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평가'를 하는 순간 그 평가가 가수만이 아니라 그 가수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까지 한꺼번에 평가를 하게 되는데 과연 그럴 자격이 '한 일반인'일 뿐인 자신에게 있을까요?
영화공부를 오래 한 영화평론가조차 한 영화의 내용이나 형식 면에 대한 비평이 아닌 '이걸 봐야 좋은 관객이다' '이 영화는 쓰레기니 보는 사람도 다 개쓰레기다' 라고 하는 순간 개까이듯 까이는 겁니다. 왜? 그건 주제넘은 짓이거든요.
대중가수나 대중영화는 그래서 평가기준이 딱 하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는가.
예술영화나 클래식음악 등과 다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 게시판에서 '적우'나 '옥주현' 같은 가수의 노래에 대해 비판하는 분들은 그 가수의 노래가 '좋다'라고 느끼는 사람들을 향해 모욕하고 있는 겁니다. 내가 수준이 위 너는 아래 니 귀는 막귀 내 귀는 절대음감의 천재적인 음악귀 이런 식으로요.
예전에 디워라는 영화가 있었죠. 심형래 감독의. 제 친구는 그거 보고 와서 재밌다더군요. '좋은 영화'라고 한 게 아니라 '재밌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그랬고 한 번 더 가서 봤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 다른 사람이 그러더랍니다. 개쓰레기 영화 보면 눈깔 씻어야 될 것 같지 않냐고................
그건 일종의 폭력이고 허세입니다.
'취향'은 우열이 없습니다. 좀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하느냐 적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좋아하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이건 마치 신라면이 많이 팔린다고 해서 다른 라면 먹는 사람들 혓바닥이 미각치의 혓바닥이라 맛을 제대로 모르고 먹는 거라고 욕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그 라면이 '보편적인 대중성'의 맛을 가지지 못했고 음식평론가들에게 맛없는라면'이라고 찍혔다 하더라도 그게 맛있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맛이 욕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죠. 그리고 비록 소수에게만 맛이 있더라도 그 라면은 가치가 있는 겁니다. '다수에게 맛있는 게 아니니 소수 너희가 괴상한 거고 그 라면의 가치는 0이니 라면 시장에서 제거해 버리고 너희는 신라면 억지로 먹어라'라는 건 폭력입니다.
만약 그 라면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0라면 그냥 내버려둬도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 소수라도 팔린다면 그건 그 소수에게 그 라면이 무언가를 주고 있다는 것이고 그 소수라면에게서 뭔가를 얻는 사람들의 취향이 무시될 부분은 아닌 것입니다.
대중음악은 따라서 형식이나 내용 '비판'은 가능하지만 대중들 한 사람 한 사람 각자가 '타인의 취향'을 포함해서 한꺼번에 비난하는 폭력의 도구가 되는 건 잘못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