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게시물ID : panic_837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핵변태★
추천 : 5
조회수 : 268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0/11 06:09:16
남자분들은 군대를 다녀오면 많이 바뀌어서 오곤 하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저는, 벌레를 덜 무서워하게 됐죠.
상병시절, RTC 그러니까 연대전술 훈련중이라
저희는 한 대공부대 옆에있는 차량호에 갔습니다.
제 주특기는 106미리 무반동총.
말이 총이지 거의 2미터가 되고 무게도 꽤 나가서
1/4톤이라는 차 위에 올려놓고 다닙니다.
(사람이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차량에서 내릴 땐 총 3명이
매달립니다.)
쨋든 아시겠지만, 연천같은 청정지역,
그리고 여름이란 날씨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 산 속.
생각만해도 벌써 모기 생각이 나죠.
어쨌든 그 날 일정에 따라 저희는 그 호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습 니다.
다행히 비가오지 않아서 차량을 호 밖으로 빼고서
나머지 인원들이 호 안에 자리셋팅을 하고 누웠습니다.
하지만 모기가 너무 많아 잠에 들지 못하고
참다못한 제 고참이 모기약을 한번 쏵 둘렀습니다.
물론 저희는 잠깐 나와있었구요.
그리고 모기가 다 죽은걸 확인하고 저희는 숙면에 들어갑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였죠.
여름에 사용하는 모포 (모포라고 하나요? 그 얇은것)를
허리춤까지만 덮고 잤습니다.
여름이여도 산 속은 추우니까요.
근데 갑자기 얼굴에 차가운 돌 같은것 떨어지더라구요.
살짝 아파서 옆으로 밀어 치운 뒤 랜턴을 켰습니다 (LED).
그리고 저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귀뚜라미 였거든요. 그것도 엄청 큰.
믿으실 지 모르겠지만 군부대에 있는 벌레들은 크기가 다릅니다.
진심으로요. 더듬이까지 한다면 15센치는 족히 넘는..
완전한 성체였습니다.
당시만해도 저는 벌레를, 특히 다리가 얇고 긴것들,
더듬이가 있는것들을 완전 혐오할 때 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순간 소름이 쏵 돋아서 헛구역질이 나왔습니다.
그게 내 얼굴에 떨어지다니. 나뭇잎이 아니고 거미줄도 아니고.
귀뚜라미의 발과 더듬이였습니다.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두루마리 휴지 통채로 던지고
군화발로 짓밟았습니다. 진짜 무서웠거든요.
그리고 이제 자려고 다시 눕는데, 또 뭐가 떨어지더라구요.
아 진짜 아니겠지 하고 털어내고 다시 랜턴을 켰을 때 그것만한,
아니 그것보다 더 큰 것 같은 귀뚜라미가 있더라구요.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손에 잡히는걸로 내려쳐 죽였습니다.
야전삽이였어요.
그리고 제 근무가 끝나고 들어온 후임에게 말을 했더니 본인은
벌레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본인과 자리를 바꾸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굴 밑에까지 모포를 덮었습니다.
그리고 자다가 간지러워서 깼는데
하. 무슨 실거미? 같은 것.
다리가 엄청 얇고 너무나도 긴.
한 두세마리정도.
얼굴을 기어다니더라구요.
결국 그 날 야간은 얼굴까지 다 덮고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모두가 일어나서 호 안쪽 구석을 봤을 땐.
귀뚜라미 일곱마리...그리고 알 수 없는 벌레들이...
그 뒤로는 그냥 해탈하고 벌레를 즐깁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