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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른 옛 일
게시물ID : phil_84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고맨
추천 : 2
조회수 : 35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2/27 02:13:19
대학 다닐 때였어.
시험감독들 보조해주는 알바를 뛴 적이 있었는데, 가서 문 앞에 몇 시간 서 있다 오면 되는 일이라 남는 시간에 책이나 읽으려고 도서관에 갔어.
오래된 건물이라 쾌쾌한 책내음이 좋더군.
서가를 둘러 보다 '헤겔의 현대적... 어쩌고 저쩌고'하는 책이 눈에 들어와 집어 들었어.
뭐가 뭔지 몰랐지만 헤겔 유명하잖아. 보니까 책도 얇더라고...
 
서 있는 거 말고는 딱히 할 것도 없었기에 가서 열심히 읽었어.
알쏭달쏭한 말들이지만 뭔가 심오한 듯한 내용에 흠뻑 취했더랬지.
 
시간이 흘러 시험이 끝났다는 걸 알리는 종이 울렸고,
학생들이 시험에 대해 곱씹어 보는 동안 시험감독을 맡았던 교수가 시험장에서 나왔어.
그리고는 책을 읽는 학생이 흥미로웠는지 나에게 말을 붙이더군.
 
"무슨 책을 그리 열심히 보나?"
"네. '헤겔의 현대적...'입니다.
"요즘 대학생도 헤겔을 읽나? 자네 무슨 학과인데?"
"네. 000학과입니다."
"훗~ 000학과도 철학책을 읽나?"
 
그 교수 가소롭다는 듯이 가버리더군.
벙~~
머 가소롭다면 가소로운 학과 다녀 죄송하다고 할 밖에... 제길!
그가 철학과교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내가 철학과를 안다녀봐서 알 수가 있었어야지.
하지만 왠지 교수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버렸고... 대학을 나올 때 쯤엔 확신이 되어 버렸어.
 
그리고 지금 주변 지인들 중에 교수하고 있는 인간들 보면 이젠 공포스럽다는 생각밖에 안들어.
텅빈 대가리와 자격지심 밖에 안남았지만... 먹여살릴 마누라와 자식새끼들 생각에 나 교수요~ 턱 치켜들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사람들...
더 좋은데 가시라고 하고 싶지만, 측은하기도 하고...
물론 대단하신 in서울 4년제 교수님들은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군. 머 이름값은 하고들 계시겠지.
 
그냥 그렇다고.
왠지 그때가 떠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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