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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신 당한 월요일
게시물ID : humorstory_838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근누니
추천 : 3
조회수 : 30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4/11/23 21:59:08

사람들은 누구나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쓸 겁니다.
좋은 이미지는 곧 권력..돈과 능력 등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그렇게 인간 개개인의 가치를 평가는 기준이 되기도 하니까요.
저도 지금까지는 괜찮은 이미지를 자랑하며 지내는 편이었죠.

최소한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서만은...아니 그녀에게만은 말입니다.
유머있고 낭만적이며, 한편 카리스마를 지닌 인간으로.. 
부드럽고 매너 좋고 인상 좋은 남자..어제까지 만은...그랬던 거 같습니다.


저는 점심 먹은 후 화장실 가는 습관이 있습니다. 
밀어내기 생리리듬이 그렇게 맞추어져 있기에..
어제도 점심 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뒤처리하는데..
이게 닦아도닦아도 계속 묻어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실 치질끼가 약간 있어..그게 좀 심해진 날이면.. 
화장지 한통을 다 써도 깨끗한 뒷처리가 안되곤 했는데, 바로 그날이었던 겁니다.

이럴때 적당하게 밑씻기를 하고 다른 방법으로 뒷처리를 하는게 현명한 노릇입죠.
바로, 사무실로 돌아와 의자에 앉을 때...
남몰래 떵꼬에 휴지를 끼우고 앉는 방법으로 마무리를 하죠.
그리 개운한 꼬라지는 아니지만..뭐 어쩔 수 없죠.


그렇게 휴지를 끼우고 앉아있는데, 그녀가 커피 어떠냐고 묻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녀는 내가 요즘 공을 들이고 있는 여자입니다.

언제부턴가 그녀가 이성상대로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서로간에 마음에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좋은 감정 유지하는 여자였습죠.
적당한 날, 분위기 잡아 고백할 기회만 노리는 상태..

그런 그녀가 커피를 타준다는데.. 그냥 앉아있으면 예의가 아니죠..
그녀는 내게 소중한 존재니까요. 

허나 너무 소중하게 여기다보면..문제가 생기는 거 같습니다.
남들처럼 앉아서 기다렸으면.. 지금 이런 후회는 하지 않을 겁니다.

커피를 타고 있는 그녀 뒤에서 서성대다 
내 커피잔을 들고 되돌아오는데 그녀가 나를 부르더군요.

"OO씨, 이거 주머니서 떨어진 거 같은데요."

그녀는 내가 돌아서는 뒷모습을 은밀하게 보고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이런 감동이..
근데,,그녀의 손엔 바로 그 내 떵꼬휴지가 들려있었던 겁니다. 우라질...
나도 첨엔 순간적으로 그게 뭔지 몰랐습니다.

"뭐 말야...!?" 내가 다가설때, 그녀는 그 휴지조각을 눈앞으로 가져가고 있더군요.
이게 무슨 은밀한 메모는 아닌지..아주 짧은 순간 그 누리끼리해진 휴지조각의 정체를 파악한 후..
나를 쳐다보던 그녀의 표정..그 황당함과 난처함이 뒤범벅이 된 그녀의 표정..
아마 나도 그녀와 비슷한 표정이었을 겁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굳이 쓰고싶지 않습니다.

그순간 느끼던 감정..대낮에 벌거벗고 종로네거리서 벌받는 기분이 그럴까요.
지금도 절망감에 후회를 하면서도..평소 순발력 좋다던 내가 그 순간 그 휴지조각을 
낚아채서 꿀꺽 삼키지 못하고 머뭇거렸나..라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평소엔 미리 휴지를 제거하고 행동하는 여유는 있었는데..
어제는 월요병에 시달려선지..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공든탑이 무너진다는 게 바로 이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봄부터 이제까지, 올 겨울은 그녀와 따스하게 보낼 수 있겠구나
부푼꿈 키우고있었는데..문턱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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