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엄마의 다섯 번째 기일이었습니다.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후 맞는, 우리 집의 유일한 기념일이었습니다.
17년 전, 엄마는 아빠와 이혼한 후 저희를 홀로 키우셨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제 동생은 폐인처럼 살아갔습니다.
늘 술에 취해 있었고, 그럴 때마다 나한테 막말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집에 가장이 되어야 했고, 스스로 거리로 나가야만 했습니다.
그런 동생도 1년 중 딱 하루, 진지해지는 때가 있는데, 그 날은 바로 엄마의 기일입니다.
제대로 된 옷을 갖추고는 엄마에게 예를 다해 술을 올리고,..
1년 중 가장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엄마에게만큼은 세상 좋은 남자로 보여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요즘 이런 저런 일이 많이 겹쳐서 힘든 데다가 엄마의 기일까지 챙기려니 평소보다 더 울컥, 눈물이 나더군요.
왜 세상은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었나.
신은 자신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준다던데, 왜 신은 나를 이렇게 과대평가 하고 있는 것일까.
엄마도 없는 이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아니, 어쩌면 엄마마저 떠난 것도 어쩌면, 모두 계획된 시련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상은 나에게 너무 가혹하구나, 내가 무슨 잘못이 있길래 세상은 나한테 이렇게 가혹한 것일까.. 등등....
떠난 엄마 마저 원망스러웠고, 남아있는 동생도 미워졌습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
어제 서울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내릴 때, 저도 같이 숨죽여 울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영상을 접하게 됐습니다.
"기억이 남아있는 동안 누구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골목길에서 같이 눈사람을 굴리며 만들었던 기억,
엄마 등에 엎힌 채 지나가던 밤거리의 풍경과 엄마 냄새,
계곡에서 같이 물장구치면서 놀았던, 그러다 물에 휩쓸릴 뻔한 걸 구해줬던 엄마의 강한 손길 등등
엄마와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기억이 있다는 건, 그 사람을 아직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상 보면서 참 많은 감정이 동시에 지나가는 하루네요.....................ㅎㅎ...
http://tvpot.daum.net/v/vb586EmEBdvPaTKKaPvm5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