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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울티마 문학 - 벌크 채우던 노인
게시물ID : gametalk_1950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힝흥헹홍
추천 : 2
조회수 : 205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7/11 18: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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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어둠의 시대가 막 도래하던 적의 일이다. 내가 갓 킵을 지은 지 얼마 안 된 브리튼
변두리 살 때다. 브리튼 서은행 왔다 가는 길에, 무기를 수리 하기 위해 무기점에
들러야 했다. 무기점 맞은 편 화로에 대량 주문서를 수주하는 노인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대량 주문서가 있어 채워 달라고 부탁을 했다. 골드를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벌크 하나 가지고 애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채워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주문서를 확인하고, 주문받은 물건들을 만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만드는 것 같
더니, 저물도록 이 잉갓 저 잉갓 쓰며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만들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채워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데스파이즈 챔피언 사
냥 가기로 한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만들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녹일 만큼 녹여야 잉갓이 되지, 생오어가 재촉한다고 잉갓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만든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사냥가야 한다니
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사냥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만들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깐.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만들다가 놓치
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만들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주문서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방망이다.

 파티에 참가를 못해 욕을 저만치 얻어먹은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 뒤를 돌아다
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브리튼 은행 옥상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
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다른 일정이 있을 마치고 단골 대장간에 주문서를 내놨더니 대장장이는 내용물이 예사롭지 않
다고 야단이다. 지금까지 수주해 온 것 중 제일 양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플레이트
아머나 이 플레이트 아머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대장장이의 설명을 들어 보니,
팔꿈치의 이음새가 마감이 좋지 않으면 같은 갑옷이라도 내구도가 손상되기 쉬우며, 조금이라도
헐거우면 공격에 노출되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아티팩트는 훼손되어 다른 가죽이나 재료를 덧대어도 그 영기(英氣)가 훼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이 주문서를 채운 플레이트 아머도 같은 마음으로 만들어졌을 것이
다.

 그런 노인이 나같은 성미 급한 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이런 양질의 갑옷
이 탄생할 수 있는가 말이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구운 닭고기에 와인 한잔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날 은행을 가던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노인의
현란한 망치질이 거룩한 모습으로 떠올랐다.

대장간에 들렀더니 대장장이가 주문서를 회수했는데 불량이 더 많다며 불평을 하고 있었다.
문득 주문서 채우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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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티마 온라인 스샷 뒤적거리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패러디 끄적여봤습니다 ㅎㅎ
정섭 프리섭 방황했었는데 유저가 대폭 줄어든 게 느껴져서 슬프네요..ㅠㅠ
울온엔 Stones가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브금을 첨가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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