피스가 스치는 소리처럼
스슷스슷스스슷- 소리가 나고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쿠쿡- 큭큭- 소리를 내뱉었다. 나는 강해지기로 했다.
여기에 처박혀있어서는 도저히 나아질게 없다고 판단, 문을 조심스레 열기시작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문 손잡이를 말아잡고 나머지 한 손은 손잡이를 잡은 손의 손목을 잡아 최대한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팅-

아 씨x 멍청한,


이런 개멍청한, 애초에 화장실에 들어올 때 문을 잠군것을 까먹고 손잡이를 돌리고 말았다. 반쯤 돌아가자 눌려져있던 버튼이
스프링의 장력을 받아 팅- 하고 튕겨져 나오면서 그 고요함을 박살내버린것이다.
등과 겨드랑이는 땀범벅이 되고 아찔-해졌다. 다시 잠그고 박혀있을까? 아니야, 이미 소리를 내버렸어 한번 부딪혀 보는거야.



 
문을 확 열어 재끼고 주방으로 달렸다. ' 어떤 새끼야 !!!!!!!!!!!!!!!!!!!!!!!!!!!!!!!!!!!!!!!!!!!!! '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나 혼자 궁지에 몰린 느낌이 들자 화가나서그랬던건지
아니면 공포에 머리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소리란 소리는 다 지르며 텅 빈 주방에 도착했고,



식탁위에 덩그러니 물 컵만 올려져있고 아무것도 없었다.




안도의 한숨인지는 모르겠지만 깊은 숨을 한번 내쉬고 오른쪽 팔을 식탁에 기대어 고개를 떨구었다. 휴우..
그때 등에서 바람이 느껴졌다. 현관문이 열려있나?
생각해보니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만 났지 닫히는 소리는 나지 않았구나

뒤를 천천히 돌아봤다.








시퍼렇게 오른 얼굴에는 어디서 묻혀왔는지 새빨간 피로 떡칠이 되서는
두 눈을 억지로 크게 뜬채로... 재밌어죽겠다는 듯
'크큽' 대던 여자가 현관문앞에 서서 나에게 손을 두어번 흔들더니

 
더이상은 못 참겠는지

낄끼리긲낄끼끼리낄리끼낄낄낄! 목이 찢어져라 웃어대면서 우당탕탕탕 1층 쪽으로 뛰어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

나는 본능적으로 진짜 이제는 가는것인지 확신을 가지고싶어서,
소리지를 틈도 없이 그대로 창문가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고 얼굴을 쭈욱 빼 1층
빌라 출입구 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그 속도로 내려 갔으면 지금쯤 출입구에서 나와야할 터,




???








나오라는 그 여자는 나오지 않고 다시 귀에 들리는건


다시 미친듯이 2층으로 뛰어 올라오는 복도 계단소리.................................







아차 문이 아직열려있어 !
내가 먼저 가서 문을 닫아야한다. 내가 먼저 .... 내가먼저 ....
 
하지만 그 여자는 나보다 먼저 현관문 손잡이를 잡은 채로 아까보다 더 광기있게 웃으며
나에게 손을 양 옆으로 흔들고 있었고, 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털썩 주저 앉은 상태로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이건꿈이야, 이건꿈 꿈이야 꿈 , 꿈이야, 꿈이야, 이건 꿈이야, 꿈 일 수 밖에없어, '
온몸에는 소름이 돋아 감기가 걸릴 정도로 추웠다.






...



...



...



온몸에는 소름이 돋아 감기가 걸릴 정도로 추웠다.
응? 뭐야, 다 꿈이었다. 다 꿈이 었다..... 휴우............................ 눈을 뜨니
에어컨이 웽- 하며 돌아가고 있었고 티비에는 지난번에 못봤던 드라마가
끝나서 예고편이 나오고 있었다. 뭐야 겨우 한시간 밖에 안지났어?
와 정말 간만에 생생한 악몽꾸었네. 온몸에는 에어컨 바람때문에 한기가 돌고 있었다.



그때



피유웅 -




앗,

정전이다 !




때마침 뒤틀리는 장에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갔다.



?


아니야 아니겠지.
아니겠지.



정신없이 바지를 내리자마자 후두둑 쏟아지는 설사와 동시에
현관문이 철커덕-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니야 아니겠지.



아니겠지.








' 아빠왔다 - 자니 ? '





 
휴우, 역시 꿈은 꿈일 뿐이었어 , 아버지의 목소리가 지금 처럼 반가웠을 때가 없었다. 너무나 푸근하고 점잖은 목소리에
안심이 되었다.


' 예 아빠 저 화장실에 있어요 ! '


아버지가 거실 쪽에서 전등 스위치를 몇번 껐다켰다 하더니 ' 뭐야 차단기가 내려갔나? '
하시더니 1층에 차단기 올리러 가신단다.


'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


다 꿈이었다. 그래 영화도 아니고 무슨 ... 하하
얼른 휴지로 마무리하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화장실을 열자마자 나는 다시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현관문에 다시 오신다던 아버지는 온데 간데 없고
그 여자가 활짝 웃은채로 나에게 손을 두어번 흔든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연신 크큽- 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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