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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 도깨비도로 -1-
게시물ID : panic_835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aks
추천 : 12
조회수 : 338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0/04 01: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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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역경기가 참 좋아졌다.

언제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던 제주도 경제가 중국인들의 유입으로 어느날 갑자기 급부상하여
나날이 땅부자들이 늘어나고 여기저기서 새로운 건축물들이 빠르게 올라온다.

"뭐 그 덕택에 나도 돈맛좀 보고 있단 말이지~"

나는 새로 뽑은지 얼마되지 않은 자신의 2015년형 붉은색 아우디의 핸들을 살짝살짝 흔들며
흥에 겨운듯 도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야 평소에 외제차~외제차 노래를 부르던놈이 이런 쌔끈한 차 몰고다니니까 기분이 그리도 좋냐?"

보조석에 앉아서 덥다는듯 셔츠를 반가까이 풀어헤치고 한쪽발을 차위에 걸쳐놓으며 삐딱한 자세로
성진이형이 말한다.
원래 제주도 출신이 아니지만 물좋고 공기좋고 바다와 산이있는 제주도가 그렇게 천국같았다며
2년 전, 신혼부부가되어 제주도로 이사를 온 형이다.

신혼집을 알아봐주며 친해지게 된 형인데, 나랑 나이차이도 2살밖에 나지 않고 성격도 의외로 잘 맞아
거의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사람이다. 경기도에서 무슨 원목사업인가?를 해서 젊은나이에 꽤 큰돈을
만졌던 모양이다.

"형은 맨날 타고다니니까 몰라~이게 얼마나 부드럽게 잘 나가는데, 가끔 도로를 달린다는것도 까먹을만큼
부드럽다니까?"

"얌마, 그것도 길어봐야 3개월이다~나중에되면 비싼세금내랴, 유지비내랴 어디 긁히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할
니모습이 내 눈에 훤~히 보인다 낄낄"

"이미 그러고 있수다~"

나 역시 내가 이렇게 잘 나가는 놈이 될 줄은 몰랐다. 2008년도 해먹을게 없어서 뭔가라도 이뤄보자라는 생각으로
따논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제주도가 중국인들로 인해 급부상하면서 엄청난 이득을 안겨다 준 것이었다.

땅값들은 하루가다르게 치솟았고 그 수많은 타지의 부자들에게 매물들을 소개해주다 보니 어느새 내 통장엔
억소리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한달이 다르게 찍혀가고 있던 것이다.

"야 그나저나 준혁이 너 이 근처에 전원주택 하나 계약했다며? 진짜 돈좀 많이 벌었나보다?어?"

형 말대로 부동산이 뛰어오른 덕분에 나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좋은위치에 있는 전원주택을 하나 구입했다.

"여기가 진짜 노다지 땅인데 사람들이 잘 몰라요~ 물론 내가 살 집이긴하지만 이것도 투자야 투자.
한 2년만 있어봐라. 내주택값이 최소 2배는 더 뛸걸??
그리고 형도 알겠지만 아무라 나라도 어디 대출없이 여길 샀겠어? 대부분이 다 대출금이지 뭐..."

"얼씨구? x발 니가 찝은 땅은 뭐 다 올라간다는 보장이라도 있냐? 아주 자신만만하네 이거~
니말대로만 다되면 넌 지금당장 용한 자리하나잡아서 무당하는게 돈 수십배는 벌거다 임마"

또 형의 툭하면 나오는 비꼬는 말투가 튀어나왔다. 이제 나는 적응이 돼서 저게 별 감정없이
내뱉은 말인걸 알아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처음 친해지고 몇달간은 저런 형의 성격과 말투때문에
꽤 다투는 일이 많았었다.

"왜 집값 안올라가면 형님께서 대신 사주시게? 그럴거아니면 남의집에 왈가왈부 하지마쇼~
아니 막말로 내가 소개시켜준 형 신혼집도 지금 벌써 시세가 두배나 뛰었잖아요 안그래요?"

실컷 쏘아붙이던 형의 입이 쏙 들어갔다. 역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그래그래 니말이 다맞다~아오 아주그냥 친해졌다고 맞먹을라고 한다니까 어휴...
근데 너 그 전원주택 주변에 도깨비도로 있지 않냐?"

도깨비도로...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이다. 지금은 '신비의도로'라고 그 명칭이 바뀐 도로이다.
제주도 사람중에 이 도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도로의 굴절 착시현상때문에 내리막길에서 공이 위로 굴러가는 그런 반대의 현상을 보이는,
어릴떄는 신기했지만 이젠 그냥 지나치고 있는 이 길이 그 도로였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할만큼 신경도 쓰지 않는 그 도로. 

"어 맞어. 근데 그게 왜? 관광객땜에 집주변이 시끄러울까봐?"

"아니~그게 아니라 우리 마눌님이 괴담, 미신같은거 엄청 좋아하잖냐~
너도 기억나지? 신혼집 처음 들어왔을때 잡귀쫓는다고 어디서 요상한부적 가져와서
가구들 밑에 덕지덕지 붙여놓던거. 니가 그거보고 학을떼던게 아직도 눈에 선하다 푸하하"

그렇다. 나는 미신같은것을 정말 싫어한다. 특히나 나쁜것을 막는다고 붙여대는 그 부적.
정말 그놈의 보기만해도 속이 울렁거리는 그 기묘한 부적을 뭐가 좋다고 붙여대는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고 초자연적인 현상이 어딨는가?
내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30년을 넘게 살아온 나다. 살면서 단 한번도
귀신은커녕 초자연현상하나 목격하거나 겪은 적이 없었다.

나는 양쪽으로 잡은 핸들에서 한쪽손을 떼어 형쪽으로 말도 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어가며 대답을 했다.

"아니 형은 그걸로 형수님이랑 싸우지도 않아요? 내 마누라가 그랬으면 난 진짜 대판
싸웠을건데.. 어휴 진짜 집들이음식 먹는내내 그놈의 부적이 아른거려서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몰랐수다 그 때."

"이쁘면 다 용서가 돼~뭐 그리고 나도 그런걸 꽤 좋아하는 편이라서 딱히 불편하지도 않고 말이야.
아니 근데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들어봐봐. 우리 마누라가 제주도로 이사오기로 결정한 다음부터
제주도에 관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제주도 관련 미신이나 괴담같은걸 또 찾아봤었나봐"

"그런데?"

"그러다 어느 괴담사이트 하나에 들어갔는데, 제주도의 도깨비도로에 관한 괴담이 하나 있더래."

나는 이런 이야기따윈 믿지 않았지만 살짝 흥미가 돋는건 어쩔 수 없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으리라.

"뭐 나도 그때 이사준비하느라 바쁜와중에 마누라가 굳이 날 쇼파에 붙잡아 않혀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해준얘기라 확실히 기억은 안나지만 제주도에 왜 516도로 있잖냐"

"갑자기 도깨비도로 얘기하다 516도로가 왜 튀어나와?"

"아이 씨, x신아 흐름좀 끊지말고 그냥 들어봐봐. 그 516도로가 예전 60년대 군사정권때 범죄자들 강제로 노역에
동원시켜서 만든 도로라고 하잖아. 그래서 도로주변에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힌 노동자 시체도 엄청 많다고하고..."

"뭐 들어본 거 같기는 한데...그게 도깨비도로랑 뭔 상관이야?"

"아 거 새끼 하지말래도 흐름 x나끊네...근데 거기서 노역하던 노동자중에 이유없이 잡혀들어가 범죄자
신세가 된 사람들이 꽤 있었단 말이지. 그 왜 있잖냐. 그 시절에는 막 죄없는 사람들도 말도안되는 이유로
범법자 만들어서 깜방에 넣고 그랬잖아"

그 얘기를 듣자 나는 아주오래전 기억속에서 얼핏 들었던 어떤 내용과 형의 대화내용이 살짝 오버랩되는
기묘한 현상을 겪엇다. 그 오래전 기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확실히 겹치는 느낌만은
전해졌다. 별로 관심없었던 이 주제에 대해 이상하게 흥미가 돋기 시작했다.

"계속 말해봐."

"왠일이냐? 니가 이런얘기에 흥미를 다 가지고? 시큰둥 할 줄 알았더니.. 니네 새집쪽이라 예민해졌냐?
암튼 집사람이 읽은 그 글에서 그 괴담을 쓴 작성자가 말하길 본인의 아버지가 그 노역자들 중에 한명이었다더라고"

"뭐????"






"야 차!!"

나도 모르게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며 생각없이 골목에서 우회전을 하다가, 직진하며 경적을 울리며 다가오는 차를 보고는
급격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급브레이크를 밟은건 그 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형이 옆에서 얘기를 끊고 큰소리로 경고를 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그 차와 충돌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상황보다는 그 이야기가 빨리 더 듣고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야이 x새끼야 외제차 타고다니면 다야? 똑바로 안보고다녀?"

접촉사고가 날뻔한 차가 도로에 잠시 멈춰서 창문을 내리더니, 왠 양아치같이 생긴 선글라스를 낀 나보다 
앳되보이는 녀석이 삿대질을 해대며 욕을 했다.
순간적으로 욱했지만, 엄연한 나의 잘못이었다. 그 양아치같은 녀석은 그래도 간이 그리 크지 않았던 놈이었던지 금방 차문을 올리며
다시 빠르게 골목을 도망치듯 빠져나가고 있었다.

"야이 x친놈아! 갑자기 왜 멍을때려? 아이고 내 허리...너 때문에 허벅지 찢어질뻔 했잖아 임마!"

옆에서 짜증나게 내 신차에 자신의 맨발을 턱하니 올려놓고 안전벨트도 안하고 삐딱하게 앉아있다가 봉변을 당한
성진이형이 나에게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 미안요. ...아니 그러게 누가 그렇게 안전벨트도 안하고 한쪽다리 올려놓고 남의 차 보조석에 타래요?
사고라도나면 차주 아주 x돼보라고 작정을 하셨어 아오"

나도 지지않고 말대꾸를 했다.
잠시 골목에 빈 자리에 차를 주차해놓고 우리 둘은 항상 하던대로 5분간 옥신각신하며 말싸움을 이어갔다.

"어휴 야 우린 맨날 만나기만 하면 이러냐. 됐다 됐어 그만하자"

"뭐 우리가 하루이틀 이러나..."

분위기가 어느정도 다시 회복되고 나니 잠시 잊고있던 그 이야기의 궁금증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근데 형 아까하던얘기 계속해봐요"

"그니까, 그 괴담을 올린 작성자의 아버지되는 사람이 그 도로공사 노역자 중에 한명이었다고 하더라고.
아버지가 취해서 집에 들어올때면 항상 그 당시 도로를 만들던 얘기를 아들에게 해줬었나봐.
본인은 억울하다고. 어느날 이유없이 빨갱이로 오인받아 잡혀가서 노역을 했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아들입장에선 아버지가 술만 먹고들어오면 마룻바닥에 앉혀놓고 허구한날 그 당시 얘기를 해대니
당사자 본인보다도 더 잘 알만큼 그때의 일들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게 된 거지.
이 516도로 얘기가 왜 나왔냐면, 아버지 자신이 그 당시 강제노역에 동원됐을 때, 마음이 맞아 친구가 됐던
자기 동료 한명이 있었다고 하더라고."

나는 이상하게 이야기에 몰입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쥐고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며 손에 약간의 땀이 고여갔다.

"야 나도 번거로우니까 이제부터 그 작성자 아버지 시점에서 계속 이야기 해볼게.
암튼 그 친구가 인물도 훤칠하니 잘 생기고 성격도 참 밝고 쾌활했었거든.
덕분에 마을여인들은 물론 주변 마을에서도 그 청년을 짝사랑하던 여인네들이 많았엇나봐.
잘난놈은 잘난놈들끼리 만난다더니, 다른마을에서도 예쁘다고 소문난 한 여인이랑 둘이
결혼을 한거지. 그 녀석이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는데, 어느 날 무장한 군인들이 
교실로 쳐들어와선 빨갱이라고 그녀석을 그 자리에서 반 죽도록 패고 잡아간거지."

꿀꺽...내가 삼키는 침 소리가 내 자신에게 들릴만큼 어느새 난 이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었다.

"녀석이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고 회복이 되니, 당시 516도로공사에 강제로 투입된거야.
거기서 나를 만난거지. 그니까 여기서 나라는 사람은 그 작성자 아버지인거 알지?"

"...내가 그정도로 이해력이 딸리지는 않으니까 게속 얘기해봐요."

"근데 그 녀석이 자기 마누라랑 자식사랑이 엄청났나봐. 나야 뭐 결혼도 안했고
부모님도 이제 곧 노환으로 돌아가실 아버지 빼고는 생각나는 사람도 없고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녀석은 아니었던거지.
그리고 그녀석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을 때, 녀석이 결심을 한거야."

"무슨 결심?"

"여기를 탈출하겠다고."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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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살면서 처음으로 이런글을 써보네요. 평소에 무서운이야기 괴담 그런거에 관심도

많고 참 많이 읽었는데 이렇게 직접 글을 써보는건 처음입니다.

부족한 글솜씨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고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이나 인물, 역사적 사실등은 사실과는 무관하거나 다르며 픽션임을 강조드립니다.

또한 본 글의 작성자는 Naks 저 본인이며 타 사이트로 불펌을 금지합니다.

오늘 추가로 더 올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서투른 초보의 글 하나 투척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출처 BGM출처

http://bgmstore.net/?q_type=category&q=%EA%B3%B5%ED%8F%AC&sort_by=vote&sort_type=d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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