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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냄비 폭발 사건 해결 결과가 불편한 이유
게시물ID : freeboard_7734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리벌레
추천 : 4
조회수 : 80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7/08 09:44:46

이 글을 원글이 올라왔던 냥갤에 써야 하나? 아니면 제가 자주 가는 시게에 써야 하나, 멘붕왔으니 멘붕게에 적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자게에 넋두리라 생각하고 글 남깁니다.

홈플러스 냄비 폭발사건의 결말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68823


위 게시글에 대해 제가 댓글로 의견을 남겼더니 많은 분들이 반대 의견을 주셨더군요.
먼저 제 댓글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Cap 2014-07-08 08-15-05-098.png
================

제가 사실 댓글로 남길 때는 그나마 좋은 관점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사실 마음 속으로는 대단히 불편했고 그 불편한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최대한 공정한 측면으로 의견을 제시한 겁니다.

어차피, 이 글 자체가 냥갤에 올라온 만큼 집사님들의 전폭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도 있다 보니, 어찌보면 많은 분들이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지 않을 것도 감안 안할 수 없었던 것 같구요.

....

뭐, 위 댓글 내용에 대충 제 의견이 있으니 구차한 설명은 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겠습니다.

1. 제조자의 과실 때문에 폭발했다는 건 무슨 근거인가요?
   아래는 피해자 분 께서 언급한 폭발에 관한 루리웹 원글 내용 캡쳐입니다.

   Cap 2014-07-08 08-35-23-372.jpg

   특히, 냄비 파열 이유가 단순히 리벳 불량이라고 단정짓는 이유가 뭐죠?
   압력 용기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유리 뚜껑을 덮고 조리했다 하더라도 일정 압력에 뚜껑이 들리거나 증기 분출구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닌가요?
   사진을 보니, 유리 뚜껑은 깨지지 않았으니 유리를 반쯤 열어 조리하거나, 찬 물이 튀어서 발생하는 유리 파열 사고는 아닌 것 같네요.
   그렇다면, 혹시, 뚜껑 위에 뭘 얹어 놓은 건 아닌가요? 아니면, 발 밑에서 얌전히 놀았다던 냥이가 사실은 실수로 건드린 건 아닌가요? 더 심하게 얘기해서 소비자 과실로 몰고 갈 수 있는 더 많은 추측들이 수두룩한데, 그렇지 않았다는 걸 뭘로 증명하실거예요?

   결과적으로 손잡이 부분 리벳이 뽑힐 정도의 압력이라면, 내용물 안쪽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졌거나, 의도적인 강한 힘으로 뽑혀졌을 수도 있는데, 그 뽑힌 이유를 뭘로 설명하실 건가요? 
   뭣보다도 가장 결정적으로 사고 현장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사고 현장 사진도 하나 없고, 깨끗이 닦아 놓은 용기 밖에 안보이네요. 이러니 실질적으로 결정적 사고 단서는 찾을 수 없다는 거죠. 쉽게 말해 경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현장 보존의 원칙이 무너진 상황이지요.

   어쨌든 이 같은 경우 실제로 제조사나 소비자원에 원인 분석을 의뢰하면, 기본적으로 파열 부위에 대한 파열 상태 정밀 조사, 사고 재현 실험을 해 보고 그 원인 관계를 면밀히 비교해 보고 과실의 책임을 판단합니다.
   제가 보기엔 적어도 기술적인 검증 없이는 섣불리 제조사의 과실이라고 넘겨짚는 건 분명 심각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2. 보상 처리 결과가 잘 된 거라구요? 솔직이 이것도 기분 나쁩니다.
   일단 경우야 어쨌든, 제조사 과실로 결과가 나왔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소비자기본법 제16조에 의거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거하여 적법하게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 냄비와 관련한 부분 볼까요?
Cap 2014-07-08 08-59-20-161.png

   아... 제품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이네요.
   그러면 9,900원 받고 땡?

   아니!!! 이건 말도 안된다구요?? 물질적/신체적 피해가 있지 않냐고?
   네. 맞아요. 그래서 제조물책임법이 있습니다.
   제조자의 책임으로 인한 소비자의 인적/물적 피해 발생 시에는 그 피해 금액을 산정해서 보상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 대비해서 기업들은 제조물책임보험(PL보험)에 가입하여 소비자 피해 구제에 활용합니다.

   이 같은 경우, 제조사(또는, 유통사)는 PL보험사를 통해 고객의 피해를 구제하게 됩니다.
   그러면, 보험사가 고용한 "손해사정인"을 통해 피해자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보상 금액을 산정하여 보험사에 보험 금액을 산정해서 알려줍니다.
   여기에 산정된 보험금은 우리가 자동차 사고 났을 때 보험사에서 산정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게 정상적인 피해구제인 거예요.

   그런데, 저 피해자 분은 어떻게 진행했습니까?
   난 데 없는 유기동물 단체에 기부? 이건 뭐죠?

   "인터넷에 이슈도 됐고, 언론에 보도도 됐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으니 회사가 책임지고 그들에게도 사회적 보상하라?" 이건 또 무슨 논리인가요?
   까놓고 얘기해서, 이번 사건을 이슈화 한 건 회사가 아니라 피해자 당사자분 아니신가요?
   사고가 났으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으면 되는 거고, 그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으면 제도적 장치(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의뢰한다거나 민/형사상 소송을 한다거나)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이슈화됐으니, 회사 명예 회복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마. 너네 기부해! 그러면 내가 너희가 기부했다고 알려줄께'
   이런 건가요? 대놓고 갑질하시는 건가요?
   이거, 까놓고 얘기해서 언론사들이 "회사 비리 같은 거 덮어줄테니 1억짜리 광고 넣어!" 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요?

...

요즘 사회적으로 블랙컨슈머(회사에 불만을 제기하여 이를 빌미로 과대한 보상이나 사과를 요구하는 소비자)에 대해 이슈가 많습니다.
아울러, 최근 감정노동자(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특정한 감정 상태 연출을 업무적으로 요구하는 직업 형태)에 대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

저 분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미 "블랙컨슈머"로 행동하고 계신 겁니다.
회사의 클레임 대응 담당자는 저 분을 응대함에 있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의사소통의 실수도 있었을 것이고, 이 때문에 담당자들이 계속 당황스럽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물론, 회사가 최초 대응 시 부터 침착하게 고객을 잘 설득하고, 적법한 절차를 잘 실행했다면 쌍방이 더이상 잘못된 길로 접어들지 않았을 지도 모르죠.
이건 따지고 보면 누가 더 잘했고 잘못했다를 가를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기반이 매우 잘 돼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법규도 잘 정비되어 있고, 큰 규모의 소비자 단체도 10여 개에 이르고, 인터넷의 여론이나 언론의 관심도 매우 각별하죠.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이 같은 사회적, 제도적 장치 하에 있는 소비자들의 성숙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나라는 소비자 교육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소비 생활에 관한 학교 정규 교육이 언제 있는지 아십니까?
초등학교 4학년 때 딱 한 번 나옵니다. 한국 소비자원이 뭐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뭐며, 표시사항 확인하는 방법, 피해 구제 방법 등등...
이런 얘기들 그 이후로는 하나도 없어요.

저 나이 때 초등학생들이 저거 배우면 잘 이해나 될까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배웠다 치고 다 커서 어른이 되면 그 때의 소비자 정책이나 문화도 저 때 배운 것과 똑같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 문화나 정책에 대해 알게 됩니다.
특히나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이러한 사건들을 보고 간접적으로 배우게 되죠.
그런데, 이 같이 이슈가 되는 사례들은 대부분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것들이다 보니, 실질적으로 객관성이나 타당성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치더라도 결과가 통쾌하다 싶으면 그걸로 만족하는 것들도 많아요.

아...
뭐, 할 말이 무지하게 많습니다만, 어쨌든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번 사건의 진행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사람들이 박수치는 데 대해 솔직히 기분 나쁘다." 입니다.

PS) 제발 닥반 주시기 전에 꼭 한 번 생각해 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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