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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보은
게시물ID : panic_841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51
조회수 : 4526회
댓글수 : 37개
등록시간 : 2015/10/26 1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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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번이라고 아세요?
 
바다에서 미역, 톳, 김 등을 채취 하는 것을 갱번이라고 합니다. 물론 공동채취를 원칙으로 하죠.
 
그리고 일본과 섬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는지.
 
잊을만하면 신원불명의 시체가 종종 떠밀려 온다는 겁니다.
 
제가 국민학교 코흘리개 시절 이야기 입니다.

 
동네에서 갱번을 갔습니다.
 
"저거 뭐야?"
 
"뭔데?"
 
형이 짝지 (자갈밭) 에 밀려온 한 물체를 보고 사촌 누나에게 말을 했습니다.
 
당시엔 방학이라 도시에 있던 형들과 누나들이 내려와서 갱번을 도왔거든요.
 
호기심 어린 형과 누나들은 짝지에 밀려온 한 물체를 보고 몰려들었죠.
 
당시만 해도 상괭이 (고래 종류) 나 물개 종류가 종종 떠밀려 왔었거든요.
 

"우웩"
 

물체를 확인한 형들과 누나들은 모두 놀람과 역겨움에 고개를 돌리고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습니다.
 
물에 얼마나 있었는지 사람 형체만 거의 유지하고 있는 시신 한 구가 떠밀려 와 있었거든요..
 
"야 어른들 불러!!!"
 
요란한 소리에 근처에서 갱번을 하던 어른들이 몰려오고 반경 30미터도 안 되는 자같밭은 이내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시끌시끌해졌죠..
 
조금 후에 경찰이 오고,
 
저희는 어렸던지라 그 자리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먼발치에서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잠시 후 경찰들과 나이드신 분들의 주도하에 그 물체는 자갈밭에서 작은 언덕으로 조심스럽게 옮겨졌어요.
 
물에서 건진 시체는 정말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살점은 말할 것도 없고 조금만 잘못해도 부숴져버리거든요. 몸통만 있다면 그게 사람인지 아님 다른 동물의 사체인지 구별이 안 가 머리, 팔다리가 있으니까 사람인 줄 아는 거죠.
 
어쨌든 보통 저런 시신의 신원을 밝히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경찰관들이 서류를 꾸미고 (절차는 저도 잘 모릅니다.) 하루나 이틀 안에 조촐한 장례를 치르죠.
 
그 시신 또한 별반 다를 것 없이 형식적인 절차를 걸쳐서 진행됐어요.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묘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예전엔 이런 일이 종종 있었던지라 다들 시신이 발견된 곳을 별반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갔어요.
 
물론 어린 우리들은 시신이 나왔던 장소라 무서워하며 가지 않았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대부분 그 일을 잊었습니다.

 
하루는 친구가 그 곳으로 낚시를 갔습니다.
 
마을과 가까운 곳이라 저 역시도 자주 낚시를 갔던 장소죠.
 
헌데 친구가 낚시를 하다 그만 실수로 물에 빠지고 말았어요. 보통 가장 자리는 물살이 그리 쎄지 않은데 조금만 벗어나면 유속이 상당히 빨랐던 곳이었습니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다소 힘든 곳이죠.
 
친구는 헤엄을 잘했었는데, 그 물살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어요.
 
특히 그 곳은 여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섬.) 가 많아 물 속으로 소용돌이 치는 곳도 많았어요. 친구는 소용돌이와 물살 빨려 들어가 자포자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죠..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친구의 손을 잡고 물 밖으로 끌고 나갔습니다.
 
친구의 손을 잡고 나온 아저씨는 능숙한 수영 솜씨로 친구를 안고 갯바위로 헤엄쳐 갔어요.
 
"아저씨 감사합니다."
 
"괜찮니? 물은 위험한 곳이야. 항상 조심해야지."
 
아저씨는 친구 머릴 쓰다듬고 가셨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저씨의 도움으로 친구는 목숨을 건진 거죠.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당시 친구 아버지는 작은 통바리를 이용해 고기 잡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친구 아버지가 통바리를 건지러 가는 중에 친구가 물에 빠졌던 장소에서 그만 배가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배의 엔진이 멈추자 그대로 물살 때문에 섬에서 멀어져만 가는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그렇게 아무런 조치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멀리서 배가 하나 왔습니다.
 
"일수 형님 어찌 알고 왔소!!"
 
"응.. 낚시꾼들 내려주고 오는 길에 누가 배가 고장나서 떠밀려 가드라고 해서 왔네."
 
"누가요?"
 
"누구? 글쎄 동네 사람은 아니었는데.."
 
"암튼 누군지 몰라도 고맙고만. 십년감수했네.."
 
친구와 친구 아버지는 그렇게 또 한 번에 고비를 넘겼습니다.
 
 
이번엔 친구 할머니가 산으로 나물을 하러 가신 날이었어요.

비가 와서 바닥이 제법 미끄러웠지만 그래도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가까운 산으로 가셨죠.
 
"할매 멀리 가지마소. 길 미끄랍소."
 
"응 멀리 안 간다. 여기 근처서만 하고 내려 갈라니까 내 걱정 말고 일들 봐라."
 
할머니는 가까운 곳에서 나물이나 약초 따위를 캐셨어요.
 
그러다 욕심이 생기셨는지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간다는 것이 그만 미끄러져버리고 말았죠.
 
밑은 절벽이라 매우 위헙한 상황이었는데,
 
천만다행히도 지나가는 사람이 할머니 손을 잡아줘서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객지 사람 같은데 울집 가서 식사라도 대접해야 내가 마음이 편할 거 같은데 같이 갑시다."
 
"아닙니다. 조심히 내려 가세요."
 
할머니는 거듭 같이 가자고 했지만 아저씨는 끝내 사양하고 가던 길을 가셨어요.
 

그 날 밤 친구 아버지 꿈에 웬 깨끗한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누구요?"
 
"이제야 은혜에 보답하고 갑니다"
 

꿈 속 아저씨는 연신 감사하다는 말만 하고 사라지셨어요.
 

다음 날 친구 아버지는 하도 꿈 이야기가 요상해서 밥상머리에서 그 이야기를 꺼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꿈 속 아저씨와 자기를 구해준 아저씨의 외양이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근데 놀랍게도 할머니 역시 할머니를 구해준 사람의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하셨어요.
 

친구 아버지는 아무래도 예전에 그 곳으로 떠밀려 왔던 시신의 영혼이 아니었나 하셨습니다.
 
당시 시신을 운반할 때 모두들 기피했지만,  

친구 아버지가 솔선수범으로 나서서 시신을 옮기셨거든요.

솔직히 어느 누가 당시 시신을 옮기는 일에 선뜻 나서고 싶었겠어요..
 

친구 아버지는 시신을 묻었던 묘지에 작은 상을 하나 차리고 가족들과 함께 명복을 빌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상가집에 가면 진심으로 명복을 빌라는 말이 있지요............................

복은 내가 뿌린만큼 받는 겁니다.
 
오늘은 혹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은 안 했는지 잘 생각해보고 칭찬 한마디씩 하는 그런 날이 되기를..
출처 판 바람 님

http://pann.nate.com/b31815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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