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견적 한장
게시물ID : computer_1779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ight_[패닉]
추천 : 2
조회수 : 24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6/30 00:40:17
옵션
  • 본인삭제금지
예전 오유에서 본 일이다. 늙은 유저 하나가 컴게(컴퓨터게시판)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이상스런 견적서를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견적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컴게유저들은 올드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견적서를 두들려 보고 '하―오(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하―오'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견적서를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게시물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견적서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충분하게 짜진 견적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게시물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견적을 어디서 짰어?" 올드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견적서를 막 짜줍니까? 알아보라는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올드비는 손을 내밀었다. 컴게 사람은 웃으면서 '하―오'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견적서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견적서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견적서를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남이 짜 것이 아닙니다. 게시판을 뒤져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견적을 마냥 짜 줍니까? 파워 추천 한번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조언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글 한 글 얻은 정보에서 몇 글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정보 마흔 여덟개를 견적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견적서를 짜게 되었습니다. 이 견적을 짜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견적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견적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괜찮은 견적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