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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적 내주던 노인
게시물ID : computer_1780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ight_[패닉]
추천 : 6
조회수 : 30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6/30 21:22:16
상단 게시물 아이콘 둘째줄 가운데 컴게에 눌러 앉아서 견적을 내주는 유저가 있었다.
컴퓨터를 한대 사 가지고 가려고 견적을 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컴퓨터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유져였다. 더 깎지도 못하고 잘 맞춰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견적을 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내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4기가를 넣어보고 8기가를 넣어보고 태왕을 넣어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넣었다 빼었다 하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척이다. 차 시간이 바쁘니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사실 차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비교하지 아니해도 좋으니 그만 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 되나.”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비교한다는 말이오. 님 참 외고집이시구먼. 차 시간이 없다니까.” 컴게유저는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견적내시우, 난 안 내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견적을 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궁합도 안맞고 늦어진다니까. 견적이란 제대로 내야지, 내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리스트에 넣은 것을 숫제 모니터에다 띄워놓고 태연스럽게 롤이나 한판 때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고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컴게유저는 또 비교하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최저가가 다 깎아 없어질 것만 같았다. 또 얼마 후에 견적서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견적서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견적을 내 가지고 베스트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商道德)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유저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컴게유저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CPU쿨러 서멀구리스를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컴게인다워 보이고 부드러운 눈매와 덥수룩한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유저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집에 와서 견적서를 내놨더니 컴좀 안다는 친구는 제대로 내왔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친구의 설명을 들어보면 뻥파워가 들어가면 롤하다가 폭탄처럼 터지기를 잘 하고, 같은 가격이라도 해상도가 다르며, 궁합이 너무 안맞으면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랙이 걸리기가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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