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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52 노장사상 책 추천에 대한 답글입니다.
게시물ID : phil_92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oucault
추천 : 4
조회수 : 80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30 03:25:56
간단하게 답변할 수 있는 글이라 리플만 달려고 했는데 방문횟수가 3회라고 해서 계속 로그인, 로그아웃 했으나 해봤자 횟수는 늘어나지 않아 이렇게 글로 남깁니다. 오유 내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막기 위한 제도가 정작 저를 막아버렸습니다.^^; 뭐 제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으니 당연한 것이긴 하겠죠. 글이라서 리플보다는 약간 길어질 수 있겠지만 뭐 추천과 간단한 이유만 적으면 되는 거라 거창하게 글로 남기긴 했지만 내용은 정작 짧을 듯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노장사상은 그 뜻을 학자들이 해석한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고전적인 여러 견해 뿐만 아니라 현대적 관점에서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아마 미래에도 노자와 장자의 내용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내용으로 새롭게 해석되어질 것입니다.) 정작 원문(한문이 아닌 번역본을 말합니다.)만 읽었을 때는 그렇게 어렵진 않아 차라리 서점에 가셔서 노자혹은 장자 내편번역본 아무거나 산 다음 읽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노자는 짧고 간결한 글로, 장자는 이솝우화 같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 둘 다 매력이 커서 그 중 하나를 제가 추천하긴 힘들 듯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론 중2때 동네 서점에서 육문사 박일봉 번역의 노자를 사서 해설을 제외한 본문만을 읽고(81장이라고 하나 그냥 막말로 81문단이라도 해도 될 정도라 해설을 제외하면 빨리 읽습니다.) 2병이 폭발해버려 그 해 추석 때 큰아버지께 용돈을 받자마자 그 동네 서점 다 뒤져서 장자 내편, 외편, 잡편을 산 뒤 큰아버지댁 어느 구석에서 숨만 쉬면서 읽어 돈만 쓱싹 받고 입을 닦아버린 예의없는 조카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 육문사 박일봉 번역의 노자와 장자를 읽었지만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 일본어로 번역한 노자와 장자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이중번역, 즉 중역본이어서(저도 몰랐는데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어렸을 때에는 한분이 그렇게 많은 번역을 했다는게 놀라웠는데 말입니다. 뭐 지금은 일본어 번역도 대단해보이긴 하지만요.) 그냥 간단하게 읽기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엄밀하게 따지기 시작하면 중역으로 인해 내용이 소실되거나 번역이 잘못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 커 인생을 살면서 노장사상과 관련하여 누군가와 열띤 논쟁을 하는 등의 결정적인 상황이 생길 때 글쓴이의 인생을 크게 배반할 수도 있습니다.(제가 지난번 쓴 글에서 가상 상황을 상정한 것에 대해 비판했는데 그 글 쓰자마자 염치없이 제가 가상상황을 만들어보면 영어의 ‘Hot Potato’를 어떤 나라 사람이 그냥 감자가 뜨겁다고 번역했다면 그 글을 보고 우리말로 번역한 사람은 과연 뜨거운 감자라는 의미를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줄지 의문이 듭니다. 어떤 책에서 봤는데 오역의 무서운 예는 코란에서 천국에서 건포도를 먹는다는 뜻이 계속 번역되어 오다가 건포도여자로 바뀌어서 갑자기 하렘의 의미가 되어버려 자살테러의 근거가 되어버렸다는 말도 있더군요. 이슬람교만 비판하면 이상하니 기독교도 비판해보자면 우리나라 성경도 히브리어에서 그리스어로,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로, 라틴어에서 독일어로, 독일어에서 영어로,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되었다고 하던데 그럼 5중번역인가요? 6중번역인가요? 특히 그리스어는 그 당시 띄어쓰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어떤 성경은 한 쪽은 한글, 다른 쪽은 영어를 적어놓고 있던데 영어보다 더 필수적으로 적어야 할 것은 히브리어인 듯 합니다.)
 

다른 학문도 그렇지만 철학에는 정확한 정의가 필요해서 혼자 공부하긴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 등을 허례허식으로 여기고 무위자연을 추구한 노장사상의 뜻을 생각해보면 후대 학자의 해석론을 보고 머리 아파하는 것보다 노자와 장자의 원 글(비록 번역본이긴 합니다.)을 그대로 읽고 자기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저자(또는 저자들)의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러다보면 무위자연 그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내용이 어려운 것이 아닌가 두려워하진 마십시오. 우리 세상은 선배학자들이 연구한 성과물이 사회 문화 곳곳에 스며들어있는 곳이라서 상당수 내용은 글쓴이가 이미 알고 무의식적으로 한두번이나마 고민했던 내용들입니다. 단지 다른 것은 그들의 세상에서는 그 고민이 별로 없었던 것이고 글쓴이랑 달리 그것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 뿐인거죠.
 

짧게 적는다고 했지만 또 헛소리 적는다고 길어졌는데 간단히 요약하면 어렵다고 쉽게 해설한 노장사상의 2차 서적보다는 그냥 아무나 번역한 노자 또는 장자 내편(전 외편도 재미있었고 잡편은 노장사상의 특징상 글쓴이가 여러 시대의 여러 명일 수 있다는 가설이 맞는지 내용의 일관성이나 힘이 떨어지는 듯 해 약간 별로였습니다.)을 사서 보시는게 머리도 덜 아프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인생을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10대 시절에 노자와 장자를 읽고 허술한 논리로나마 혼자 골똘히 고민해본 경험은 분명히 나이가 들어서(미국 학문 중심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차별성을 가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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