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가의 상속자. 세금을 피하기 위해 최순실 일가에게 접근, 460억을 제공하고 수조원 가치에 달하는 삼성전자 상속을 위해 국민연금을 이용할 수 있었고, 그를 통해 막대한 부를 상속받을 수 있게 된 스토리의 주인공. 그리고 고등학교 2,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
그를 바라보는 제 심정은 그래서 좀 복잡합니다. 그 친구가 삼성의 상속자가 될 것도 몰랐고, 고등학교 다닐 때는 그저 이병철 회장의 손자라고만 들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신세계 그룹의 부사장인 정용진 역시 동기 동창입니다.
학교 다닐 때 바라본 이재용은 점잖은 선비 타입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그룹을 승계하고 그 역시 그룹 계승자로서 길러진다는 이야길 듣고 조금은 반신반의했었습니다. 장사, 혹은 경영을 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봤는데, 그것도 길러지는 건가 했었습니다.
그리고 삼성은 대한민국을 점점 더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돈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그들은 권력을 샀습니다. 이병철은 말할 것도 없고, 이건희의 삼성은 더욱 노골적으로 돈으로 권력을 샀습니다. 그들은 돈을 벌었지만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뒷돈'을 냈고, 그들은 그 뒷돈으로 국가의 시스템을 망가뜨렸습니다. 그리고 국가에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 그들은 비선 실세를 찾아가 매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다가 그게 꼬리가 밟혔습니다.
그러나, 삼성이 권력을 어떻게 매수했는가는 결국 이재용이 구속을 피하는 것으로서 다시한번 드러났습니다. 구속적부심에서 특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는 과거에도 대기업 총수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전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또 하나의 그림을 봅니다. 조 판사는 판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낸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받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배출가스 조작에 개입한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한 바 있으며, 당시 기각 이유는 ‘애매하다’ 였습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무법 권력'은 특권층 마인드를 바탕으로 합니다. 조 판사는 대학 시절부터 이른바 삼성장학생으로서 자라왔다는 말도 들립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카르텔을 깨는 것, 그것이 없이 대한민국이 바로잡힐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자,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검이 수사를 중단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이들에게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동력을 조금씩 소진해 왔던 촛불, 이번 주말에 모일 때는 분노를 담아 다시 결집할 겁니다. 이들은 촛불혁명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를 분명하게 밝혀 주었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박근혜 세력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정권의 교체 뿐 아니라, 우리가 특권을 허용하는 사회를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는 것, 바로 재벌 개혁을 이뤄내는 것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이 시민혁명의 종착점은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법개혁, 재벌개혁, 특권구조의 해체. 야당이 떠 안아야 하는 국민의 열망이 뭔지가 뚜렷해집니다. 그리고 이재용이 서울구치소를 나와 지었던 미소, 그것이 다시 공포에 질린 얼굴이 돼야 합니다.
재용아, 너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를 위해 꼭 사법적인 댓가를 치러야만 해.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