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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트와 펙트속의 진실
게시물ID : sisa_8348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발돈쫌
추천 : 1
조회수 : 6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14 20:08:02
"펙트만 중요하지 펙트 속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를 기레기라 칭하는 고향동생과 식사를 했다. 
기자생활이 20년을 넘었으나 아직도 쫄따구 생활에 만족하는지 아니면 윗선에 찍힌 건지 회사에서 별다른 직함이 없다. 
그리고 기레기 짓거릴 종종 하곤 한다. 

 "형, 펙트도 갈아마시는 판국에 펙트 속 진실요? 
저널리즘이 죽은 헬조선에서 펙트제시를 하는 거조차 버겁다구요." 

 무엇이 이 고참기자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나는 군시절 때 있었던 카지노에서 자살한 조종사 이야기를 해줬다.  

십수년 전 한국공군의 최신예기 KF-16을 조종하는 후배가 있었다. 
사관학교에서 우등졸업했고, 영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며, 비행이든 지상업무든 탁월하게 수행해서 상하간에 신망이 두터웠다. 

 그러나 어느 시기부터 정신이 딴데로 가 있는듯 하더니 업무도 소홀하였고, 피곤에 절어서 출근하곤 했다. 

결국 비행단 지휘부도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매일 비행을 해야하는 비행대대 일선에서 한달에 한번 유지비행만 해도 되는 후방부서로 보직을 옮겨주었다.  

나는 이 후배를 공군대학 교육과정에서 입과동기로 만났는데, 강의시간엔 졸기 일쑤고, 저녁에는 교육동기들과 그 흔한 술자리참석도 없이 시내로 사라져 외박하곤 했다.  
결국 교육성적은 그의 위상에 맞지 않게 바닥을 겨우 면했다.

교육이 끝나고 각자 자대로 복귀하여 근무하던 중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며칠후 여러 언론매체에서 기사가 쏟아졌다. 

"나사빠진 공군, 이번엔 카지노 빚 때문에 장교 자살" 
"엘리트 조종사, 도박의 덫에 빠져"  

사실 후배가 그렇게 된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그와 그의 아내는 혈우병 인자를 갖고 있었고, 태어난 딸은 혈우병을 안고 태어난 것이다. 그것도 중증의 케이스여서 시도때도 없이 중환자실에 입원해야했다. 
부부는 교대로 병실을 지켜야 했고, 그래서 후배는 늘상 피곤해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쪼들렸고 비행단에서 모금도 해주었지만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몇년을 딸의 병수발을 하느라 폐인이 된 그는 아내마저 떠나버리자(이것은 확인되지 않았음) 남은 돈을 모두 정리하여 정선으로 간 것이다. 
그리고 생을 마감하였고...  

언론사에 이런 사정이 제공되었으나 언론이 필요로 했던 것은 딱 두가지였기에 리젝트되었다.  

1. 방산비리, 영내폭행 등 군기문란현상 
2. 조종사 같은 엘리트도 빠지는 도박의 폐해  

후배의 자살은 2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펙트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불쌍한 가장이 아닌 도박에 빠져 자살한 무책임한 장교가 된 것이다. 

장기중증환자 요양에 관한 의료보험 제도의 맹점, 혹은 장기입원환자의 가족이 겪는 고통보다는, 군기빠진 군대를 성토하는 편이 독자수를 늘리고 광고유치에도 유리했던 것이다. 

 "그래서요? 형, 언론이라는게 지들 구미에 맞는 가사만 쓰게 되어 있는 거예요. 조선이든 경향이든 다 그래요. 왜곡까지 한다구요." 

 "너라도 그러지 마, 임마. 새끼가 짬밥이 몇갠데 초짜들 우는 소릴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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