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딸과 함께 마트에 갔다.
딸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간식을 나눠먹고 싶다고 해서 손가락 한 마디만한 미니 스내커즈를 잔뜩 샀고
초코볼과 젤리와 뭐 그런 것들을 이날따라 많이 샀었다.
대형마트 앞 신호등을 건너려 서 있을 때 맞은 편에 큰 군용트럭.
20대 초반의 아이들이 더운 군복을 입고 트럭 뒤에 조로록 앉아있었다.
덥겠구나, 지치겠구나...
시간이 더럽게도 안가겠구나.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군대 개그와는 달리
대부분의 전역한 남자들은 저리 앉아있는 아이들을 볼 때 '나는 전역했지롱~' 하는 째지는 느낌보다는
마음이 답답하고, 시리고, 짠하고....그럴 경우가 많을거다.
신호가 바뀌자, 아내와 아이는 "쏜살같이 길을 건너가
스내커즈와 젤리들을 급하게 꺼내 앉아있던 장병들에게 주었다.
아내는 다급하게
"뜯어서 얼른 주머니에 집어넣어요!"라고 말했고
아이도 젤리스트로우를 뜯으며
"얼려먹으면 맛있어요!" 라고 얘기했다.
아내는 불이 바뀌는 것을 아쉬워하며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스크림을 샀을텐데...많이 덥죠?" 라며 장병들에게 웃어보였다.
다행히 아이들은 웃으며 초코바와 젤리를 챙겨주었다.
초코바와 젤리 껍데기만 다시 주섬주섬 챙긴 두 여자는
"항상 고마워요-"
"오빠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하고선
2차를 뛰자며 다시 마트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와 마트에서 산 것들을 정리하며 어떻게 그 아이들을 챙길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아내는 무심하게 얘기했다.
"나도 엄마잖아, 그 친구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늘 미안하고 고맙고 마음이 아프지-"
아내도 딸 아이도 아이스크림을 샀으면 좋았을텐데...계속 아쉬워하며 이야기를 한다.
두 여자를 바라보며
그 옛날, 올 수 없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동기들이 부모님 면회를 갈 때 마다
집 밥을 먹었다며 좋아하던 아픈 날들을 떠올렸다.
그 아픔이, 서러움이 아내 덕분에 많이 아물었구나.
요즘 며칠 새 살맛나는 나라를 느끼며, 집과 사회 그 어느곳에서나 '공감능력'이 높은 사람의 필요성을 느낀다.
고맙다. 우리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