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총선 때는 잘 들어왔던 시사게였는데
최근 국정농단이 있기 전까지는 거의 방문하지 않았던 게시판이었습니다.
이렇게 어줍짢게 글을 남기는 건
술 한 잔의 힘을 빌리는 것도 있습니다.
물론 내일 아침 이불킥을 하겠지요..ㅎㅎ
2003년, 당시 중 3이던 저는 정치에 '정'자도 모르는
그냥 정치 무관심종자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말할 자신은 없네요.
제가 이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한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께 누가 될까 하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네, 저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당시
너무나 평온한 세상에서 지내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왔고,
또 그것이 잘되고, 잘못되고를 판단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고, 또한 관심도 없었습니다.
요즘 박근혜 국정농단을 보면서, 또 촛불집회를 지켜보던 1인으로서
많은 중, 고생 학생들이 두 팔 걷고 박차고 일어나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을 보면서
한없이 초라하고 부끄러운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여러모로 고생하시는 시민 여러분들께
촛불집회를 언급하는 것이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아니 굳이 정치가 아니더라도
'올곧음'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지금의 저는 어떻게 변했을지 생각해 보곤 합니다.
저는 오유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극우와 멀어지고,
이 나라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네거티브이고 주변인을 대하는 저의 팔랑거리는 귀 때문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제가 '그것'을 받아들였을 때, 그것이 정의롭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면 아마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 근래 유투브를 보면 90% 이상이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 입니다.
일일이 30~40분 하는 영상을 찾아보면서
지난 학창시절엔 미처 알지 못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르겠지만
저는 적어도 '그'가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그 시절, 그 때의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해야하나요?
얼마 전, 유투브에서 MBC 스페셜 '청와대 사람들'과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저인데 왜 지금은 '그'를 보며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발인하는 날, 저는 당직을 서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제가 어린이집 선생님인데
7시 30분이면 퇴근을 해야했지만 그 날따라 9시에 간다는 아이가 있어
불가피하게 추가 근무를 서게 되었습니다.
온통 인터넷 뉴스에는 '노무현 대통령 발인'을 생중계 했고,
한 명의 아이를 케어하는 시간동안 저는 그 생중계를 지켜보았습니다.
무려 7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그 날을 기억하고, 그 날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박근혜란 X은...)
그 때까지도 저는 단순히 대통령이 죽어서 국민장을 치르는 구나.. 하며
별다른 감흥도 감정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게 이렇게 무섭네요.
다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뚜렷한 기억은
MBC 프로그램 중, '느낌표'에 출연한 것,
큼지막한 타이틀이 '바보 대통령' 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때 그 기억으로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의 공약, 그의 정책, 그의 신념, 그의 생각을 알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7년이 흐른 지금, 그가 우리에게 전해준 다양한 메시지를 하나 둘, 알아보면서
그에 대한 존경심, 존경심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럽디다.
'시대를 잘못 만난 대통령'이다.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 시대 같으면 그의 뛰어난 행보를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을테니까 말이죠.
그런데 역으로 뒤집어 생각해 봅니다.
만약 '그'가 그 당시에 대통령을 하지 않았더라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민주, 참여정부 10년 역사 중,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면,
지금의 박근혜(썅년)를 심판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이승만부터 다까끼 마사오, 전두환 ㅅㅂ놈, 노태우를 겪으면서
보수같지도 않은 가짜 보수 새끼들한테 이용당하는 개, 돼지로
영원히 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시대를 잘못 만난 노무현 대통령이지만
그가 존재했음으로 인해 비교 대상이 생기면서
시민들은 똑똑해졌고, 성숙해졌고, 정치에 눈을 뜨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 원 주임교사는 뼈박 '한나라당 빠'입니다.
그녀와 정치 얘기를 할 건덕지도 없지만 가끔 술을 마시다
나오는 정치 얘기에 얼굴 붉히기 일쑤입니다.
제가 정치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부족해서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그 분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주변 사람들이 너무 도와주지 않은 비운의 대통령'이라 칭합니다.
술 한 잔 마시니까 노무현 대통령님, 나의 영원했던 대통령 생각이
미친듯이 납니다. 그에 대해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를 보호하고 지켜줄 힘은 없지만 그를 좀 더 응원했을텐데...
다큐멘터리 3일에서 나온 대통령의 말이 생각납니다.
'일을 할 땐 욕하더니 그만 하니 이젠 좋대요.'
제가 과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저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자격이 있을까 싶지만...
너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술 먹고 남기는 글이라 두서도 없고 그냥 생각나는 말만
그대로 타이핑 해서 쓰는 점 이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