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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운전을 배우고 있는 초보운전자입니다.
게시물ID : car_484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LGD
추천 : 0
조회수 : 53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7/10 09:31:00
안녕하세요. 초보운전자입니다.
약 두 달 전부터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08년 취득한 이후로 묵혀두고 있던 장롱면허를 꺼내서 아버지께 운전을 배우고 있습니다.

현역 공항버스기사이신 아버지께 안전,방어운전의 기본기부터 팁까지 빠삭하게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자식의 요청에 아낌없이 휴일을 내어주시는 아버지께 크게 감사드립니다.

면허가 1종 보통이기에 스틱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1종보통, 대형, 트레일러 면허까지 있으신 아버지 말씀하시길, '세상 살면서 뭘 몰게 될지 모르는 거다.'라 하셨습니다.

마침 아버지께서 출퇴근으로 쓰시고 가족들 나들이 갈 때 쓰는 우리집 차가 카렌스2 스틱입니다. 

스틱운전은 처음엔 시동꺼먹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배우면 배울수록 이게 꿀재미였습니다. 운전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게 되어 최근에도 아버지 쉬는 날마다 운전 나가자고 보챕니다. 아버지께선 초기엔 저랑 같이 타면 사고날까 걱정되어 신경쓰고 지도해주느라 아주 피곤했는데 이젠 맘도 편하고 운전도 늘었다고 해주셨습니다. 

얼마 전 운행 때 일이었습니다. 아버지 나름대로는 제가 이제 초보티를 벗어나야 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운전 중 너무 속도를 안 낸다고 한번 나무라신 적이 있었습니다. 운전이란 자고로 흐름을 타야 하는 것인데 저는 너무 가속이 느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뒷차들은 제가 초보운전 표지를 붙여놓았음에도 항상 저를 무리하게라도 추월해갑니다. 

저는 아직 초보이므로 100% 이해를 못하겠지만, 절 추월하고픈 뒷차들의 마음을 약간은 이해하겠습니다. 내 앞에 초보가 있으면 답답하겠지요. 반응이 굼떠서 답답하시겠지요. 무슨 사고를 칠 지 몰라 불안하시겠지요. 그 맘을 이해하기에 저를 추월하는 차들이 원망스럽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요.

아버지는 뒷차에게 그런 불안감과 답답함을 주는 저를 얼른 일반적인 운전자로 만들어주고 싶으셨는지 그렇게 나무라셨습니다. 저 또한 하루 빨리 그렇게 능숙하고 센스 있게 되어 초보 표지도 떼고 다른 차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운행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바로 어제 저녁. 아버지께서 뜬금없이 제게 사과를 하셨습니다.

며칠 전에 운전에서 너무 굼뜨고 속력을 못낸다고 나무란 것에 대해서였습니다.
저는 순간 아버지께서 무슨 잘못을 하셨다고 사과를 하신다는 건지 의아했습니다. 

아버지께선 당신과 달리 저는 엄연히 초보이고 당연히 이 단계에서는 심리적으로 자신을 과신할 수 없고 신체적으로도 운전이 완전히 트이지 안았을텐데 무리하게 속력을 내는 운전을 강요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사과를 듣고 아버지께서 너무 미안하게 여기실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아버지께 그런 걸로 사과하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제가 앞으로 금새 능숙해지면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과 건이 지난 후 저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왜 우리나라에선 운전에 이렇게 빠른 속력이 필요할까요? 


저는 아직 초보이고 스틱인지라 출발시 그냥 내리밟는 게 아닌 클러치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조작하는 데 아직까지는 살짝 거북함이 있습니다. 물론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져 시동꺼먹는 일은 거의 없지만, 아무튼 그것에 신경을 쓰느라 그런지 일단 출발이 살짝 느립니다.
느리다곤 해도 1~2초 남짓입니다. 곧 출발합니다. 그러나 뒷차는 그런 게 신경이 쓰이는지 경적을 울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아직 모든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규정속도를 반드시 준수하려 하는 편입니다. 또한 급가속, 급감속을 하지 않으려 하는 편입니다. 어차피 가속을 하려면 기어 단을 차근차근 올려야 하므로 일정 시간은 반드시 소비될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급격한 변속을 아직 완전히 손에 익지 않았거든요.

이 성향이 모두 합쳐지니 뒤에서 보기엔 느릿느릿한 운전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초보 수준을 아직 못 벗어난 제가 모든 운전자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살짝 위축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거 우리나라 운전환경이 왠지 너무 난이도가 높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프라, 시설 부분이 아닌, '운전하는 이들의 정서' 면에서 말입니다.

과속이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며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여 무리한 운전을 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운전환경이 좋지 않은 상태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에 대한 근거로 드높은 교통사고 사망률과 스쿨존의 존재를 언급하려 합니다.

오죽 속도가 높고 무리하고 부적절한 운전이 많으면, 많은 사고 건 중에서도 교통사고가 그리 사망률이 높겠습니까.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2위가 교통사고인 나라입니다. 

스쿨존은, 제도 자체는 좋습니다. 꼭 필요합니다. 문제는 스쿨존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시행될 정도로 애초에 학교 주변에서의 과속이 빈번하다는 '사실'그 자체입니다. 
물론 스쿨존 표기가 없으면 학교 주변이라는 것을 모를 수 있어 무심코 과속을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보통 대로변보다는 주택가 사이, 독자적인 블록을 점유하고 주변으로 작은 도로나 중간크기 도로 정도만 점유하는 모양이곤 합니다. 애초에 과속을 하면 안되는 구간이란 것입니다.

그런 곳에서 오죽 과속이 빈번했으면 스쿨존이라고 아예 따로 명칭을 부여하고 도로를 칠했겠습니까.


 

간단한 주장에 글이 길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과속, 무리한 운전을 하지 않는 운전자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 초보이기에 애초에 과속, 무리한 운전을 시도할 엄두를 못 냅니다. 제 모든 느릿함은 운전이 익숙치 않음으로 인한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조심스럽게, 필요한 모든 것을 체크하는 과정에서의 시간확보입니다. 여유롭고 안전한 운전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운전행위가 지탄받거나 무시받거나 욕을 먹어야 한다면 기꺼이 받겠습니다. 저는 모든 이들이 안전하길 원하기에 필요하다면 여유를 갖겠습니다. 제가 급해져봤자 누가 손해겠습니까. 

일단 실력이 미숙하여 사고의 위험이 늘 있는 제가 손해일 것이며,
제 주변에 있던 다른 운전자도 손해를 볼 수 있을 것이며,
애꿎은 보행자도 손해를 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여유를 갖는 운전을 하고자 합니다.



기성 운전자 여러분, 오늘 이렇게 초보운전자 1명이 발언한 이 내용을 읽고 새삼스럽게라도 과속과 무리한 운전의 위험에 대해 경각심을 환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운전 중에 능숙한 실력 속에서 무의식적인 과속이나 무리한 운전이 일어난 적은 없으셨나 다시금 초심으로 한번 돌아가 생각해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되셨으면 합니다. 

시간을 들여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운전이 능숙해져도 항상 안전하게 운전하겠습니다. 
모두 무사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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