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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취한다
게시물ID : panic_835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탄수화물
추천 : 6
조회수 : 139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0/06 00: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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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였다. 회사 일은 저녁이 다가와도 끝이 보이지 않았으며, 같이 일하는 동기놈 또한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사내메신저로 그에게 날라온 메세지는 "밥먹었냐?"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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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먹는 시간마져 아껴가며 빠른 퇴근을 원했던지라 저녁밥은 넘기고 일을 했건만 시간은 8시로 향해가던 때였다.
배에서 마침 꼬르륵 소리도 나고 하니 출출함이 배에서 머리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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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언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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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과 함께 채팅방에 다른팀 여동기도 초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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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반에 회사건물 1층에서 만나기로하고 셋이서 모이자마자, 회사 근처의 선술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여동기가 안주가 너무 맛있어서 또 가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곳이였다.
평일 저녁에도 불구 하고 사람은 선술집에 가득했다.
우리는 모두 술에 강하지만 술을 싫어하는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었다.
맛있어보이는 안주 두개를 시키고 가만히 있자니 주인장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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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라도 마실까.."
"아니 살쪄"
"그냥 맥주나 한잔 나눠먹자"
"맥주나 사이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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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500CC를 셋이서 나누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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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차를 가져왔지만 한모금씩 목만 축이고 두 시간 이상 떠들면 깨지 않을까 해서였다.
한잔 축이고 나니 주인장의 시선은 거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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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회사이야기, 개인사, 잡담 이것저것 떠들다보니 벌써 10시 반이 훌쩍 넘었다.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압박때문인지 자리에서 엉덩이를 때긴 쉬웠다.
작별 인사를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차장으로 걸었다. 혹시 몰라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제를 사 마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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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꺼내 구석에서 조용히 피며 피곤함을 느꼈다.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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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대문을 열어주시는 어머니께 인사를 하였다.
"아휴 술마셨니? 술냄새가 왜 이렇게 나? 설마 운전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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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머리속은 복잡해졌다가 초점이 맞추어졌다.
"응, 한잔했어 대리불렀지..."
"돈이 썩어나요..쯧쯧, 얼른 들어가 씻고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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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들어서는 순간 가벼운 현기증이 낫다.
'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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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500CC를 셋이서 나누어 마신것 치고는 느낌이 이상했다.
운전할 때는 무척피곤했었는데 그것이 취기였나?
두시간이나 지났는데 술이 이렇게 안깨는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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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각을 하면서 샤워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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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맥주를 나눠 마셔도 운전은 하지말아야겠네 생각을 하였다.
씻고나와 몸을 말리는 와중에 시계는 12시를 가르켰지만 취기는 좀 처럼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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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에 어머니께서 아침잠을 깨우시며 큰 소리를 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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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하겠다.. 아휴.....술냄새... 어제 얼마나 먹은거야?"
"응?"
"오늘 운전하지 말고 버스타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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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살짝 핑 돌았다. 머리 속이 급격히 혼란스러워 졌다.
또한 맥주 한잔한 가벼운 취기가 머리속을 맴돌았다.
어제 먹은 그 가벼운 술이 깨질 않다니, 무슨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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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께 오늘 지각할것 같다고 전화를 하고 버스를 탔다.
'어머니께서 술냄새에 민감하시긴 한데.. 아직까지 안 깬건 뭐지?'
속칭 멘붕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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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에게서 카톡이 왔다.
"왜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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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팀원이기 때문에 나의 근태소식은 그의 귀에 곧장 들어간다.
"몰라.. 술이 안깨네 넌 괜찮아?"
"왜? 어제 술 더마셨어?"
"아니, 그냥 바로 집에 왔지, 근데 가벼운 취기가 가시지 않네.. 몰라서 대중교통 타고 간다."
"알았다. 술깨는 약이라도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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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들어가기전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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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누어 마신 맥주 한잔의 취기는 일하는 내내 가시지 않았다. 일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오래 집중하는데는 불편하였다.
점식시간에 구내 식당에서 밥먹으며 오늘 첫마디를 나눈 동기의 말은
"아직도 술냄새가 조금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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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부터 살짝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거 영원히 안 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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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후 오후, 나의 주도로 진행되는 간단한 회의가 있었는데 술기운이 조금 있어서 그런지 주저함없이 이슈에 대해 어필하였다.
이상하리만큼 일은 잘 풀렸고 회의는 무사히 마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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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기운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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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 이상하리만큼 좋았고, 이러한 내모습이 내가 웃긴지, 쓴웃음을 지으며 회의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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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귀가, 잠자리 들기전까지 어제의 술기운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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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술귀신이 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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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내 입냄새를 맡아보며 역정을 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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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나도 내 술기운은 가시질 않았다. 일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나 덜컥 겁이 났다.
가족은 걱정하기 시작했고 큰 병원에 예약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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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희한하내요.."
검사차트를 보는 뿔테 안경속 그의 눈은 빛났다.
친구 중 유일한 이비인후과 수련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친구에게 상담한 결과 자기 병원 순환기내과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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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말씀드릴 말이 없지만, 이러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 같아요. 피검사 결과도 소주 두잔 정도 마신 사람과 비슷해요."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정말로 그 이후로 술을 더 드시거나 그러지 않았습니까?"
"무서워서 근처로도 안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데, 뇌질환이나... 알코올 중독이요.. 간에서도 무리가 갈것이고요.."
"네?"
"매우 적은 양이지만 간은 계속 알코올을 해독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환자분 몸속에서 알코올이 생성되고 있다고 보시면 되요..간이나 뇌에 무리가 갈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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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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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렇게 된다면.. 간질환이나 신경쪽으로 손상이 갈 수도 있고요.."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일단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받아 봐야지요. 원인을 모르는데 치료도 할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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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검사를 마치고 집에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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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는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성공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 속내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나는 나도 모르는 손가락질 대상이 된것 같았다.
회사에서는 말을 극도로 말을 아끼게 되었고 할말이 필요하면 전화 혹은 멀리서 말하였다. 마스크도 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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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를 아는 사람은 그 때 자리를 같이한 동기와 팀장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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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다시 찾은 병원의 의사는 말했다.
"한 동안 입원해 추이를 지켜보는게 어떻습니까?"
"네?"
"희귀한 사례라..."
"하라면 해야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무리 되고 입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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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프로젝트가 끝나자 마자 팀장님은 다음 프로젝트를 맡겼다.
"저번에 잘했어, 이번것도 수고해줘, 병원에서 어떻데? 술냄새만 안나면 참 좋은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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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지막 한 마디는 무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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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편의점에서 늘 하던대로 숙취해소제를 여러병 샀다. 빨리 술에서 깨고 싶다.
한 병은 마시려고 했지만 자주 마신 탓인지 역겨웠다.
한 병채를 못 마시고, 버렸다.
나머지 병은 집 대문앞 빙판용 모래를 담아두는 고무 플라스틱 통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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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대문을 열어주시며 또 한 마디 하신다.
"어휴 술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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