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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군대귀신 이야기(스압)
게시물ID : panic_836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doLog
추천 : 23
조회수 : 183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0/07 18: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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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하세요.
그냥 눈팅만 하다가 군대에서 겪었던 얘기나 해볼까 해요.
지갑에 천원짜리가 음슴으로 음슴체.
 
1. 입배틀 귀신
 
본인은 딱히 건강한 편은 아니지만 군대 가기 전까지는 가위 한 번 눌려 봤던 적 없는 그냥 평범남징어였음.
군대 간 시기가 이래저래 개인 사정때문에 친구들보다 몇 년 늦게 가서 신교대에서부터 좀 아재포스였음.
다들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신교대에서 누군가 한 명 감기에 걸려 그게 역병처럼 휘몰아쳐서 내무실 전원이 감기에 앓아 누웠는데,
증세의 강도는 개인에 따라 세기도 약하기도 했었음.
본인은 감기가 매우 강력해서 엄청 고생했는데, 이게 신기한게 해 떠 있을 땐 멀쩡해졌다가
꼭 자려고 취침소등만 하면 열이 펄펄 끓기 시작하는거임.
신교대 불침번 조교한테 도움을 청해 봐야 알 수 없는 파란 알약 몇개 던져주고 끝.
그거 먹어도 그다지 효과도 모르겠고,
어쨌든 그거라도 안 먹으면 죽겠다는 생각에 주는대로 받아 먹고 끙끙대며 선잠에 들었음.
 
한참 앓고 있는데 머리맡에서 두 남자가 말싸움 비슷하게 대화하고 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서 잠에서 살짝 깨어남.
군대 다녀온 징어분들은 아시다시피, 구막사의 경우 접이식 매트를 깔고 다닥다닥 붙어서 자기 때문에
보통은 양 옆에 누워있는 다른 훈련병들의 실루엣이 딱히 고개를 많이 돌리지 않고 눈만 살짝 돌려도 보이거나 느껴져야 하는데
그 때는 그 넓은 침상에 나 혼자만 누워있는 것 처럼 느껴졌음.
그런데 고개만 아주 조금만 움직여지고 몸을 꼼짝도 못하겠는거임.
열 때문에 식은땀은 줄줄 흐르는데 오한으로 몸은 벌벌 떨리고
그 와중에 머리맡에서 계속 들려오는 말싸움.
말싸움 내용의 디테일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주제만 얘기하자면 나를 죽일지 살릴지에 대해 논쟁하고 있었음.
한 명은 살려야 된다고 하고, 한 명은 죽여야 된다고 싸우고 있었음.
그런데 웃긴게, 내가 몸이 워낙 아프다 보니 뭐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 보다는
'아 아파 죽겠는데 귓가에서 ㅈㄴ 시끄럽게 구네'
이런 생각만 들었던 것 같음.
그러다 기절을 한건지 그냥 잠이 든건지, 정신을 차리니 옆자리에서 자던 동기가 내 몸을 흔들고 있었음.
땀은 줄줄 흘리지 계속 끙끙 앓는 신음소리도 내지 그래서 죽는거 아닌가 싶어서 깨웠다고 함.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다음날 오전에 코를 크게 풀었는데, 
과장 조금 보태서 젤리같은 느낌의 애기 주먹만한 핏덩이(라고 쓰고 콧물덩어리라고 읽음)가 튀어나옴.
그 뒤로 감기기운이 뚝 떨어지고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옴.
 
쓰고보니까 재미가 음슴.
그런데 귀신얘기가 끝이 아님.
 
 
2. 하이바 귀신
 
드디어 자대배치를 받음.
우리 부대만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보통 뼝아리 견장을 한 신병들은 분대장 옆에서 재웠음.
분대장이 군대를 늦게 온 타입이라 내가 나이가 많은 편인데도 분대장이 나보다 4살인가 많았으니 수퍼아재포스였음.
아직 이름도 얼굴도 다 모르는 내무실 선임들이 우리 막둥이 분대장 옆자리에서 자네, 오늘밤에 죽어나겠네 등등의 농을 하길래
뭔가 빅팜썰이나 비누썰 같이 군대 특유의 짖궂은 농담인가보다 하고 말았음.
 
자대배치 첫 날이라 하루 종일 바짝 긴장한 상태여서 그랬는지,
취침소등 해서 거의 눕자마자 잠이 들었음.
정말 기절한듯이 꿀잠을 자고 있었는데 모포를 덮은 정강이 위쪽으로 물같은게 뚝 뚝 한방울씩 떨어지는게 느껴짐.
눈이 떠지고 위를 봤는데 그냥 평범하게 관물대가 보이고, 전투복 두 벌 걸려있고 떡볶이가 개어져 놓여있고 제일 위에는 하이바가 놓여있...
거기서 소름이 돋았음.
전입 첫날이라 난 아직 군장을 받은 적이 없었던거임.
그 때, 내 하이바가 조금씩 움직이는데,
비명을 지를뻔 했음. 그런데 역시 가위상태였는지 비명은 안 나옴.
위장크림을 까맣게 칠한 하이바 쓴 남자가 피가 흘러나올 것 같은 새뺄간 눈을 부릅뜨고 관물대 위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음.
아마 그대로 기절했던 것 같음.
 
다음 날 아침에 기상나팔이 울렸는데도 난 못일어나고 있었음.
분대장이 날 깨워서 일어났는데, '미친 이등병새끼가 빠져가지고...' 로 시작하는 갈굼을 당할거라고 생각해서 엄청 쫄아서
죄송합니다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분대장이 딱 한마디를 했음.
'너도 봤냐?'
 
알고보니 자대배치 받고 나랑 비슷하게 가위 눌렸던 신병들이 전에도 몇 명 있었다고 함.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늦잠자거나 하는건 어지간해서는 안 갈군다고...
그 뒤로 그 하이바 아재 귀신이 나오는 가위는 눌려본 적이 없음.
 
 
 
3. 밤나무 귀신
 
우리 부대는 후방이어서 간편부대였음,
다시 말해 실제 부대에서 근무하는 병력의 3할 가량이 상근예비역이어서 출퇴근 혹은 격일로 교대근무를 서는거임.
경계근무를 현역들이 위병소를 서고, 상근들은 탄약고를 서게 했었음.
여름에 태풍이 좀 심하게 왔던 적이 있는데, 출퇴근하는 상근들 사고날까봐 상급부대에서 상근들 출근시키지 말라고 공문이 내려옴(씨ㅂ...)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사람이 없다고 절대로 경계근무지를 비워두지는 않음.
결국 현역들이 탄약고 근무까지 다 땜빵 서야 되는거임.
낮에는 작업인원 빼고 2개조 남겨서 퐁당퐁당,
야간에는 원래 2시간씩 서던 근무를 3시간으로 늘리고 비번으로 빼던 인원이 사라짐.
탄약고 경계근무지 소초에 들어가 비바람을 피하며 야간근무를 서고 있었음.
당연히 나는 짬찌라서 부사수였고, 사수는 들어가자마자 탄띠풀고 하이바 벗고 총 내려놓고 자기 시작.
나는 간부들이 기습적으로 올 수도 있는 길목을 경계하고 있었음.
 
그 길목 옆에 꽤 나이가 오래 된 커다란 밤나무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쪽에서 사람 실루엣이 보였음.
왜 보통 경계 관련해서 교육 받을 때, 야간에 시선을 자꾸 이리저리 돌려야 헛것이 안보이네 어쩌네 하지 않음?
나도 그런 것 때문에 헛것을 봤구나 싶어서 시선을 다른데로 돌렸다가 밤나무쪽을 다시 봤는데,
딱히 특이한 점을 찾지 못했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밤나무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이번에는 확실하게 보였음.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하고 비닐같은 재질로 된 하얀 츄리닝을 위아래로 입은 덩치 커다란 남자가 밤나무 옆에 서서 날 노려보고 있었음.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서 제법 디테일하게 볼 수 있었는데,
앞에서 말했다시피 큰 태풍이 왔던 시점이라 밖에는 비바람이 꽤 거칠게 불고 있었음.
그런데 그렇게 비바람이 부는데 그 남자는 전혀 젖은 것 같지 않았음.
남자와 눈을 마주쳤는데, 마주친 순간부터 그 마주친 눈을 피하지를 못하겠는거임.
이게 바로 사랑인가 싶었는데
그때는 상황파악이 안돼서 얼어붙은 그 자세 그대로 뒤에서 자고 있는 선임을 깨웠음.
밖에 천둥번개도 치고 있는데, 어찌나 맘놓고 꿀잠을 쳐 자시는지,
몇번을 부르고서야 깨서 나한테 욕지거리를 시전하심.
어쨌든 저기 앞에 밤나무에 웬 남자가 서 있다고,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선임이 기겁을 해서 내 쪽으로 달려왔는데 그 와중에 몸으로 나를 툭 침.
그제서야 몸이 움직여져 선임쪽으로 시선을 잠깐 돌렸다가 다시 밤나무로 시선을 옮겼는데,
그 남자는 사라짐.
물론 선임한테 미친듯이 갈굼당하고 내무실에서 며칠간 구라쟁이라고 놀림당함.
 
며칠 뒤 태풍이 지나가고 상근들이 정상출근을 하기 시작했는데,
흡연장에서 짬 좀 먹은 상근을 만남.
평소에 안면이 좀 트여있는 상근이어서 같이 담배를 피우다가.
'김00병장님, 저 사실 탄약고 근무서다가 밤나무 옆에서 귀신 봤지 말입니다'
라고 한마디만 던지고 반응을 살폈음.
김병장과 그 옆에 있던 다른 상근들 표정이 변함.
난 그냥 귀신 봤다는 말만 했는데 상근들이 내가 본 남자랑 똑같은 인상착의를 줄줄 말함.
사실 헛걸 봤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던 시점이라 그냥 농담 식으로 던져 봤던 말인데
그렇게 인상착의까지 비슷한 귀신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까 소름이 쫙 돋아 급하게 담배를 끄고 내무실로 들어감.
 
 
 
 
 
얘기는 이 정도인데요...
쓰고 나니까 핵노잼이네요.
사실 두 가지 정도 썰이 더 있긴 한데,
반응 봐서 재미있어하시는 분들 많으면 마저 써보는 걸로... ㅠㅠ
출처 본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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