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5학년때 , 뜻밖에 부모님의 가게가 망해버린 터에 이사를 가게되었더랬다 . 방학이 끝남과 동시에 바로 들어갔기때문에 , 그냥 바로 전학가버리는 것보단 덜 어색했지만 그래도 전학은 전학이라 , 성격이 내성적이었던 나는 2학기 초기에 꽤나 힘들었었다 . 약 한달쯤 배정받은 자리에 지냈을까 , 매달 한번씩 자리를 바꾸도록 되어있는 교칙에 따라서 교사의 의지대로 자리가 뒤섞였다 . 그때 , 무슨 까닭인지 나는 자리가 특별배정되어 교탁과 방향이 같도록 , 마치 내가 선생인양 앉게 되었다 . 물론 가뜩이나 친구없는데 혼자앉힌건 아니고 , 내 옆엔 평소 나와 마음이 잘 맞아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던 H군이 앉았다 . 그렇게 한달 , 또 한달 . 어느정도 바뀌어버린 학교에 익숙해 지자 , 어느샌가 나의 마음속엔 여유가 생겨 K양을 사모하는(?) 마음이 생겼다 . 하늘의 도우심일까 ? 담임교사는 우리를 도와준답시고 자기의 옆에 앉히고 싶은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 그 학생의 옆에 앉혀준덴다 .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냅다 ‘ K양 ’ 이라고 쓸수있겠는가 ? 너무 소심해서 자기소개도 못한 내가 말이다 . 결국 나는 H군의 이름을 적었고 ( 본래 이성의 이름을 쓰라 했지만 , 장난차원에서 용서해 주겠지 라는것이 내 생각이었다 . ) H군의 옆에 앉으리란걸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 같은 성별을 가진 이의 이름을 적은사람은 나 뿐일 것이요 , H군이 딱히 잘생겼다고 보긴 어려우니 H군의 이름을 적는사람은 없으리라 . 그런데 이게 왠일 ? 나는 나의 간절한 소망과도 같이 K양의 옆에 앉게 된 것이다 . 그렇다고 내 주변에 H군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 정말 불가사리가 허공을 날정도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 (......) .... 허나 , 단지 누군가가 H군을 적었기 때문에 , 중복되는 경우가 생겨서 어쩔수 없이 배치된거라고 생각했지 , K양이 나를 좋아한다 ! 라고 생각해 보지는 못했었다 . 어찌되었든 그렇게 멋지고도 또한번 멋진 자리에서 일주일쯤 보냈을까 , 내 옆에 앉아있던 S양 ( 당시 우리학급의 배치는 매우 특이했다. ㅣㅣ ㅡㅡ ㅣㅣ - 기억이 안난다 . 나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아이였으니까 . ㅣㅣ ㅡㅡ ㅣㅣ -K양 ㅣㅣ ㅡㅡ ㅣㅣ -나 - 이렇게 옆을보고 앉게된다 . ㅣㅣ ㅡㅡ ㅣㅣ -S양
대충 이런형태 . ) 이 나에게 찾아와 , 내자리의 완전히 맞은편 하고도 또 앞자리에 있던 L양을 가리키며 장난스레 말했다 . L양 너무 사랑스럽지 않느냐고 . 이게 당췌 뭔 황당한 헛소리인가 말이다 . 난 당시 " 전혀 " 라고 대답했던걸로 기억한다 . 그리고 언젠가 ( 염장아니라고 미리 밝혀둔다 . 어릴적엔 꽤 잘생겼다는 소릴 들었다 . 어릴적엔.. ) 또한번 S양이 와서는 , 또다른 S양이 나에게 쓴 러브레터(거창하게 생각하진 말라..)를 전해줬었다 . 나는 당시 두번째 S양이 누군지 얼굴도 모르고 있었으므로 , 아무런 대답을 해줄수가 없었다 . 그리고 좋아하면 속으로만 좋아하면 되지 학업에 충실해야할 이때에 뭐하는 삽질인고 하는 생각도 들었다 . S양과 S양 2가 학업을 완전히 포기한 , 완전히 골이 텅텅비신 분이었다는걸 알게된건 훨씬 뒤였다. ( 참고로 , 나는 그런분들은 얼굴이 아무리 잘나도 조금도 관심이 가질 않는다 . )
자 , 다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가 나와 K양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K양이 아니었다 . 다만 , 앞부분을 떼워주는 조연에 불과했던 것이다 .
다시 자리를 바꾸게 될 즈음에 , 우연히 , 아주 우연히 K양과 담임교사의 대화를 듣게되었다 . 그래 , 한달쯤 앉아보니 어떻더냐 , 실망이다 .. 아마도 적응이 안되서 과묵하고 조용하게 있던 내가 뜻밖에도 매력적으로 보였나보다 . (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가 왜 안경을 꼈는지 알것같다 . ) 지금은 별로라지만 그래도 한때나마 K양이 나를 좋아라 했다는 사실떄문에 , 꽤나 기분이 좋았다 .
이제 조연인 K양이 사라질 타이밍일까 . 내가 학원에 등록하고 5학년을 끝마칠 즈음 우리집과 무척 가까운곳의 학교가 신설되어 본래 다니던 학교의 학생이 반으로 쫘악 갈라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 기존학교를 기준으로 아랫쪽은 계속 기존학교를 다니고 , 윗쪽은 신설학교를 다닌다던가 . 학교 아랫쪽에 살던 K양은 본래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 난 별수없이 신설학교를 가게되었다 .
이때 , L양은 나와 같은반에 배정되었다 . 몸이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 그리워하는것도 하루이틀이지 몇달 안만나다 보니 K양의 얼굴도 가물가물해 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딱히 심하게 좋아했던건 아닌모양이다 . L양이 좋아진건 이때부터였다 . 5학년 2학기 . L양의 얼굴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몰랐던 나 . 6학년이 되니 , 그제서야 L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 쌍커풀이 없었음에도 그 여학생의 눈은 매우 큰편이었고 , 그에반해 얼굴은 무척이나 작았다 . 참고로 , 키도 꽤나 작았었다 . 어쨌든 위에 묘사한대로 생긴 덕에 그녀는 K양을 잊게 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 ( 나 , 몹쓸놈인가 -_-? ) 저번에 S양이 L양이 사랑스럽지 않느냐고 물었을때 그렇다 라고 대답하지 않은게 정말 후회될 정도로 그녀는 귀엽고 깜찍했다 . 하지만 , 역시 5학년 2학기와 마찬가지로 정말 그야말로 대화한번 안하고 1년을 보냈다.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하다 . 어떻게 한마디도 나눠보지 않았단 말인가...? 하물며 내가 새로이 좋아하게된 바로 L양인데 말이다 .
그즈음 , 나는 또다시 학원을 옮겨 L양이 있는 학원에 들어갔다 .
그렇게 중학교에 입학을 할때 , 살을 에는듯한 꽃샘추위가 몰아쳤다 . 난 꽤나 늦어버려서 , 게시판에 적힌 나의 반을 미처 확인하지도 못하고 운동장으로 뛰어들어갔다 . 다행히 학원에서 알고지내던 친구가 자신과 같은반이라고 말해주어 무난히 줄을 설수 있었다 . 잘 찾아보니 L양이 또다시 같은반이었다 . 오오 . 이건 필히 천명이라 . 쪽팔리지만 나는 정말 , 진짜 , 진심으로 그런생각을 했었다 . 이때 , 나의 성격은 정말 판이하게 달라져 꽤나 활달해졌었다 . 그렇게 달라진 성격으로 학교 , 학원생활을 하다보니 헛되이 보낸 지난 1년과는 달리 L양에게 몇차례 말을 걸어볼수 있었다 . 다행스럽게도 심심찮게 들리던 " 학업에 충실해야할 이때에 " 라는 문장덕에 L양에게 빠져 공부를 안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고 , 도리어 그녀에게 잘보이겠다는 생각에 더욱 분발하게 되었다 . 머리좋다는 소리도 자주듣던 나 . ( 착하다 , 잘생겼다 , 머리좋다는 소리를 다들었으니 만능이었겠다고 ? 천만의 말씀이다 . 모두 각기 시기가 다르다 -,.-;; ) 성적은 쑥쑥올라갔고 , 기본적으로 " 저아이 공부 잘하는 애다 " 라는 소리 들을만큼은 하게되었다 . 물론 초등학교는 말그대로 기초 . " 공부도 아니다 " 라고 하는이들이 대부분이니 말하진 않겠다. 다만 , 그때도 중학교때만큼은 했었다 .
어찌되었든 , 꽤나 살만한 중 1의 봄이 절정에 다다랐을때 , 그녀는 몸이 왜소해서 어울리지 않던 두꺼운 동복대신 춘추복을 입고 등교하기 시작했고 , 옷이 날개라 춘추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정말 내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 제법 체격이 있어 동복이 어울렸던 내가 얇은 춘추복을 입고나오자 애들이 " 옷빨이었냐 " 라고 했음은 말할나위도 없었다 . 젠장 !
봄에는 별다른 사건이 없었다 . 그렇다고 여름엔 있었느냐 ? 역시 아니다 . 어찌되었든 여름 . 학생들은 하나둘씩 하복을 입고 등교하기 시작했다. 왜냐면 사흘후까지 하복을 안입고나오면 복장불량으로 벌점을 준댔거든 . 귀차니즘으로인해 숨쉬기까지 위협받던 나는 부랴부랴 하복을 맞춰야했다 . 어쨌든 내가 하복을 입은체 한가롭게 책방에서 빌린 만화책을 탐독하던 차였다 . 갑자기 그녀가 다가왔다 . 앗싸 -_-b.. 오예 -_-b.. 브라보 -_-b..
그녀는 손을 뻗어 내가 읽던 만화책의 표지를 집더니 반쯤 덮다시피하여 표지를 봤다 . 혹시나 내가보던게 성인만화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딴건 아니었다 .
중략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나의집에 불법적 루트를 통한 그 만화의 이미지파일이 쌓여있다는 것을 알게된 그녀는 자신에게 좀 보내달라며 부탁을 했고 , 물론 난 당연히 거절하지않고 덥석 부탁을 들어주겠노라 했다 .
그렇게 여름도 , 겨울도 , 다음해 봄도 , 다음해 여름도 .. 아무일도 없이 잘만 흘러갔다 . 계속 중학교 1학년생활의 반복과도 같은 일상이었으니 따로 이야기는 안하겠다 . 정말 하늘의 계시인지 계속 그녀와 같은반이었다 . 중학교를 졸업할때까지 . 4년내내 줄곧 말이다 . 하지만 수많은 고등학교중에서 어떻게 고등학교까지 같게 가겠는가 . 어쩔수없이 나와 그녀는 갈라졌고 , 서로 잊고 잘살았다 .
라는게 내가 상상했던 스토리라인이었지만 뭔팔자인지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줄곧 같은반을 유지했고 , 그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도 유지되었다 .
내가 왜 지금까지 과거사를 씨부려 대었겠는가 ? 바로 심심해서이다 . 가 아니라 .. 지금은 익명성이 보장되기에 이딴소리를 지껄이지만.. 사실 내입으로는 모한 이야기이다 . 어찌되었든 내가 하고자 하는말의 요지는 나처럼 7년동안이나 얼굴맞대고 살았으면서 아무말도 못하고 등신같이 살지말고 ... 당당히 고백해 보라는것이다 . 혹시아는가 . K양과 나같이 어쩌면 서로 좋아하고 있었을지 . 물론 나처럼 후에 상대가 당신에 대해 실망해 버릴지도 모르지만 , 그것은 당신에게 달린것 . 아무튼 남녀관계에 보다 솔직하고 당당해졌으면 하는 바램에서 쓸대없이 무진장 긴글을 적어보았다 . 그러면 , 학창시절에 이성에 대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었으면 한다. 바로 나처럼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