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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고 일어나면...
게시물ID : phil_93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yuna
추천 : 0
조회수 : 38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7/08 03:49:21
그 때 깨어난 '나'는 정말 지금 잠들고 있는 '나'일까?

다시 깨어난 '나'는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기억, 다른 사람과의 관계, 습관, 지식, 취향 등 거의 모든 것이 지금의 '나'와 일치한 개체라는 것을 경험에 의존해서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정말 그게 지금의 '나'일까?



지금 생각해 봐도 어제 잠든 '나'와 지금 깨어있는 '나'는 같은 존재인지 확신할 수 없다.
애초에 '나' 라는 존재에게 연속성이라는게 존재할까?
'나'는 단수적 존재인가? 아니면 복수적 존재인가?
'나' 라는 존재는 지금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육체가 스러지면 사라지고 마는 단순한 사념체인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나'는 지금 내가 '나' 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인해 내가 '나'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조금 전의, 잠시 후의, 예전의, 나중의, 언젠가 어느순간 내가 인식하고 있는 것만으로 존재한다고 느끼는 '나'는 정말 '존재' 하는가?
그럼 내가 의식을 잃고, 잠 들었을 때.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어디에 있는가? 정말 그 순간 내가 '있기는' 한건가?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존재'인가?
나 스스로 지금 내가 '존재' 한다고 느끼는 것이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잠들고 있을 때의 '나' 라는 것은 처음부터 없는 것인가?
잠들고 있을 때의 내 육체는 '나'의 '머무르는 장소'가 아니고.. 아니, '나'의 '머무르는 시간'이 아니고.
오로지 깨어 있을 때. 나 스스로 '존재' 한다고 막연히 느끼고 있는 순간의 집합체가 '나'인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으로서는 기억이 닿지않는 아주 어린 시절의 '나'.
그것은 '나' 라는 것이 아닌가?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기억. 무의식과 의식.



어떤게 '나'인가?
어디까지가 '나'인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를 따라 그냥 당연히 가지게 된 종교.
나의 부모의 가르침.
내 유일한 형제인 누나의 모습.
적어도 지금 생각하기에 내가 스스로 외부의 영향을 전에 비해 확연히 덜 받게 되었다고 느끼게 된 순간까지의 타인들이 나에게 끼친 모든 영향.]

사실 이런것들이 내 무의식을 구성하고 있는 '전부'일 것이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해보자면 이런 것들이 섞여서 나의 초자아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단순하게 초자아(Super Ego), 자아(Ego), 원초아(Id). 이렇게 단순한 방식으로 '나' 라는 의식을 전부 정의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나 자신부터 그들이 말하는 초자아는 '나'의 일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물론 내가 맞는지 그들이 맞는지 혹은 양쪽 다 맞거나 틀렸는지. 아니면 애시당초 그들과 '나' 라는 부류가 동일한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는 '존재' 일수도. 혹은 그들은 '존재'가 아니고 나만 '존재' 일수도. 그 반대일 수도. 둘 다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잠깐, 다시.

남의 말을 빌려서 생각하는 건 역시 안 될 듯 하다.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완벽하게 전달할 수 없는데, 하물며 남의 말과 방법을 빌려서는 더 힘들어 질 것 같다.

이번엔 다시 한 번 다른 쪽을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내 손으로(생각 되는 것) 다른 쪽 손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감각.
이건 누구의 것인가?

'나' 라고 느끼는 쪽의 것? 아니면 그냥 '나의 육체' 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쪽의 것?

'나' 라고 느끼는 쪽만 '나'인건가? 육체라고 생각 '되기만' 하는 쪽도 '나' 인건가? 아니면 혹시 육체 쪽만 '나' 인건가?
혹시 그 쪽에서 만든 단순한 환영에 불과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 라고 '느끼는 쪽' 이라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나'의 것인가?
처음에 말한 것처럼 어제 잠든 나, 어렸을 적의 나, 막 태어날 무렵의 나. 이 모든 '나'가 다른 '존재'들이고, 그저 가지고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전달해주고 전달 받고 하는 매개체일 뿐인 것은 아닌가?
'나' 라는 집합체는 속에 들어 있는 지식, 경험, 기억 같은 좀 더 비형상적인 쪽이 진짜 '나'인건가?
단순한 매개체들은 단지 지식이나 경험, 기억 같은 것들을 빨아들이는 수용체로서의 역할만 하는 것 뿐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는 싫다. 이 '나'는 앞에서 말한 대부분의 '나'와는 다른 그냥 매개체로서 수용체 역할을 하고 있는 '나'다.
이 쪽이 보통 다른 사람? 들과 관계를 가지고 고민하고 고민하고 실수를 저지르는 쪽의 '나'인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이상한 것은
방금 말한 '나'와, 이전에 계속 말한 좀 더 비형상적인 쪽의 집합체로서의 '나'와, 심지어는 지금 내 '의식'이라고 부를 만한 것과 확연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는 육체적인 '나'도
'나'라고 인식 자체는 된다는 것이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만약 지금 생각 하고 있듯이 요 몇가지 '나'가 전부 '나'의 일종, 혹은 '나'들 이라면.
만약, 육체가 스러지거나 식물인간이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만약, 남들과 접하는 부분이 고장나면. 즉, 치매가 들거나 백치가 되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만약, 내 기억을 모두 잃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비형상적인 쪽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것도 '나'인건가?
아니면 혹시 '나'에게서 빠져버린 부분을 어딘가 다른 곳에서 가져와서 채우게 되는 것인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잠든다'는 의미 불명의, 의식 불명의 행위를 하는 동안 나는 있는 건가? 아니 그 순간 자체가 있는 건가? 지금 잠들어서 깨어나면 그건 나인건가? 확 바뀌어버리지는 않을까? 바뀌어버린다면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알 수 없다.



잠든 후 깨어나서 만날 내 가족들은.
잠든 후 깨어나서 만날 내 친구들은.
잠든 후 깨어나서 만날 내 동료들은.
잠든 후 깨어나서 만날 모든 사람들은.

정말 어제 나와 함께 있었고, 나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그 '존재'들인가?


모른다.
아직.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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