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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내가 공포
게시물ID : panic_839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는게
추천 : 12
조회수 : 2105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5/10/18 19:37:11


요즘 용인벽돌살인사건(전 이렇게  불러야한다고 생각합니다)관련 글을 보다가....

댓글을 보니 어릴적에 잔혹한 짓을 아무 생각없이 해봤다며 지금 생각하면 소름돋는다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그 글들을 보다가 저도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언제 생각해도 그때의 저 자신이 소름돋는....







그때는 제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한 대여섯살 정도때의 일이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온식구가 다른 지역(약간 촌쪽)에 있는 친척집에 갔었습니다.

그 친척집은 흙마당이 있는 주택이였는데, 사방으로 담이 있었습니다. 전 그당시 마당에서 동생(3~4살)과 놀고 있었고 어른들(저희 부모님포함)은 다른 한쪽에서 모여서 말씀을 나누고 계셨던것 같습니다. 그담은 한쪽에 큰구멍이 하나있었는데, 옆집으로 통해 있었습니다. 그걸 발견한 동생과 제가 비밀통로다 하면서 구멍을 넘어 옆집마당에 들어가니, 마당 한가운데 아기고양이 여러마리가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네... 이쯤되면 감이 오죠...


그 고양이들은 꼬물이까지는 아니고  어린애가 두손으로  들어올리면 손안에 몸통이 가득차는 정도였습니다. 그걸본 저랑 동생은 우와 고양이다 하면서 다가갔고, 그 아기 고양이들과 '놀았'습니다.


'놀았다' 는게....그게.....정말 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그 고양이들을 한마리씩 들어올려서, 머리위로 올려던지고. .....받은 다음에서 다시 던지고 그랬습니다. 아마 아빠가 해주시던 놀이(그 어린애들 겨드랑이 쪽에 손넣고 들어올려서 위로 살짝 던졌다가 받는거)가 생각나서, 고양이들한테 그걸 하며 '놀아준다'고 생각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문제는, 어린애가 조그만 고양이들을 던지고 받으려니 제대로 안전하게 받았을리가 없다는거죠...



위로 던져진 고양이들은  몇번 잡기도했지만.....대부분 그대로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럼 도망치겠다고 기어가려하는데, 그걸 다시 또 잡아서 던져올리고 했습니다....



바둥거리면서 도망가려하는 아기고양이들을 계속 던져올리면서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웃으며 놀아준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제가 너무 소름돋습니다.



그걸 몇번 반복하니...당연히...몇마리는......

어느순간부터 더이상 도망가지도 움직이지도 않는 고양이들을 보고, 그때 처음으로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단걸 그때 어렴풋이 깨달은거죠. '죽었다'라는...아니, '죽였다'라는 생각은 그때 못했습니다.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때는 아직 머릿속에서 완전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뭔가 잘못을 했고, 그로인해 이 고양이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생겼다'라는 자각은 어렴풋이나마 분명했었던 것 같습니다.
당황해서 서둘러 다시 구멍을 통해 넘어온걸 보면요.



제가 한짓이 뭔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도 어른들에게 들키는건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티나게 눈치를 슬슬보던 걸 아빠가 보시고, 옆집 담너머 움직이지 않거나 쓰러져 부들부들 떠는 고양이들을 보시곤 대충 어떻게 된건지 눈치채셨습니다. 그날 차타고 집에 돌아가면서 아빠께 동생이랑 제가 고양이들을 죽였다는 말을 들은 엄마가 놀라시던게 생각납니다. 




워낙 어릴때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간혹가다 한번씩 생각나는 일입니다. 그때 그렇게 놀라셨던 엄마도, 그리고 동생도 기억하지 못하는데...저는 아직도 그것이 완전히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어린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면서 일말의 죄책감도 못느꼈던 어린날의 제가 무섭고 공포스럽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고양이를 보고 아차했던 그 느낌이 기억납니다. 


사실 전 고양이를 많이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때'도 고양이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런짓을 했다는게....제가 그랬다는게 소름돋고 믿고 싶지가 않습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

"어렸으니까"

"순수해서"

"잘못인줄 몰랐으니까"


라는 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스로 그런 생각이 잘들지 않습니다.

그일이 기억날때마다, '난 그때 정말 아무런 악의도 없었는가', '그런짓을 고양이들이 잘못될것이란걸 정말 몰랐는가', '그게 잘못인줄을 진짜 몰랐을까' 하면서 스스로가 계속 의심됩니다.



 그일이 생각날때마다 살인이나 폭행, 동물학대 등의 사건의 범인을 욕했던게 하나씩 생각나고, '나는 그럴 자격이 있는걸까, 나도 똑같은 인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부끄럽고 조금은 혐오스럽기도 합니다.





'순수함'이라는 어린아이의 특성은 때론 굉장히 잔혹합니다.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때문에 오히려 성인보다 더 극악하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거리낌없이 합니다.    


물론 용인벽돌살인사건의 범인인 초등학생을 변호하려는 말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얼마나 어리든, 아니 오히려 어릴수록  선악이라는 것에 대해서 확실히 자세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이라는게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에 너무나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날의 일을, 한편으로는 잊고싶지만,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일에 대한 죄책감을 제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해친 작은 생명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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