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펌노노노노노~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내 주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들린다고 해야 할까.
고함을 치면서 대꾸를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며 미친 사람 취급을 했다.
학교 생활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부모님께서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갔었다.
기억도 못 할 정도로 여러가지의 약을 처방 받았다.
어떤 약은 먹으면 너무 몸이 아파와서 마치 좀비가 된 기분이었다.
결국에는 내성이 생겨 약효가 듣질 않아 이후에는 그냥 멀쩡해진 척을 했다.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다.
10대가 되고 나서야 들려오는 목소리가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는 걸 정확하게 파악했다.
축복받은 재능이라고 생각들 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 번은 어떤 소녀가 자살을 하기 전에 내가 막은 적이 있는데 이후에 그 소녀는 정신병동을 들락날락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지금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부터 내가 간섭하지 않았던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 있으면 정말 괴롭다.
너무 많은 목소리들이 내 머릿속을 파고 들어 정중앙에 떡 하고 자리를 잡는다.
사고가 완전히 마비된다.
길을 걸으며 나를 보고 떠올리는 생각을 듣는 기분이란..
[얼굴 개씹창이네]
[돼지새끼]
[존나 우울해보여]
[저렇게 생겼음 디져야지]
그리고 우리 부모님.. 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잘 아니까.
도저히 두 분을 마주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선물로 받은 자동차를 타고 그저 달리고 달려서 사막까지 오게 됐다.
외딴 곳에 있는 집에 세를 들어 두 달을 지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후에 나는 철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몇 주가 지나고 왠 사악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가게로 들어왔다.
[아 저 삽이 좋겠다 아주 잘 파지겠는데]
"우리 가게에서 제일 좋은 삽이에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허사였다.
남자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이런 거 좀 아시나봐요?"
"당연하죠~ 제가 하는 일인데."
"이거로 할게요. 그리고 저기 박스테이프도 하나 주시구요."
[얼마나 재미있을까]
남자가 가게문을 나설 때 분명히 들렸다.
나는 무시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 일도 아닌데 뭐.
이제 남일엔 신경 안쓸거야.
그 날 밤 어떤 숨죽인 목소리가 들려와 잠에서 깼다.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시려는데도 여전히 들려왔다.
[주세요.. 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무슨 말인지 정확히 들렸을 때 온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아까 상점에 왔던 남자가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차를 끌고 나가서 여자를 찾기 시작했다.
흙을 뒤엎었던 곳은 없는지 아니면 누군가 땅에 손을 댄 흔적이라도 있는지.
여자의 절규는 7일이나 지속됐고 마침내.. 변했다.
도와주세요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젠 목소리가 영영 떠나질 않는다.
대답도 해보고 위로도 해봤다.
이젠 어쩌면 나를 위로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