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다... 아니, 너무 밝아서 어둠으로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이곳은, 아니 이곳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애매한 공간이... 공간? 공간이라고 설명할 수도 없다. 시간? 이곳... 아니 지금... 도 아니지만 상황을 표현하기에 나의 언어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해야하겠다. 하여튼 나는 존재하고, 이 상황 속에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있다. 너무나도 크지만 크기로 지칭할 수가 없다. 어쩌면 아주 작은 것 같기도 하다. 느낀다. 생소하면서도 포근한... 엄마의 자궁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어? 나에게 말을 거는군. 말은 아니지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러고보니 나도 저런 식의 언어를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 너는 단 한번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
응? 너는 누구지? 말이 돼? 사람이 시간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지?
한번에 너무 많이 묻는군. 나? 난 나야. 너이기도 하고, 예전에 태어났던 너이고, 다음에 태어날 너야. 또 너가 아닌 존재이기도하고. 다른 말로는 신이라고도 하지. 이번에 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의 봉인이 해제됐어. 아직은 단 한번이지만. 아니, 이미 수없이 되돌렸지만 정작 자신은 모르는 것일 수도 있고. 인간의 모습일 때는 어쩔 수 없으니깐.
잠깐 무슨말이야... ... 내가 벌써 시간을 되돌렸다고?
기억안날거야. 인간이란 현재에서만 선택이란걸 할 수 있고, 과거는 기억할 수만 있을 뿐이지. 거기까지야. 미래는 상상까지만 할 수 있거든. 하지만 그건 제약일 뿐이지, 능력 밖의 일이 아니야. 그냥 인간이니깐 그런거야 너무 깊게 생각하진마.
납득이 안되는군... 아니, 어떤 의미에선 납득이 되었다고도...!?
그거면 충분해. 너로서는 이해가 잘 안갈테니 이번 여행에 대해 설명해줄게. 오케이?
응 설명해봐.
이번의 너란 녀석은 자꾸 반말이군. 일단 말이야. 너는 이생에서 사십 오년이란 시간을 살아왔어. 그런데 얻은게 별로 없어 무슨말인지 알겠니?
... ... 그렇게 평가받고 있는거군. 하긴, 나만의 집도, 마누라도, 자식새끼들도 없다! 그렇다고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봉도 쥐꼬리에 두더지꼬리를 붙여놓은 만큼이야. 난 이런 걸 원한게 아닌데! 제길! 내가 말해놓고도 좀 부끄럽다.
바로 그거야! 넌 흠... 솔직히 기대가 컸던 탓에 실망도 컸어. 이번에 씨앗을 개량시켜 좋은 결과가 있을 줄 알았거든. 뭐, 다 끝나봐야 정확한 건 알겠지만, 인생이 반 꺾였는데도 이정도라면 실패로 간...
실패! 아 슬프다!
말까지 끊다니. 나는 너희보다 높은 존재라 이해심이 아주 커. 봐줄게. 그럼 원인이 뭐야? 너가 생각하는 너의 실패의 요인은 어떤 것이었지?
요인? 요인이야 많지... 솔직히 많았지.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했고, 공부도 열심히 안했어. 사회 나와서도 시키는 것만 하고, 더 열심히 안했어. 잠도 많이 자고 싶어서 이런저런 계략을 썼지. 핑계도 대고 말이야. 그리고 돈욕심이 없었던 것 같애. 벌면 쓰고 벌면 쓰고...
지금도 너는 핑계를 댄다. 더 원초적인 이유는 뭐야?
!! 음... 더 원초적인 이유... 더 근본적인 나의... 성격인가?
맞았어 하지만 약간 달라. 너는 투쟁하지 않았어. 옆에서 비집고 들어오면 자리를 내줬고, 뒤에서 잡아끌며 쫓아오면 그의 뒤에 서줬어.
성격이 착한걸 어쩌라고!!
착해? 더 깊이 생각해보자. 그게 착한걸까? 투쟁하지 못하니깐 너는 핑계를 대기 시작했지. 오늘은 컨디션이 안좋으니깐... 쟤는 나랑 친하니깐... 또 쟤는 오늘 잘해야 할 이유가 있으니깐... 오늘은 이거도 해야겠지만 그 전에 이걸 해볼까? 스트레스는 풀어야 일이 되잖아. 이런 것들 모두가 핑계일 뿐이야. 마음 더 깊은 곳에서는 더 좋은 방법이 있었잖아? 그냥 넌 못했을 뿐이야. 약해서. 투쟁의 부재의 결과가 너의 성격이었어. 맞아?
... ... 인정한다. 니 말이 맞아! 하지만 어쩌라고?! 당시 나의 선택은 나로서는 최선이었단 말이야.
아니, 잠이오면 자는게 최선인가? 목표도 있고, 당장 할 일이 무엇인지도 넌 알고있었어. 다만 당장의 욕구에 충실하고자 일부러 눈을 돌려 기피했지. 눈앞의 핑계거리를 찾기 바빴어. 그리고 항상 핑계거리들, 잘 찾아내더군. 그런 면에서 보면 넌 나를 많이 닮았어. 똑똑해.
그래 할말없다.
내가 너를 왜 비난하는지 알아?
정신차리라고?
오케이. 바로 그거야. 너는 이제 과거로 돌아가. 가서 잘해야 될 것 아니니.
과거로 돌아가면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걸 다 기억하고 있는거야?
당연히 아니지. 신은 공평해. 너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지. 같은 맥락으로, 되돌아간 네게 미래의 기억이 있다면 그건 세상의 균형이 깨어진 거라고 봐야지.
가서 기억도 안날텐데 당신이 나한테 이런 말 해서 뭐해?
어허... 이몸 앞에서 깐죽거리다니~! 하긴, 그것도 너의 매력이도다. 이것봐봐. 나는 모든 이들에게 같은 기회를 줘. 내가 지금 한 말들은 너만이 들은 말들이 아니야. 필요한 모두가 내게 기회를 부여받았지. 물론 지금 너의 경우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그 방법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감각기관을 사용해서는 판단하기가 힘들지만, 우리는 모든 경우의 수와 비율을 조건해서 베푸는거야. 너에게는 과거로 가는 티켓을 주고, 지금의 대화를 잠재 속에 넣을거야. 잠재의식 속 나와의 대화를 회상하느냐 상상하느냐 따르느냐 무시하느냐는 또 다시 너의 자유의지에 맡긴다.
그래? 나름 괜찮은 조건이로군. 자 나는 이 대화를 기억한다! 기억한다! 기억한다! 기억한다~!!
뭐해?
잠재의식 속에 이걸 기억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추가시키고 있다 왜!
좋은 자세야~! 지금의 의식상태에서 그 정도라면 가자마자 컴퓨터로 대화를 적어놓겠네.
응? 컴퓨터...라면 언제로 가는거지? 태어날때로 가는거 아니야?
노노~ 기회라는건 항상 최선을 추구하지 않아. 아니, 최선이 아닌 것이야말로 가장 최선이라는 개념도 있다는 것만 알아둬~
할말없군. 나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한다. 고맙다.
그렇지 바로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 이거 생각 외로 크게 클 씨앗이 되겠는걸?
... ...
... ...^^
설마 꿈은 아니겠지?
... ... 글이야.
글?
지금의 형식은 글이라고. 사실 꿈이기도 해. 하지만 달리 말하면 글이나 꿈 역시 모든 것으로 통하지. 진실이고, 진리이고, 실재의 사건이라구. 세계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하게 만들어졌거든. 뭐, 강의할 생각은 없고. 이제 슬슬 가야겠군.
응 보내줘. 다시 한번 고맙다. 이 마음이 바로 신앙심이라는건가?
그래 바로 그게 신앙이야. 나에대한 믿음과 감사. 나는 너. 스스로에 대한 감사. 나를 만든 너에 대한 감사. 그거야 말로 변질되지 않은 가장 순수의 신앙이지.
아!
너에게 말하고싶은 것들은 대강 말했어. 기분같아서는 겁동안 대화하고, 가르쳐주고 싶지만. 그건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이 아니거든. 자 바로 고고!
... ... ...
- 왔다. 25세로 왔다. 쓴 글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재빨리 save 버튼을 누른다. 내 나이 25세. 지금까지도 이루어놓은 것이라고는 개뿔 별로 없다. 목표는 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친한 친구의 문자가 왔다. 내가 지금부터 해야할 10가지~ 중요도 적용해서 글쓰기. 이 타이밍은, 신의 선물인가? 공평하게 적용한다더니... 아무튼 감사히 받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