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때부터 남보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는 이유로 도서부를 자처 했었다. 어느 시골 학교 한 반에 18명, 한 학년에 두반. 도서부인 나는 당시 인기 절정인 해리포터 시리즈 불의 잔까지 내리 혼자 독점을 하다시피 읽었다...
중학생때 밤늦게 오빠랑 나랑 우리 남매가 각자 방에서 잠들었다 생각되는 새벽 시간에는 부모님이 늘 싸웠다. 싸우는 소리에 잠이 깨면 나는 곧 불을 켜고 책을 읽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부모님의 언성에 저절로 귀기울여져 집중이 안되더라도 책은 새벽까지 붙들고 있었다.
나는 책 편식이 심하다. 특히 소설 위주로 읽는다. 인생이든 책이든 재미없고 고루한 건 질색이다.
학창시절 공부는 지지리도 못했다. 교과서든 학습지든 5분을 쳐다보지 못했다. 하지만 소설은 산만하고 집중력 떨어지는 나를 한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다섯시간이고 읽게 만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권은 꼭 읽으려 노력한다..... 처음에 내 독서는 순수 재미였지만 20대가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내 독서 의도는 남들과 대화하기 위해, 좀 더 아는 사람인 것 처럼 보이기 위해, 딱히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어휘력과 필력이 좋아질 것 같은 기대감에 등등 여러가지 복합적으로 바뀌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재밌는 글을 읽으면 어쩜 이렇게 글을 재치있게 쓰는 사람이 많은지 감탄한다. 그 중에 오유가 제일 으뜸이다. 필력 쩌는 글은 어느 게시판에 있던지 베오베로 옮겨져 온다. 그런 글들을 읽으며 필력은 독서와 상관이 없는건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평소에는 재밌다 소리를 들어도 막상 내가 글로 옮겨 적으면 이건 뭐 내가봐도 썰렁하고 진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