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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usion - 상
게시물ID : panic_837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유야안녕
추천 : 5
조회수 : 7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11 04: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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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새하얀 옷을 입은 노란머리의 소년은 새파란 눈을 굴려가며 방안을 살폈다.

티끌하나 없이 새하얀 방 안에는 방의 색과는 어울리지 않는 묵직한 기운이 느껴지는 철로 된 문과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커다란 거울,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짙은 갈색의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소년은 이 하얀 방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여기는 어디지? 난 왜 여기에 있는거지? 가족들은 어디에 있지??

소년이 생각에 잠겨 답을 구하고 있을 때 경첩의 마찰음이 머릿 속을 파고 들었다.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끔찍한 소리라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자신처럼 하얀 옷에 하얀 가운을 걸친 왜소한 체형의 남자가 문을 밀어서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하얀 가운의 오른쪽 가슴팍에는 볼펜이 끼워져 있었고 손에는 종이가 끼워진 까만 책 클립보드를 쥐고있는 남자의 등 뒤에서

철컥 하고 문이 닫히기도 전에 소년은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자의 모든 것을 눈으로 살펴보았다.

이마에 잡힌 주름, 듬성듬성한 머리, 까만 머리와 낮은 코, 그리고 거기 걸친 안경....

확실한 건 소년은 이 남자가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였다.

" 꼬마야, 기분은 좀 괜찮니? "

남자가 입가에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소년은 누군가 사람이 왔다는 점에 대해 굉장히 기뻤으나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남자는 소년의 끄덕임을 보고서는 뭔가 안심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소년에게 의자에 앉아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소년은 이번에도 굳이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시선을 땅에 고정 시키고는 우물쭈물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소년이 의자에 앉을 때까지 차분히 기다린 후 자신 역시 의자에 몸을 얹었다.

" 여긴 어디에요...? "

소년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남자는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소년의 파란 눈을 지긋이 응시할 뿐이였다.

소년은 애가 달아 남자에게 이것 저것 질문을 던졌다.

이곳은 어디며,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것이며, 가족들은 어디에 있는지....

허나 하나씩 질문해 오는 소년의 반응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듣고만 있을 뿐이였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고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크게 숨을 내쉬고는 말을 꺼냈다.

" 꼬마야,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너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단다.
  하지만 너가 먼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도 너를 도와줄 수 없어. 이해해 줄 수 있겠니? "

남자의 말에 소년은 대답 할 수 없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줄도 모르고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자신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년에게는 다른 대안 역시 없었다.

소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말을 이어나갔다.

" 이해해줘서 고맙구나, 질문을 하기 전에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해주겠니? "

" ......... 저는 조쉬에요. 11살이고 집은 포틀랜드에요. "

소년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남자는 오른쪽 가슴팍에서 펜을 꺼내 빠르게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 포틀랜드...? 신기하구나 나도 포틀랜드에서 사는데.... "

" 아저씨도 블레이져스 팬인가요? "

" 이런.... 나는 메인(Maine)주 란다. "

남자는 소년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답했다.

남자의 손이 종이 위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 오리건의 포틀랜드에서 온 11살 조쉬..... 트레일블레이져스를 좋아하고.... 그렇구나.....
  너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겠니? "

" 어떤게 좋을까요? "

" 무엇이든 괜찮단다. 집, 가족, 학교 생활, 좋아하는 것이라던지.... "

남자의 말을 들으면서 소년은 고개를 돌려 거울을 바라 보았다.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는 남자와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지는 커다란 거울을 보며 소년은 생각을 정리했다.

" 저는 엄마, 아빠, 그리고 형과 같이 살아요. 커다란 개도 있어요. 이름은 맥스에요!
  저희 집은 마당이 넓은 2층 집인데, 마당은 맥스, 그리고 형과 함께 뛰어 놀기 좋아요.
  1층에 있는 거실에는 벽난로가 있는데 겨울이 되면 항상 엄마가 벽난로에 불을 올려서
  따듯한 스튜를 끓이셨어요. 아빠는 부엌에서 요리하시길 원했지만 스튜가 맛있는건 부정 할 수 없었어요.
  식당과 부엌은 같이 이어져있고 부엌에는 오래 된 오븐이 있었는데, 엄마는 8월 28일에 항상 그 오븐으로 구운 빵으로 케익을 만들어주셨어요. "

" 8월 28일이 네 생일인가 보구나. "

" 네, 정확히는 저와 형의 생일이에요. 저희는 쌍둥이거든요. "

소년의 말에 남자의 손이 잠시 멈췄다.

남자는 이내 멈춘 손을 움직이며 다시 글자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소년은 눈치 채지 못한 듯 말을 이어나갔다.

" 거실과 부엌말고는 엄마, 아빠의 침실이 있는데, 두 분은 우리가 그 방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커다란 침대와 옷장이 있다는 것 말고는 저도 형도 침실에 대해서 아는게 없어요.
  거실에서 나무로 된 계단을 올라가면 복도 끝에 커다란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전 그 창문으로 해지는 모습을 보는걸 좋아했어요.
  한참 해가지는 걸 볼 때는 바다 속으로 해가 완전히 잠겨버릴 때 까지 서있다가 저녁 먹는 것도 까먹은 적이 있었어요. "

" 참 멋진 집에서 살았구나. "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을까? "

" 물론이죠! "

소년은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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