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느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생활에서 타인에 대해 악질적인 장난을 할 경우 높은 확률로 큰 재난을 겪게된다고 한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당연한 도덕적 섭리랄까, 인과관계의 한 종류랄까, 심술 좀 부렸다가 여생을 잃은 여러 마녀와 계모들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확실히 납득할만한 연구결과라 본인은 생각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사회생활 뿐 아니라 게임 내에서도 해당될터이다. 모쪼록 여러분들 또한 이 썰을 읽고 타인을 존중해야할 필요성을 다시금 깨달아주었으면 한다.
본인은 미쉘러이다.
본인은 언제나 초록색 케이스의 핸드폰의 알람을 듣고 일어나 초록색 나무를 지켜보며 초록색 옷을 입고 중략하여 초록색 미쉘을 셀렉한다.
그러나 하나의 캐릭터만 사용한다는것은 여러모로 지겨운지라 랜덤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카를로스(본인) 이글 미아 웨슬 까뮤
vs
트릭시 웨슬 카인 다무 마틴
(스프링필드맵, 공식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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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전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즐거운 공성전이 되기를!
라고 마음먹고, 유유히 적진으로 날아가, 적립을 빼앗고, 트릭시에게 물려, 죽었다.
이런 식으로 공성전의 막이 열렸다.
참고로 본인 카를의 실력은 주캐인 미쉘에게도 뒤지지 않는지라 8랜덤중 가장 잘하고픈 캐릭터이기도 하다. 뭔가 문맥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기분탓이다.
그런 연유로 나 카를은 '1장 방'을 외치며 든든한 탱커역을 자처했다. 하지만 1장을 사는도중 손가락이 미끄러져 모자까지 사버리는 결과를 초래하자, 이 비극은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는 본인만의 비밀이 되었다.
본인이 모자를 산 직후 모두 입을 모아 '카를님 ㄳ'등의 예를 표하자 본인의 시선은 그저 800이 표시된 3번 장비와 땡스로 도배된 채팅창을 왕복했다.
본인 팀의 이글은 이미 공을 외친 후. 뭐, 괜찮지 않겠는가. 이런 실수는 별것이 아니라서, 본인의 놀라운 실력으로 커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문맥이 아주 자연스럽다.
본인은 이후 마치 파리처럼 날아다녔고, 파리처럼 죽었다.
초반의 맞타워가 끝나자 적 웨슬리의 핵소리가 들렸다. 본인은 백라이징 제트킥을 연계하여 위험지역을 벗어났으나 발 밑에 붉은 원이 그려지자 본인은 자신의 날개를 원망했다.
이후 1700의 데미지가 먹히며 본인의 카를로스는 즉사했는데, 다행히 이를 목격한 팀원들은 이 현상에 대해 아무 의심을 품지 않았다.
얼마 후, 평화로운 라인전 도중 한타가 벌어졌다. 본인의 카를로스는 아직 노티였으므로 이 개판싸움의 1선에서 탱킹 할 수는 없었다. 그런고로 본인 카를은 한타 자리를 피해 중앙언덕의 주변을 돌아다녔다.
기특하게도 본인은 어떻게해야 펜타킬 낼수있을까를 궁리하며 열심히 그 주변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멍청하게도 팀의 손길이 닿지않는 오지에서 적의 지뢰를 밟고 고꾸라져 버린것이였다.
본인의 체력은 순식간에 절반이 되었고 이 노티스러운 모습을 팀원에게 보일순 없었다. 본인은 헬프를 누르려던 약지를 멈추고 빠르게 버거를 씹어돌렸다. 그리고 와중에 바로 옆 중앙언덕의 정상에서 적 다이무스가 본인을 내려다보고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다이무스 : 안녕, 카를로스.
본인 : ?!
다이무스 : 난 지금부터 낙궁을 쓸 것이다. 때는 지뢰를 밟고 쓰러진 네가 완전히 기상했을 때. 이 참철도를 사용하여 네 가냘픈 허리를 잘라주지.
본인 : ?!
다이무스 : 거의 다 기상했구나. 그럼 간다!
그렇게 소리치는것만 같은 당당함과 뻔함이 다이무스의 낙하와 함께 본인의 카를로스로 격돌했다.
그런 뻔한 낙궁을 뻔히 맞을 본인이 아니다. 적 다이무스는 본인을 너무 우습게본것이고 곧 역관광을 당할것이다. 본인의 뇌가 참철도를 앞서읽어버린 이상, 이미 적 다이무스는 전광판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때 예기치 못한 변수가 일어났다. 다른 적이 등장한 것이 아니다. 다름아닌 본인의 카를로스가 본인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였다.
카를로스 : 마.. 만약 심안도를 쓰면 어떡하지?
본인 : 그럴 일 없으니까 어서 태클을 걸어. 늦으면 큰일난다고.
카를로스 : 혹시 질풍참을 쓰면!!
본인 : 저 떨어지는 다무를 봐, 참철도 모션이잖아. 말 좀 들어라.
카를로스 : 아아.. 참철도를 쓰는구나.. 하지만 태클로 캔슬시키기엔 이미 늦었어. 이렇게 된 이상 스텝으로 피한다!
본인 : 야 잠만 뭐가 늦어 야 뒷걸음질이 스텝이냐 피할수 있을거 같냐 야 잠시만 아깝지만 야 이거 백라이징이라도 안쓰면
카를로스 : 으악 그여버렸어!! 빨리 타즈를 먹자!!
본인 : 야이
2300의 치명데미지가 박히며 본인의 카를로스는 즉사했다. 이로써 공성전 시작 2분만에 적 트릭시와 웨슬리, 다이무스의 치밀한 데미지 측정이 완료되었다 할수 있겠다.
이후 이어지는 본인, 카를로스의 활약을 정리하겠다.
본인의 가공할만한 '백라이징'은 주변 공기를 진동시킬 정도의 강력함으로 허공을 갈랐고,
다리를 회전시켜 그 위력이 극대화되는 '제트킥'으로 적 마틴의 눈앞을 지나치게하여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데에 성공하였으며,
바람의 힘으로 자신을 빠르게 슬라이딩 시키는 '태클'로 악당 안타리우스 소속의 센티넬을 죽이는 성과를 올렸을 뿐 아니라,
겨우 싸이클론의 선 모션만으로 적 카인의 저격을 한 발 빼는 고차원적 전략도 선보일수 있었다.(그리고 본인은 절대 그 한 발에 즉사하지 않았다 반복한다 본인은 절대 그 한발에 즉사하지 않았다)
이 공성전은 매우 공교롭게 흘러가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잔여시간 25분 부터 본인의 팀은 기지에서 한 발자국도 나올수 없었다.
이것은 탱도 못서고 딜도 못넣는 1장 1모 2티 1바 2백라링 1젵킥링 3싸클링 엉망템트리의 어떤 트롤러 탓이며 본인의 카를로스는 센스있게 했다고 자부한다.
이것은 0킬 2어시 28테크닉 1200점 노란 소용돌이 아이콘의 트롤러 탓이며 본인의 카를로스는 매우 센스있게 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런 트롤러한테 한마디 비난없는 팀원들. 분명 극방이려니 싶은 것이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단순히 못하는거다.
지금쯤 트롤러는 가슴이 죄일 정도로 강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것이다.
팀 : 중앙에 3단계 트루퍼가? 중앙라인은 쟤네꺼니까 트룹 주고 막죠.
본인 : 모두들! 언제까지 이 답답한곳에 틀어박혀 있을겁니까? 절 따라오십시오!
팀 : 아 알겠으니까 같이가요. 우린 윈드러너 없음.
본인 : 으윽, 탱킹하느라 먼저 죽어버렸군. 하지만 굴하지마요! 돌격!
팀 : 이렇게 우리 나대다가 지면 큰일나는데
본인 : 아 이런 다 죽어버렸네. 흠, 그래봤자 후방타워 두개 주는것 밖에 더하겠습니까?
팀 : 후방타워 걍 부사지는데요. 전지끌고 들어오는데요. 수호구 따이는데요. 속타워 다부사지는데요. 순식간에 지게 생겼는데요.
본인 : 괜찮아요! 우리에게 HQ만 있으면 적팀은 이미 진겁니다. 제가 먼저 막도록하죠.
본인은 팀원들보다 먼저 리젠되었고, 기어를 타고 땅에 착륙했다.
이 때 본인은 본인의 눈을 의심하게 되었는데, 5명의 적 유닛이 본인 기지의 정면에 일렬로 쭉 늘어서 춤을 추고있는 것이였다.
이후 적들이 손수 표기한 채팅은 본인으로 하여금 분을 품게하였고, 이것은 본인의 진가가 각성하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막아보셈"
본인은 무적상태에서 분노의 싸이클론을 시전하였다. 그러자 한창 춤을 추던 적들은 뿔뿔이 흩어져 본인의 싸이클론을 아주 여유롭게 회피했다.
그것에 낙심할 본인이 아니다. 흩어지며 위치가 겹쳐진 적 다무와 카인을 백라이징으로 띄웠으며 마우스가 뒤집어질 정도로 에임을 돌려 사일런트 나잇을 시전하려던 마틴을 제트킥, 다운시켰다. 이는 적 전지들이 모두 대단치 않은 데미지로 HQ를 조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적 트릭시가 나 카를을 왈츠로 넘어뜨리고 단순한 콤보를 넣었다. 하지만 그런 본인도 기본적인 맷집은 있는지라 그 정도로 죽진 않는다.
화난 적들은 나 카를이 기상하는 동안 별의별 스킬을 준비하며 순삭의 의지를 표했는데, 아쉽게도 그것은 팀 전원이 동시에 리젠되며 무산되었다.
믿음직스러운 본인의 팀은 동시에 기어를 타고 내려와 적들을 하나씩 맡고 싸웠으며 본인은 HQ에 데미지를 쑤셔박는 전지와 적들을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로 물고 늘어졌다.
이윽고 적 전지가 타임오버로 사라졌고 팀의 캐리로 적 5명을 동시에 전광판으로 몰아넣을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싸워도 이길리는 만무했다. 예상치못한 전세역전에 적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긴 했으나 이내 코웃음을 쳤다.
적에겐 후방타워 두 채가 건재했으며 속타워는 물론 수호자도 멀쩡했다. 본인의 팀은 기어를 타고갈수 없으니 직접 적진까지 걸어가야했고, 당도했다 하더라도 우리 팀의 레벨도 아직 낮은 편이였다.
그렇다고 지금 끝을 안내자니 우리 팀의 건물과 수호자는 사라진지 오래고 HQ마저 겨우 1/3의 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적 웨슬의 핵폭격 한방이면 게임은 본인의 패배로 세트된다.
본인은 중간중간 립을 먹으며 울며겨자먹기로 적 4번타워를 향해 달렸다. 그것은 단순히 점수벌기가 목적, 게임을 이기려는 의지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 공성전의 전설적 역전극은 이 시점을 시작으로 하였다.
본인은 립을 먹었던 코인으로 모자를 하나 더 사며 이글과 함께 4번 타워를 긁었고, 다른 팀원이 5번 타워를 부수었다.
4번 타워가 다 부숴진 후 나 카를은 속타워를 부수러갔고 본인 팀 이글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맵에 남은 립들을 모조리 수거하려는듯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본인은 그런 이글의 포기에도 굴하지않고 두번째 장갑을 사며 왼쪽 속타워를 오랜시간에 걸쳐 파괴하였다.
동시에 반대편에 있던 본인 팀 세명은 5번타워와 오른쪽 속타워를 부수고 수호자를 죽이고 있었는데, 때마침 적들이 리젠되기 시작할때였다. 본인을 잡으려고 본인 쪽으로 기어를 탄 카인을 무시하고 윈드러너로 날아 적 수호자 근처에 착륙했는데, 본인의 바로 옆에 마침 적 웨슬리가 신호탄을 쏘고있기에 잘 캔슬시켜 주었다.(안쓰럽게도 웨슬리의 그런 흐리멍덩한 행동은 적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적 수호자가 죽으며 본인 팀 세명의 타겟은 자연스레 적 웨슬리에게 집중되었다. 적 웨슬리는 별 저항도 하지못하고 순삭당했으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서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적 다이무스와 마틴이 리젠되어 적진에 등장했는데, 잘 살펴보니 적 트릭시와 카인이 리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진엔 없었다.
기어를 타고 본인 기지를 향해 하늘을 가로지르는 이카루스 카인과 태권브이 트릭시. 그들의 모습이 미니맵에 포착되자 뒤는 팀에게 맡기고 본인 카를로스는 백라이징으로 낙하귀환을 시도했다.
무적상태의 본인은 기지의 허허벌판에 착륙하자마자 HQ에 궁을 박던 적 트릭시를 백라이징으로 날려버렸고 뒤따라오는 적 카인에게 평지 제트킥을 날렸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은 이럴때쓰는것, 공성전 내내 빗나가기만 하던 그 제트킥이 이제와서 맞을리가 없었다. 자랑스러운 제트킥은 자연스럽게 카인의 옆을 지나쳤다.
본인을 무시하고 HQ에 평타를 박으며 스텝을 밟는 카인의 그 뒷모습을, 이속킷이 쿨타임이던 나 카를로스의 수전증으론 막을 재간이 없었다. 내일 트와일라잇 신문 1면이 대충 짐작이 갔다. 카인하나 못 막는 수전증 카를로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트롤하다.
그 때, 눈이 부실정도의 선명한 빛이 작렬, 본인의 눈을 강타했다.
구세주가 나타난것이다. 세상의 모든 립을 섭렵하겠다며 여행을 떠난 나그네 이글씨가 마침 우리 진영 주변에서 마지막 센티넬을 잡고있었다. 적들의 테러를 눈치챈 그의 빠른 백업에 의해 적 카인을 장작으로 넘어뜨릴수 있었던것이다.
본인은 눈물을 흘리며 이글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본인은 서슴지않고 3링 싸이클론을 카인 똥꾸멍에 박았고 카인은 진짜 이카루스가 되었다.
이제 이글과 본인은 일어서자마자 HQ에 패닝을 박던 트릭시를 족치기로 했다. 이글이 뱀그 초승으로 적 트릭시를 넘어뜨렸고, 본인은 넘어가는 트릭시를 F로 잡아 윈드스핀, 시간을 최대한 끌었다.
이 순간 적 HQ의 체력은 절반. 게다가 적 다이무스와 마틴이 생존한채 본인 팀을 저지하고있었으므로 적 HQ파괴까지는 아직 멀었다.
하지만 이쪽의 경우 적 트릭시와 카인이 기상하자마자 도약밟기나 류탄을 던지면 본인 팀의 HQ는 금새 박살이 나고만다.
이 장면이 이 공성전의 하이라이트이자 절정이였다.
우연히도 본인이 트릭시를 밟아 던진 지점과 적 카인이 사뿐히 착륙 지점이 일치한 것이였다.
스킬이 빠진채 패배를 예상하며 어쩔 줄 몰라하던 본인 카를이였지만, 본인 팀의 이글은 신의 한수를 두었다. 트릭시와 카인이 누운 지점에 적혈을 시전한 것이다.
적 트릭시가 다운된채 적혈에 갈갈갈. 그 와중 운좋게 기상해선 긴급회피를 시전한 카인이였지만 본인이 여유롭게 태클을 걸어 다시 적혈속에 넣어주었다.
이글이 그들에게 적혈 마지막 타격을 먹인 시점에 공성전은 종료되었다. 공격역할을 맡았던 팀원들이 기막힌 타이밍에 적 HQ를 파괴한 것이다.
적팀은 그 날 적진에서 춤추었던것을 후회했으며 그것이 흑역사라도 되는 마냥 길디긴 비명으로 자신들의 기분을 표현했다.
먼저 춤추자고 한놈 누구냐며 서로에게 멱살을 잡는 그 모습은, 마치 상대를 얕보며 농락할 경우 이어지는 결말을 명확히 보여주는듯 했다.
그렇다. 타인에게 엿을 먹이면 언젠가 그 엿은 자기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적을 농락하는 행위는 적에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주며, 팀을 분열시키고, 그 긴장과 텐션을 흐뜨려버린다.
적이 아무리 우스워도 방심하면 반드시 후회할것이다. 그 후회가 언제가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반드시 본인의 발목을 잡게되리라.
그런 얼토당토않는 교훈을 남기며 한 마리 파리에 대한 공성전 썰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