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중2병이다.
중2병이란 '나'를 '남'과 다르며 우월하다고 착각하거나
자아 형성 과정에서 불안이나 혼란으로 가득한 심리 상태를 극복하고자 하는 방어 기제(機制)이다.
중2병에 걸린 사람들은 종종 망상에 빠져 있다.
이를테면,
어린이들은 지구를 지키는 용사가 되거나 우주를 정복하는 악당 혹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주목받기를 원하고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고 난 후 적은 노력에 비해 높은 성적과 후한 점수를 기대하며
오유인들은 갑자기 어느 날 호감가는 이성이 생겨 연애를 시작해 탈영하는 헛된 망상도 하고
직장인들은 높은 실적을 올린다거나 승진을 꿈꾸고
나이 드신 분들은 지난 날의 청춘을 회고하면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하며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 모든 인간은 상상을 통해 요행을 바란다는 점에서 모두 중2병에 걸려 있다.
우리 모두는 아직은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다다를 수 없는 꿈을 꾸며 나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며 삶의 활력을 얻고자 한다.
중2병은 약 15세에 찾아오기 마련이다.
15세란 어떤 나이 일까.
신체적으로는 2차성징이 끝나거나 시작하는 나이이면서도
'자아'와 '세계'에 대해 인식하며 본격적으로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또한, 세계의 4대 성인 중 하나인 공자가 말하길 15세는 지학(志學 )으로 학문에 뜻을 두는 나이라 했다.
어쩌면 이것 역시 자신이 나아갈 인생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중2병의 연장선상이라 하겠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만 15세부터는 경제활동인구로 취급한다.
차가운 사회에서, 하나의 집단 속 개체로 분류되면서 책임감과 중압감을 누가 쉽게 견딜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사회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구성원이 되어 만든 공간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불안이 가득하고 사회적으로는 혼란이 만연해 있다.
이 무질서한 세계에 내딛기 위해서는 먼저, '나'에 대한 신뢰와 꿈 그리고 사랑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2병은 나 자신을 보호하며 키우기 위해 필연적이다.
영화 <올드보이>에서는 '상상하지 말아봐. 그럼 용감해 질 수 있어' 라고 말하지만
필자는 상상을 통해 인간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상하지 않는, 중2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산 송장이나 다를 바 없다.
꿈꾸지 않는 자가 어떻게 미래와 일에 대해 의미를 두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더욱이, 중2병에 걸린 청소년들은 질풍노도의 시기에 빠져 일탈 행위나 반항을 통해 방어 기제를 마구 쏟아 붓는다.
따분한 단조로움과 지루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프레임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헤겔의 변증법에서 정(正)에 대척하는 반(反)이 있어야 합(合)이라는 성숙의 결실을 맺듯이
인간이 본래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 사고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그 후 반성을 통해 성장하기도 한다.
결국,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점에서 지금 나타난 것을 붙잡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현재 볼 수 없는 것을 꿈꾸라! 끊임없이 변화하라!
이것이 바로 중2병에 걸린 내가 내일을 살아야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