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는데 옛날 생각이 막 떠오르다가 갑자기 소름 돋아서 쓰는 글이예요;
갑자기 저 혼자 신기하기도 소름돋기도 해서 쓰는 글이라서..
노잼에 안무서움 주의요. 워낙 글솜씨도 없고 음슴체 좀 쓸게요 ㅠㅠ
어렸을때 초등학교 4학년쯤? 집에 천리안이 아닌 메가패스를 첨 연결하고
자주가던 사이트가 있었음.
아무튼 나같이 컴퓨터 갓 만지기 시작한 초딩들이 혼자 놀기 좋은 홈페이지였는데..
사이트 이름도 엄청 유아틱했음 무슨 푸른하늘? 꿈동산? 이런 밝은 뉘앙스였음.
한참 유행하던 포켓몬 움짤 같은 게 언뜻언뜻 기억남ㅋㅋㅋㅋ
아무튼 이것저것 귀여운 그림도 많았고..
옷입히기같은 간단한 플래쉬게임같은걸 하고 노는 사이트였던 걸로 기억함.
거기에는 채팅도 할 수 있었는데
컴퓨터 학원에서 매일 청산도나 별헤는 밤 등으로 타자연습하던 나에게는 재미도 있었고..
무엇보다 또래들인거 같아서 더 좋았던거 같음.
아무튼 나는 컴퓨터학원에 일찍 도착했을 때나 방과 후 집에서도 자주 채팅을 하고 놀았음.
별 이야기를 주고받는건 아니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친목질이였던거 같음.
한 일주일 넘도록 채팅을 하자 나도 눈에 익는 대화명들이 하나 둘 씩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홈페이지 채팅에서는 [헬렌]이라는 대화명을 가진 유저가 친목의 정점에 있었음.
아직도 저 대화명은 똑똑히 기억남.
[헬렌]이 들어오면 다들 아는척 하고 잘 보이려고 하는게 어릴때였지만 느껴졌음.
[헬렌]은 뭔가 나긋나긋하고 초딩같지 않은 말솜씨를 가지고 있었음.
여튼 들어오는 순간부터 대화방의 분위기가 달라지는게 신기할정도로 다들 떠받들듯 잘해 줌.
물론 나만 그렇게 느꼈던 걸 수도 있는거지만..
[헬렌]은 유난히 친한 다른 유저가 있었는데 단체방에 다같이 있다가도
그 유저가 잠깐만 따로 이야기하자고 하면 나가서 둘이서 1:1채팅을 한다거나 해서
다른 사람들은 엄청 아쉬워했음.
그 사람은 [슈가]비슷한 어감이였는데.. 잘 기억이 안나니 그냥 [슈가]라고 칭하겠음.
유치하긴 하지만..난 엄청난 쩌리에 뉴비라서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헬렌]만 슈스대접에 말도 많이 걸어주고하니 솔직히 부럽기도하고 질투도 났었음.
그러던 어느 날, 채팅방 목록을 훑어보는데
헬렌만 들어와~~~*^^* - [1/2]
다른 단체방들과 함께 저런식의 방이 있었고, 물론 방안에는 [슈가]가 혼자 있었음.
솔직히 어린마음에 둘이서는 무슨이야기 할까 싶기도 하고
나도 친해져보고 싶기도 하고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결국은
대화명을 [헬렌]으로 바꿔서 재접속을 해서 채팅방을 들어가 봄..
말투도 따라하면서 아무튼 20분쯤 대화를 나눈걸로 기억함..
그러다가 내가 학원갈 시간이 돼서, 나가본다고 했음.
[슈가]는 언제 접속할꺼냐고 물었고 나는 학원이 끝나는 시간을 말해줬음.
그렇게 약속시간을 정하고 나는 학원으로 향함.
집에 도착해서 채팅방을 켜보니 [슈가]는 벌써 접속해서
단체방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음.
또 사칭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헬렌]이 채팅방에 접속했음.
속으로 아 다행이다 사칭했으면 [헬렌]이 두 명이라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했겠다고
혼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헬렌]은 자기에게 인사해주는 사람들에게 답해주면서 [슈가]한테 말했음.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 순간 뭔가 띵~ 했음.
둘이서 1대 1방에서 약속시간을 잡은건데 어떻게 알았나 싶기도 하고
뭔가 무섭기도 하고.. 쎄했음..
그리고서 둘이 내가 사칭했을때 나눈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이야기함..
예를 들어서 나 떡볶이 좋아해~~라고 했다면
너 아까 떡볶이 좋아한다고 했지?? 라는 식으로.
내가 찔리거나 죄책감을 때문에 그렇게 느꼈다기에는 너무 대화가 디테일했음.
그렇게 혼자 찌질하게 놀라면서 눈팅을 하다가 컴퓨터를 꺼버리고는
그 뒤로는 그 사이트에 안들어갔던거 같음.
뭔가 [헬렌]은 내가 무슨 짓을 하던 다 알아 낼것만 같았음.
[슈가]가 [헬렌]이였을까? 하는 생각이 어린마음에 제일 많이 들었음.
그렇다고 해도 굳이 왜 사칭한 나를 모르는척하면서 대화를 나눴을까 싶기도 하고.
그냥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나 혼자) 미스테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